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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미디어 아트의 국제적인 흐름을 보다

2006-11-16

대림미술관의 첫 미디어아트 전시로 지난 10월 26일부터 열린 《Cybernetic Sensibility : 컴퓨터와 아트》전은 미디어 시대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컴퓨터 아트분야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이번 《Cybernetic Sensibility : 컴퓨터와 아트》 전은 실험적이며 대중적인 전시로 피터 보겔, 뵨 셜키 등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컴퓨터 아티스트들 19명이 참여하였으며, 컴퓨터+음악, 컴퓨터+퍼포먼스를 포함한 인터랙티브 작업과 컴퓨터 페인팅, 컴퓨터 그래픽, 컴퓨터 필름 등 다양한 컴퓨터 아트 작업들로 이루어졌다.
또한 세계적인 컴퓨터 아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한국작가로서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수정, 서효정, 최승준 등의 작품도 전시에 포함되어 있어 미디어 아트의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국내 컴퓨터 아트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진행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한 대림미술관은 2006년부터 관심의 영역을 확장하여 매체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사진과 드로잉의 조화를 선보인 <알폰소 휘피> , 컬렉터 6인의 컬렉션과 그들의 거실을 재현한 <리빙룸:컬렉션 1> ,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 속에 개최되었던 <프랑스 현대 패션사진전> 이 그 시도라고 할 수 있으며, 이번 전시 역시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기획되었다.

《Cybernetic Sensibility:컴퓨터와 아트》전은 1960년대 초기 컴퓨터 아트의 모습과 함께 현대 컴퓨터 아트를 동시에 구성한 전시이다. 초기 컴퓨터 아트의 가장 성공적이 전시였던《Cybernetic Serendipity》(런던,1968)에 참여했던 프리더 나케, 토니 프리쳇 등 선구자들의 작품에서부터 《Scratch Code》(뉴욕,2004)에 소개되었던 벤 라포스키 그리고 현재 가장 각광받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피터 보겔, 뵨 셜키 등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아트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

예술의 새로운 조력자로서의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적용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지 않았으나 아직도 이러한 경향은 예술사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컴퓨터(인터넷)는 협동 작업, 민주적 배포, 그리고 참여적 경험 등의 새 유형을 가능하게 해주는 잠재력을 포함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새로움 때문에 미디어는 문화적 창조자들이 작업하는 흥미로운 장소가 된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변하면서 실험과 탐험을 향해 나아가는 최첨단의 영역이며, 어느 정도는 전통적인 제한 조건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다. 때문에 미디어는 예술가라는 이름의 혁신자, 구습타파자, 또 모험가들을 끌어들인다. 그 결과, 누구보다 강렬한 창조력을 지닌 이 소수의 사람들은 우리들은 거의 이해하지도 못하는 새로운 기술과 씨름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들의 창조력을 구현할 수 있는 최첨단의 과학 기술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또한 본 전시는 1968년 ICA에서 개최된 전시의 맥을 잇고 있다. 당시의 초기 컴퓨터 작업을 되돌아보고 그 역사의 일부분을 조명하는 동시에 현 시대의 작품을 통해 컴퓨터 아트의 현재를 살핀다.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앞으로 전개되는 미래의 예술도 함께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컴퓨터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즉시적으로 인식하여 음악을 연주하거나, 페인팅과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최근의 작업들은 관람객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창작의 과정과 결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흥미진진한 커뮤니케이션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움직임을 통해 음악이 연주되고 그림이 그려지고 자신의 형상이 컴퓨터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로 즉석에서 창출되는 등 예술가와 컴퓨터간의 작업에 실재로 동참할 수 있는 매력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관람객과 작가와의 소통은 단순한 의미의 소통을 넘어서는, 작품의 외적, 내적 의미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유도하려는 적극적인 소통이며, 더불어 관객과 작가 그리고 작품은 쌍방향의 소통이 이뤄지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현재 컴퓨터의 잠재력은 20세기 초 발명된 카메라의 잠재력을 능가할 정도이다. 테크놀러지의 환경이 디지털화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아트의 제반상황이 더욱 편리해지고 대중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컴퓨터와 예술의 만남은 상호소통성, 통합성, 직접성, 동시성, 유희성 그리고 가상현실적 속성을 가장 매력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미래지향적인 예술현상일 것이다. 또한 인간의 손이 만들어내는 것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컴퓨터 아트는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영화 등이 서로 다른 분야가 혼합된 종합적인 예술이자 독특한 예술형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컴퓨터와 아트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강력한 혼합의 도구로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부터 산출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컴퓨터를 다루는 창조적인 개인, 즉 이것을 만들어 낸 작가와 그 과정에 동참하여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관람객에게 달려 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Cybernetic Sensibility:컴퓨터와 아트》전의 현대의 컴퓨터 아트 작품들을 중심으로 감상해보자.

피터 보겔(Peter Vogel, 1936~)은 조형적인 형태에 사운드를 함께 작업하기 시작한 최초의 테크노 아티스트이다. 그의 (1999)는 소리와 움직임을 고려하여 포토셀과 마이크로폰으로 인터랙티브 조각품을 벽에 설치하였는데, 이것은 빛의 변화에 반응하는 악보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관람객의 움직임, 그림자 그리고 빛에 의해 반복적인 사운드로 표현된다.

뵨 셜키(Börn Schülke,1967~)의 (2005)는 선명한 오렌지색 털로 만들어진 조각품으로 SF영화속에 등장하는 생명력을 지닌 기계를 연상시킨다. 이 작업은 움직임에 반응하도록 제작되었으며,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외계 생물체와 같은 소리를 낸다.

제임스 패터슨(James Paterson, 1980~)은 컴퓨터를 스케치북처럼 사용한다고 말할 정도로 젊은 미디어 작가답게 드로잉, 애니메이션,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컴퓨터 작업과정을 자유자재로 활용능력을 지니고 있다.
(2005)은 패터슨이 매일 일기를 쓰듯 연필로 그린 드로잉을 스캔하여 컴퓨터에 이미지파일로 저장한 다음, 디지털 콜라주로 재조합해서 디지털 프린트한 작품이다.
그는 아이스크림 분수, 숫자비,유성처럼 떨어지는 눈송이 등 순간순간 떠오르는 상상력의 코드들로 채워넣었으며, 이것은 패터슨의 콜라주에서 원자료의 거대한 디지털 저장고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W호텔 로비의 를 통해 잘 알려진 다니엘 로진(Daniel Rozin)은 디지털 아트의 인터렉티브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이다. 관객이 작품(모니터) 앞에 서면 카메라에 찍힌 관객의 영상이 층층이 벗겨지듯 흘러내린다.
움직이지 않고 서있으면 영상은 점차 회색의 화석처럼 생기를 잃어가고, 다시 움직이면 회색의 영상이 순간 활기를 찾고 화려한 컬러로 살아난다. 관람객의 존재와 관점에 반응하고 변화하는 작업을 통해 로진은 시간과 생명 그리고 관람객과 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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