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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시대를 관통한 현대 패션의 아이콘

준 마시 | 2013-11-05


오랜 친구처럼 우리 곁에 수십 년간 함께해 눈 감고도 아는 명품 브랜드 컬렉션. 이들의 드라마틱한 첫 시작과 더불어 사회에 던졌던 메시지와 혁신을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듯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역사를 입는다’

지나친 비약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명품을 소유한 사람들은 명품의 가치를 보통 이렇게 평한다. 디자이너의 창작물이 장인의 손으로 완성됐던 과거 명품의 가치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중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새시대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명품 브랜드.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의 명품은 그 시대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우리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기에 명품(名品)이 아닐까.

디자이너가 완성하는 새로운 컬렉션은 단지 자신의 주관에 따라 어물쩍 나오는 법이 없다. 사회 분위기, 경제상황, 정치, 문화, 이 모든 것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거니와 이를 앞서가는 열린 시각을 제시해야 하는 사명감도 분명 존재한다. 오랜 기간 동안 대가를 이룬 명품은 이처럼 특별한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세상과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의 역사> 는 우리가 지금 명품이라 부르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빚어낸 역작들을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았다. 이제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역사 뒤편에 남아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각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을 어떤 방식으로 알리고 어떤 결과를 사회에 불러왔는지 그 당시 패션계의 거목들의 언어와 대화들의 접점이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전후 시대 물자의 부족으로 제한된 소재, 획일화된 디자인이 도배됐던 당시의 의상에서 벗어나 관능적이고 화려한 여성미를 강조해 파리의 쿠튀르의 정점에 섰던 파리 몽테뉴 가 30번지의 디오르 하우스 ‘뉴룩(New look)’ 이야기는 꽤 유명한 일화지만, 현장에 있는 패션계 거목들의 목소리를 책 속에 담아 더 드라마틱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스노우가 당시 디오르 하우스에서 컬렉션을 감상하고 남긴 말은 당시 디오르 디자인에 받았던 감흥을 그대로 전달한다.

“친애하는 크리스티앙, 그것은 과히 혁명입니다. 당신의 의상은 완전히 새로운 룩이에요“

의상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혹은 패션에 관심을 접어둔 사람일지라도 디자이너의 이름을 건 명품들이 꽤 오랜 기간 존재했음은 누구나 짐작할 만한 사실이다. 이 책의 진면목은 이토록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의 풍파에 도전적으로 등장해 변화무쌍한 양상을 보여준 패션계의 흐름을 꼬리를 잇듯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거시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현재는 거장이 된 20세기 패션 디자이너들의 시작점부터 그들의 뒤를 이어 현재 패션계를 주름잡는 디자이너로 교차 연결되는 시대의 변화상들. 이는 비단 패션계뿐 아니라 현재 디자인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거장의 디자인을 존중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업을 진행할 것인지 그에 대한 청사진을 과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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