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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규칙으로 생성된 예술. 아름다울 수 있을까?

2010-12-27


예술 작품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관념은 이미 깨진지 오래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변한 것도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는 ‘미술’로 정의되는 아름다운 기술 뿐만 아니라, 놀라움-흥미로움-슬픔-떨림 등등의 다양한 감각에서도, 또한 그러한 감각을 유발하는 기술들에도 예술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글 │ 유원준 앨리스온 디렉터




1. 예술 관념에 대한 오해

예술 작품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관념은 이미 깨진지 오래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변한 것도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는‘미술’로 정의되는 아름다운 기술뿐만 아니라, 놀라움-흥미로움-슬픔-떨림 등등의 다양한 감각에서도, 또한 그러한 감각을 유발하는 기술들에도 예술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또한 최근에 이르러서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이름 하에 굳이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 개념까지 소급하지 않더라도 예술 개념의 확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에게 있어 예술은 생산자들의 태도 및 감상자들의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아트(Algorithmic Art)’란, 1960년대 경부터 시작되었는데, 명백한 규칙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알고리즘은 주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의미한다. 주로 컴퓨터에서 사용되던 알고리즘을 몇몇 예술가/수학자들이 예술에 적용하면서 새로운 컴퓨터 예술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알고리즘 아트는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생소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등장하는 작업들은 과거의 알고리즘 아트와도 다른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 과거, 알고리즘 아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와 같은 의외의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디지털 컴퓨터를 처음부터 예술의 창조에 사용할 가능성을 탐구한 작가 마이클 놀(Michael Noll)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1961년부터 벨 실험실에서 연구생으로 근무한 그는 동료의 프로그래밍 오류로 발생한 ‘버그’의 괴상한 기호로부터 새로운 예술을 제작하였다. 당시 그가 예측한 미래 예술/예술가의 모습은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볼때, 사뭇 의미 심장하다.


“아직까지는 수단이 결과물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 .... 미래가 어떻게 되든 - 과학자들은 거의 모든 종류의 회화도 컴퓨터로 생성해낼 수 있는 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 예술가의 실체적 터치는 더 이상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내맡겨질 것이다. 매체 혹은 기법과 작화의 메카닉으로부터 해방되어, 예술가들은 그저 ‘창조’만 할 것이다.”

마이클 놀은 예술가와 프로그래머가 한 인격 안에 결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일종의 패턴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으로부터 예술과의 접점을 만들어갔다. 이러한 흐름은 스스로를 ‘알고리스트(Algorist)’라 명명하며 과거의 예술 작품을 새로운 알고리즘 아트로 탄생시킨 찰스 수리(Charles Csuri)의 작업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하여 당시 회화적으로는 불가능했던 해체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찰스 수리의 작품은 스트라스부르 사회심리학 연구소장인 아브람 몰(Abraham A. Moles)의 언급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는 컴퓨터가 이미 존재하는 하나의 테마의 가능한 다양한 변주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여기에서 컴퓨터가 예술에 들여온 새로운 전망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알고리즘 아트가 기존 예술적 주제와 관련된 변주만을 일삼는 예술은 아니다. 위에서 열거한 작품들이 일정 측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란 방법을 통해 기존 예술의 모습을 답습해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 알고리즘의 원리 자체를 가지고 예술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던 시도들 또한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2. 알고리즘 아트의 또 다른 실험들


1913년 마르코프(A.A. Markov: 1856~1922)는 수학적 이론을 시학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그는 기존의 확률론에 시간적 계기를 수학적 계산 안에 포함시켰는데, 가령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였을때 앞서 벌어진 사건에 확률적으로 구속되는 경우들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확률론을 제안하였다(마르코프 체인). 그는 푸쉬킨의 극시 <예프게니 오네긴> 의 텍스트에서 처음 2만자를 취해 그것들을 모음(V)과 자음(K)의 기호의 열로 환원시킨 후, 이 연쇄에서 자음과 모음이 등장할 확률을 계산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텍스트가 지닌 기존의 의미론적 연쇄에서 텍스트를 벗어나게 하였다.

마르코프의 이론은 이후 후대에 와서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패턴들을 분석하며, 확률론의 적용 범위를 수학 바깥의 현상들로 확장되게 만들었다. 카와노 히로시는 1959년경부터 정보이론 및 막스 벤제의 정보미학 연구를 시작하여, 다양한 컴퓨터 아트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마르코프 도형의 구조와 촘스키의 언어생성문법이론 등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는 이러한 시도로서 인간의 미의식과 예술 활동을 기계적으로 재현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마르코프 체인을 활용한 위와 같은 실험이 텍스트를 의미 기호에서 확률론적 신호의 열로 변환시켰다 하더라도, 과연 문학 작품들을 수학적으로 측정하고 계량할 수 있을까.



3. 예술로서의 알고리즘 아트


그렇다면, 이러한 알고리즘 혹은 수학적 / 과학적 공식들을 가시화하는 것이 어떠한 예술적 의미를 지닐지를 생각해보자. 최근 현대 예술을 살펴보면, 기존의 예술과는 다른 미적 범주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인상파 화가들이 눈에 포착된 일상의 아름다움 자체를 관객들에게 제공하였다면, 현대 예술은 오히려 우리의 사회 속에 내포된 한눈에 간파하기 힘든 숨어있는 진실을 끄집어내려고 시도한다. 현대 사회를 카오스적 상황으로 파악한 노베르트 볼츠는 우리에게 친숙한 주변 환경이 우리에게 질서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우연적인 상태의 확고한 가상- 즉 예외라고 언급한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의 기능을 생각해보자면, 조금 다른 시선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에를 들어 우리에게 예술이란, 어쩌면 가상 이미지에 뒤덮혀 있는 현실을 들추는 것이며, 현실을 움직이는 일종의 규칙을 탐구하는 것이 될수도 있다. 즉, 사회적 시스템이 우리의 현실 세계를 가상화하고 모의 실재화 할수록 예술은 그것을 파악하고 끄집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아브람 몰은 더 나아가 예술의 기능 및 예술가들의 변화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예술의 기능은 이로서 변화한다. 예술은 사회에 새로움의 질을 가져다준다. 예술가들은 이제 작품의 창조자가 아니라, 예를 들어 프로그램을 위한 아이디어의 창조자다. 그의 지위도 변화한다. 저작권은 예술가와, 기술적 수단을 자신에게 제공한 사회조직 사이에서 분할된다. 예술가는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바뀌는 것이다. 그는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그의 언급은 다소 급진적이긴 하지만, 현재의 예술 상황을 부분적으로 대변한다. 예술가들은 급속도로 기술적 환경에 익숙해지고 또한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 사회를 대변하고 숨어있는 진실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이 예술가들이라면, 그러한 정의는 시대를 관통하여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과 아름다움을 찾는 방법은 변화한다. 과거 숫자들의 배열로만 인지되었던 일종의 규칙들이 새로운 알고리즘 아트로서 우리에게 제시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가 필수적이다. 그것을 인지하고 예술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 즉 감상자의 존재이다.

* 본 글은 태싯 그룹 (Tacit Group)의 알고리즘 아트 전시 심포지엄 자료집에 실린 글을 조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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