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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흙으로 빚고 구운 그림과 조각

2010-10-04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심문섭, 이강소 등 한국현대미술 분야의 대표 작가들의 장르와 공간의 경계를 넘는 실험적인 전시『OFF the WALL: 건축도자, 경계에서』展이 개최된다. 장르와 공간의 경계를 넘는 이번 전시에서 흙이 가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재료적 실용성과 친환경성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해보자.

에디터 │ 이지영(jylee@jungle.co.kr)
자료제공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9월 10일부터 2011년 2월 27일까지 전시관 제2갤러리에서 2010년 하반기 특별기획전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흙’ 자체가 지닌 다양한 표현 가능성과 예술성 그리고 그에 잠재된 물성을 탐색하고 새로운 건축도자예술을 지향하기 위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진행된 워크숍에 오랜 기간 국내외 문화•예술계에서 괄목할 만한 예술적 성과와 기여를 해온 한국현대미술 분야의 대표작가 15인이 참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예술가들은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건축도자와 타 장르의 결합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 건축도자와 회화, 조각, 도예가 융화되며 장르와 공간의 경계를 넘어 예술성, 공공성, 기능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건축도자를 살펴보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장르를 벗어나 낯선 재료인 점토, 유약, 도판 등을 가지고 실험적인 조형 감각과 개성을 살린 독창적 기법으로 새로운 예술형식 및 창의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관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흥미 있는(off-the-wall)’ 예술적 도전을 보여주며 예술가들의 숙련된 지각력 및 기능적인 노력이 더해져 예술적 감흥을 한층 더 유발하고 있다.

회화적 관점에서 그리고, 만들고, 빚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건축도자 작품이 ‘구운 그림’, ‘구운 조각’의 형태로 전시되며, 예술과 산업의 상호작용을 통해 탄생된 전사타일작품으로 총 50여 점(455 피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술성, 기능성, 공공성 등 건축도자의 다양한 측면을 바탕으로 ‘흙 위에 그리다 Paint on Clay’, ‘건축에 옷을 입히다 Skin of Architecture’, ‘건축도자, 흙으로부터 The Art of Earth’ 등으로 구분된다.

제1부에서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조각가와 화가들이 ‘흙’으로 빚은 도판 위에 다양한 크기와 비례를 갖춘, 여러 가지 형태와 색상으로 제작된 ‘구운 그림’을 선보인다. 형이나 색의 간략화를 통해 일필휘지로 작가의 사의(寫意)를 담은 김호득, 잔잔하고 유려한 물결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의 풍경을 도판에 담고, 즉흥적인 허(虛)의 산물을 곳곳에 놓아두어 사색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이강소, 작가의 눈에 감지된 사물이나 이야기를 찰나적으로 작품 속에 풀어내는 안규철, 자연의 일부를 은밀하고 모호하게 바람결에 흩날리듯 표현한 유명균, 추상적인 색 코발트블루로 짧은 선들의 지속적인 역동성을 리듬감 있게 뿌려놓은 김춘수, 원색을 사용하여 인간내면의 고립과 갈등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는 서용선, 이들 6명의 예술가들은 도판을 캔버스 삼아 자신들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제2부에서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대량 생산되는 산업타일에 전사 프린트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극사실주의적 필치로 선명한 초점의 직접적인 세부묘사가 단연 돋보이는 김창열, 일상에서의 작은 소재로 선택한 꽃을 세필의 반복적인 터치로 도상화한 김홍주, 기호와 같은 형태로 대상의 특정 순간을 포착하는 이영배, 밝고 강렬한 색띠나 면을 정제(整齊)하게 그어서 절제된 표현을 화면에 담은 박서보, 이들 4명의 예술가들은 사진이나 판화처럼 복제생산이 용이한 예술의 대중화 및 보편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서는 불과의 융화를 통해 드러나는 흙의 원초적인 물성을 드러내는 ‘구운 조각’을 만날 수 있다.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흙의 물성을 강력한 에너지의 장(場) 속에 놓은 심문섭, 테라코타와 철판으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기억 속 자연의 단면을 재현하는 원인종, 기운생동에 따른 우주만물의 기원과 생성을 부조도판에 담은 윤영석, 타인이나 세계와의 상호작용의 관계성을 응집력 있는 단순화된 점으로 강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이우환, 우연성과 자연성을 기저로 ‘흙‘의 탄생과 죽음을 다양한 굴곡의 심조로서 표현한 이상갑, 이들 5명의 예술가들은 자연에 내재하는 정신의 본질과 보편성을 작품 속에 구현하고 있다.

순수예술작품의 유한성을 극복하며 내구성, 내화성 등의 이점을 내포하고 있는 ‘흙으로 빚어진 예술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핵심은 대중의 인식과 괴리된, 예술을 위한 예술이나 예술가 및 전문가를 위시한 소수를 위한 예술을 지양하고 예술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이들이 모두 희열을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의 대중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도자예술의 전시 범위를 공공의 영역으로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건축도자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의 문화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는 인근에서 개최되고 있는 부산 비엔날레와 연계하여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인 부산시립미술관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한시적으로(9월 18일과 25일, 10월 2일과 9일 총 4회)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비엔날레 관람권 소지자에게는 입장료를 50%할인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람권 소지자에게는 부산비엔날레 입장권을 1천원 할인하는 행사(현장발매에 한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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