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1
외부의 자극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피부는 외부 세계와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로서 아름다움, 계급, 무언가를 그리거나 각인할 수 있는 표면으로도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피부’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캔버스 삼아 독특한 작업을 선보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자료제공 | SPACE C
<울트라 스킨>
전은 현대미술이 피부를 표상하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미술과 피부개념의 관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스웨덴, 오스트렐리아 출신의 18명 작가들이 피부가 담고 있는 여러 맥락들을 회화, 영상, 오브제 사진 등 30여 점의 작품들을 통해 선보이는 것. ‘피부와 자아’, ‘사회적 의미를 각인하는 장소로서의 피부’, ‘껍질과 표면으로서의 피부’, ‘피부의 미시적 풍경’, ‘의사소통의 매개로서의 피부’, ‘피부색- 차이와 차별’ 등의 관점에서 현대미술과 피부의 관계를 고려하며 이를 통해 동시대 예술에서의 표면의 문제를 재검토한다.
현대미술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부에 접근해 왔다. 성형수술을 통해 변화하는 자신의 피부를 퍼포먼스로 제시하는 오를랑(Orlan)을 포함하여, 자신의 얼굴과 피부를 캐스팅하고 피로 자화상의 조각을 만든 마크 퀸(Marc Quinn), 피부와 인종의 문제를 추상회화로 제시하는 바이런 킴(Byron Kim) 등 많은 현대 미술가들이 피부에 대한 존재론적 사회적 해석을 가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피부가 가지는 촉각성, 불안정성, 연약함, 유동성, 중심의 부재 등의 개념적 지표들을 전시작품들을 통해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인체 껍질, 피상적인 감각적 외피로서의 피부만이 아니라 우리의 자아와 인식, 외부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특수한 장소’로서의 피부를 표상의 층위에서 드러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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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우리의 신체 기관 중 가장 외부에 있어 쉽게 손상 받을 수 있는 연약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물리적 존재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 작용한다. 또한 자신을 감싸는 피부를 경계로 하여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게 되며 이러한 피부 경험을 토대로 인간은 심리적 싸개인 피부 자아를 형성한다. 피부 자아가 총체적이고 안정된 자아라기보다는 외부로부터 위협받는 불안정한 존재라는 사실은 또한 흥미롭다. ‘피부와 자아’라는 소주제로 외부로부터 위협받는 불안정한 존재로서의 자아를 피부로 표현하는 안네 올로프슨(Anneè Olofsson)의 작품과 피부를 연장시켜 옷으로 표현한 이동욱의 인물 조각을 만날 수 있다. 또 ‘사회적 의미를 각인하는 장소, 피부’라는 소주제를 통해서는 여성의 피부표면에 문신과 화장이 가지는 사회적 코드를 새겨 넣은 프랑스 사진작가 니콜 트랑 바 방(Nicole Tran Ba Vang), 신체-풍경body-scape의 이중 형상을 선보이는 김재홍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인간의 아름다움과 완전함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서의 피부 개념을 제시하는 프랑스 사진작가 줄리앙 로즈(Julianne Rose)의
피부를 통해 외부와 접촉하고 동시에 외부 세계가 피부에 투영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피부는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어 주는 일종의 경계면이자 막(membrane)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인체 껍질, 피상적인 감각적 외피로서의 피부만이 아니라 우리의 자아와 인식, 외부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특수한 장소’로서의 피부를 표상의 층위에서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가장 직관적인 감각기관인 피부를 소재로 돌려 말하지 않는 작품의 의도를 읽어내는 재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