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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거만하지도 심오하지도 않게 디자인을 논하다

2007-10-02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작품이 전시된 바 있는 가구 조명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이 지난 여름 aA 디자인뮤지엄 오픈 행사에 등장했다. aA 디자인뮤지엄 오픈을 기념해 초청된 톰 딕슨은 이날 자신의 작품과 유럽의 디자인문화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디터 | 권연화
사진제공 | aA디자인뮤지엄

톰 딕슨은 체계적인 디자인 정규과정을 공부하지 않았다. 오토바이광이고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그가 오토바이 수리를 위해 공부한 용접 기술이 모티브가 되었고, 버려진 고철더미는 그의 손에서 의자가 되었고, 테이블로 재탄생되었다. 톰 딕슨은 이러한 작업과정을 심오한 공예도 아니며 거만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디자인도 아닌, 산업 그 자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디자인은 세상이 인정해주었다. 나무와 플라스틱을 구부려 만든 ‘S Chair’로 이탈리아 가구회사 카펠리니에게 프로포즈를 받았고 영국의 테란스 콘란 경이 설립한 가구판매업체 해비타트의 디자인 스튜디오 책임자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또한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의 샘솟는 아이디어는 비단 가구와 조명 같은 오브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6년 9월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 선보인 ‘Chair Grab’이라는 퍼포먼스는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합성수지로 제작한 500개의 의자를 가져다 놓고 원하는 만큼 무료로 나눠주는 게릴라성 이벤트를 벌였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 그는 각종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영국의 스타 디자이너 톰 딕슨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알려지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최근 작품인 프레시 체어(fresh chair)는 이름 그대로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제공되는 의자를 뜻한다. 이미 만들어진 의자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미리 돈을 지불하고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직접 참여하는 의자이다. 그는 가구를 팔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까지 디자인하고 있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는 장사 수완이 좋은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실제로 매 시즌 어떻게 하면 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로 머릿속이 꽉 찬다는 톰 딕슨에게서 장사치의 저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심오한 말로 포장하지 않는 그의 솔직함이 당당하게 느껴진다. 팔리는 디자인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톰 딕슨의 친구이자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vembre)는 톰 딕슨을 “골격주의 디자이너(직역하자면 척추가 있는 디자이너)”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톰 딕슨은 실제로 표면이나 외양보다는 구조와 뼈대에 더 관심이 있고, 여전히 포장된 겉모습보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심오한 말로 무게를 잡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솔직 당당하게 세상에 도전하고 있는 톰 딕슨의 모습에서 스타 디자이너의 면모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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