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4
상하이 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의 촉망 받는 신예 팝아티스트로 떠오른 테츠야 나카무라의 개인전이 갤러리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다. ‘SPEED PARTY’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의 속도감을 실제 크기의 경주용차 모형으로 제작하여 외형과 실제 기능 사이의 간극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취재 | 서은주 기자(ejseo@jungle.co.kr)
글 | 서문 중 일부 발췌
일본의 촉망받는 신예 팝아티스트 테츠야 나카무라(Tetsuya Nakamura)의 작품은 속도를 표면에 가둬 놓은 듯 표현하고 있다. 불을 뿜는 포뮬러의 열정과 엄청난 속도 그리고 강인한 힘을 보여줄 것 같은 유려한 동체의 반짝이는 광택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카무라는 일본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일본 전통의 채색기법을 전문적으로 배웠으나 오히려 그의 작업은 세계적이거나 보편적인 특징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가 그동안 인물보다 기계적인 형태와 이미지를 주로 표현해왔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무국적적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매끈한 합성수지와 환각적인 공간을 열어주는 채색과 광택. 검은 윤활유와 기름으로 번뜩이는 기계의 움직임과 그 궤적을 인류가 지난 세월 체감해 온 속도의 경험과 연결시킨다. 고대 몽고의 기마병이 보여준 놀라운 기동성과 무력(武力), 2차 세계대전의 독일 기갑사단이 보여준 전격전, 태평을 종횡무진 누비는 미국의 항모(航母)들, 그리고 음파의 속도를 넘어선 전투기들과 자동차 경주에서 발휘되는 포뮬러.
이러한 상상의 속도와 관성의 힘으로 인해 나카무라의 작품들은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미래파’의 비전으로 나아가고, 또 한편으로는 1930년대 미국 기계시대의 낙천주의를 담아 기계가 보여줄 수 있는 극도의 속도감을 표현한 산업디자인을 떠올리게 한다.
현대 기계장치의 영웅들은 모든 시대의 문명의 진화를 상징한다. 기계들과 속도가 보여주는 문명의 진화와 그 형식적 특징들은 팝의 왕국에 거주하는 이들에겐 공통의 환경이자 경험이 되어있다. 기계적 형태와 질료성은 산업혁명 이후 거듭 진화되어온 물질문명의 피부이다. 아니 그것은 본질이다. 끝없이 표면을 향해, 표면의 지평선을 향해 질주해온 욕망의 상징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동시에 사회와 문명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이를 둘러싼 정서는 기계의 미학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 오브제를 가속시키는 스피드의 왕, 나카무라의 작품들은 인간과 문명에 대한 사려 깊은 사색과 현대예술이 제기한 다양한 문제들로 우리를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