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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소나무가 우거진 숲을 거닐다

2008-04-08


자연물의 생성원리로서의 ‘응집’과 자연물에 내재해 있는 무궁무진한 ‘생명성’에 주목하여, 이를 한국의 소나무를 소재로 역동적인 형태의 조형작업으로 완성하는 조각가 이길래가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길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조각 재료를 수천·수백 개 이어붙여 나가면서 하나의 커다란 형태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조각 특유의 조형미와 손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지는 전통적인 용접기법을 고집하면서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그의 작품은 형태에 대한 감각, 고도의 집중력과 인고의 시간, 힘든 노동과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현대 조각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전통 조각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동파이프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타원형으로 만든 다음 수백 혹은 수천 개의 타원형 고리를 이어붙이면서 소나무 형상을 만들어낸다. 비록 동파이프를 절단해서 만든 인공의 소나무지만 꺼칠한 소나무의 질감이나 다양한 형태는 실제 소나무를 닮았다.
소나무 형태도 다양하다. 자연스럽게 구부러진, 곧게 서있는, 뱀처럼 똬리를 튼, 심지어 인체를 연상시키는 소나무도 있다. 작가는 조각가 특유의 천부적인 조형감각을 토대로 차갑고 인공적인 재료인 동파이프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형태의 자연물을 창조해낸다.

이길래 작품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조각이면서, 전통 조각과는 다른 형식을 취하고, 회화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자유로운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공간을 100% 활용한 설치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입체와 부조 형태로 제작된 3m에 육박하는 소나무 작품 23점을 이용하여 마치 관객들이 소나무가 우거져 있는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관객들은 산수화에 표현된 공간 속을 거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본래 작품과 작품의 그림자가 혼합되어, 숲의 공간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이길래의 작품은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에 따라 다각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색 체험이란, 가까운 거리에서는 타원형 청동고리들이 연출하는 노동집약적인 감동을 느끼고, 먼 거리에서는 대자연의 무한한 에너지를 만끽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자 효과로 인해 작품과 작품이 놓여 있는 공간까지 함께 감상하면서 그 감동은 배가 된다.
가깝게 혹은 멀리에서 작품을 겹으로 감상하는 것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자료제공 _ 사비나미술관

이길래 조각전-나무, 근원적 형상
장소 _사비나미술관
일정 _2008년 3월 19일 ~ 4월 20일
문의 _02-736-4371 www.savina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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