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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디자인올림픽에는 금메달이 없다

2010-05-31


디자인의 발전과 육성을 목적으로 시작된 서울시의 정책과 사업들이 단기간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하여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을 발견하고, 이를 인식하고 고민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디자인올림픽에는 금메달이 없다> 전시이다. 오는 지방선거일 투표 개표시간에 개막할 이번 전시는 ‘디자인서울’ 정책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 그리고 해석을 아우르는 종합적 연구로서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이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에디터 │ 이지영( jylee@jungle.co.kr)
자료제공 │ AMP

기획의도
서울시가 ‘2010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되면서 디자인의 육성과 발전을 목적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의 건립과 디자인올림픽 행사를 개최하였다. 2008-2009년, 잠실주경기장에서 ‘Design is AIR’와 ‘iDESIGN’의 슬로건으로 공기와 같은 디자인, 우리 모두 디자이너라는 주제로 진행된 디자인올림픽은 일상 속에 밀접하게 관련된 디자인의 가치와 실용성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세계에 서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단기간내의 무리한 저변 확대에서 비롯된 문제점 역시 간과할 수 없으며, 그것이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디자인 도시를 위한 각 지역별 디자인 거리 조성사업으로 시행된 간판 정비사업, 도로개선, 노점상 철거, 과도하게 집행된 세금과 정책홍보 등의 과정에서 시민과의 오랜 협의 및 동의가 결여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큰 우려를 낳게 되었다. 이런 문제발단의 중심에 바로 디자인올림픽이 있었기에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전시 제목 <디자인올림픽에는 금메달이 없다> 의 배경이다. 제목에서 ‘금메달’은 서울시민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를 의미하며, 디자인서울에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은유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어로 쓰인 ‘The Design in the Age of Creative Seoul’은 베를린 올림픽이 개최된 1936년 발표된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제목을 참조하여 창의시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서울시가 디자인올림픽을 통해 정치를 예술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2회의 디자인올림픽이 진행된 후 200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디자인 서울에 대한 정책과 홍보가 더욱 강화되었음을 목격 할 수 있었다. 서울 시내 곳곳에는 “서울이 좋아요”와 “디자인 덕분에 살 맛 나요!”라는 문구의 포스터가 눈에 띄는데, 시민들을 세뇌시키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과도한 홍보가 진행된 것. 이는 서울시가 그간 내세운 도시 브랜드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2010년 지방선거를 의식하고 전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방선거가 가까워 옴에 따라 각 후보 측의 공방전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300%가 늘었다는 서울시의 부채가 홍보와 전시 행정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시는 특정 정권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바라볼 때, 과연 누구를 위한 ‘디자인서울’인가에 대한 문제가 비단 이번 전시의 기획자와 작가들의 고민 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시의 새로운 수장이 누가 될지라도 디자인서울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면, 한번쯤은 진지하게 되돌아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디자인서울’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전시내용
전시장인 인사미술공간 1층에서는 먼저 ‘디자인서울’관련 뉴스, 기사, 백서, 비평 등의 텍스트를 수집한 것을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전시 전반의 기획의도를 보여준다. 출력물을 제본하여 아카이브를 만들고, 관람객이 직접 복사와 출력을 통해 ‘셀프 퍼블리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전시서문을 대체한 FAQ와 스마트폰 유저들을 위한 전시 어플리케이션 기능을 제공하여 관람객의 자율적인 생산과 해석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프로젝트팀 AMP(Art.Minority.Play.)는 문화예술전시기획 분야를 기반으로 하는 독립 큐레이터 팀으로, 문화예술기획자이자 동시에 아티스트 마인드를 지향하는 젊은 활동가들이 모여 결성되었다. 최정은, 박상권, 서은선 등으로 구성된 AMP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전문가과정의 독립 큐레이터 워크숍 우수기획 지원 전시로 선정되고 인사미술공간 지원 공모에 당선되어 진행하게 되었다.

전시장 2층에서 펼쳐질 미디어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라(delete the dead zone)’는 근대화, 선진화를 위한 장치로서의 88년 ‘서울올림픽’이 현재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작동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착안하여 과거의 사건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88년 서울올림픽 개막을 보도한 동아일보 4면의 레이아웃을 따고 그 안에 다른 기사(기괴하고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건과 광고)들을 넣어 신문을 제작한다. 전시공간에는 내용이 없는 레이아웃을 시트지로 제작해 부착한다. ‘사각지대’가 권력의 힘에 의해 제거되는 공간이지만 이는 정작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고 생산되는 것임을 꼬집는다. 출판을 매개로 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서치 그룹 미디어버스(구성원: 임경용, 구정연+노다예)는 마포구 상수동에 ‘더 북 소사이어티(the book society)’라는 서점 겸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세계 작가들을 선별하여 아티스트 아카이브 진을 제작, 자체 기획한 각종 프로젝트 및 아티스트의 결과물과 동시대 예술 관련 담론을 소개하는 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서울시 정책 홍보 문구인 ‘서울이 좋아요’의 문구를 디자이너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재구성하여 스티커로 제작한 팀도 있다. FF group(구성원: 민성훈, 최보연, 장우석, 펭도, 김영준)은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과 피드백을 수용하고 재구성하며, 디자인서울의 상징인 해치 탈을 쓰고 서울시 곳곳에 스티커를 붙여나가는 게릴라 캠페인을 진행해 영상으로 기록하고 도큐멘트북을 출판한다. FF group은 매체를 한정시켜서 작업하지 않으며 각 상황마다 그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의 디렉터를 맡는 디자인 그룹이다.

서울시의 대표 개발지역이자 급조된 랜드마크의 30년 후 미래를 그려본 작업은 건축+미술 프로젝트팀, 리슨투더시티(Listen to the City)의 ‘알츠하이머시티서울’이다. 이명박 시장의 ‘문화복원’을 위한 청계천과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부흥’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대문운동장은 임기 내 공사를 끝내야 한다는 이유로 다수의 문화재와 유적을 훼손시킨다. 과연 2040년의 청계천과 동대문디자인파크, 그리고 청계천의 대규모 버전인 4대강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30년 후 철거장면을 CG작업하고, 뉴스를 함께 아카이빙하여 급격한 개발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시각화한다. 설치와 드로잉 등을 통해 미래의 도시를 상상하는 작업에는 박은선, 정진열, 리버풀 기반 건축+예술 프로젝트팀 스태틱 등이 참여해 도시의 진정한 주인을 밝히고 도시가 그곳에서 살아오고 살아가야 할 자들의 삶과 취향이 담겨야 함을 역설한다.

이번 전시는 2010년 지방선거 투표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된다. 선거 개표결과가 방영되는 가운데 참여자와 관람객이 함께 어울려 전통주와 음식을 나눠 먹으며 공연과 퍼포먼스를 관람하고, 디자인서울의 행보에 주목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병서 작가의 ‘연금술’ 퍼포먼스가 전시 개막 도중에 진행되는데, 7분 동안 주문을 외치면서 주술 행위를 펼칠 예정이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www.projectamp.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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