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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지평선 너머의 꿈

2009-06-16

사진은 작가의 영혼이다. 그리고 예술가의 육신, 그것은 흙으로 돌아가나, 영혼은 육지를 적시고 하늘을 메우는 공기처럼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숨쉰다. 김영갑이 꿈꾸는 것은 떠도는 공기처럼 살아 숨쉬어줄 사진이다.

“흙으로 돌아갈 줄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이다.
만 가지 생명이 씨줄로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 김영갑 -


제주도에의 노스텔지어
제주도를 사랑해, 제주도의 바람이 된 고(故)김영갑 작가의 서울에서 갖는 첫 번째 개인전으로 제주도 중산간지대(中山間地帶/해발고도 200∼500m)의 아름다움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은 미발표작 40여점이 전시된다.
김영갑은 1985년 제주도에 정착해 2005년 루게릭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20여 년 동안 그에게 이상향이었던 제주의 자연을 사진으로 담는데 생의 모든 열정과 영혼을 바쳤다. 월남에 다녀온 형이 선물한 카메라와의 인연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도의 자연을 사각의 카메라 앵글에 담았던 그는 마치 해탈의 경지에 이른 고독한 수도승처럼 제주도의 곳곳을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끼니를 채울 돈으로 필름을 사고 들판의 당근과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예술가였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렬한 ‘삽시간의 황홀’
제주도의 중산간지대에는 여러 가지 색이 풍경을 만든다. 짙은 갈색의 대지는 봄이면 지천으로 널린 유채꽃의 노랑과 어우러지고, 여름이면 삼나무의 초록빛과, 가을이면 솜털을 드러낸 황토색의 억새 그리고 겨울이면 소복하게 내린 하얀 눈과 흑백의 대조를 이루며 어느 계절하나 아쉬움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이처럼 매 계절 시시각각 변화하는 제주도의 자연을 김영갑은 '삽시간의 황홀'이라고 표현했다. 찰나의 순간은 참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작가의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기위해 작가는 눈을 감아도 보일만큼 중산간지대 곳곳을 쉼 없이 오르내렸다. 보는 자연과 몸으로 겪는 자연이 다르듯이 그는 스스로 체험한 자연을 필름에 새겨 넣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앞에 서면 바람소리가 들리고, 유채꽃 향기가 피어오르고, 아련한 잔상이 감동으로 전달된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아주고요한 몸짓으로, 그렇지만 온 몸으로 •••
48년 짧은 생을 살았던 김영갑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바라 본 세상은 고스란히 남아 우리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진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존재하면서 만(萬)가지 임무수행으로 분주한 우리의 일상에 잃어버린 지평선 너머의 꿈을 찾아 주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충무갤러리 02.2230.6678/6629 www.cmah.or.kr
2009.5.14(목) - 7.19(일)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2,000원(일반) 1,000원(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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