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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어드벤처

2011-02-16


어린 아이들만큼 창조적인 존재가 어디 있을까? 그들의 시각을 통하면 재미없는 사물도 흥미로운 그 무언가로 변화한다. 놀이기구도 마찬가지다. 정글짐도, 그네도, 시소도 그네들에 의하면 최초의 목적보다 진화한 흥미로운 탈 것이 되어 버린다. 금천예술공장의 입주작가인 윤가림과 오지윤의 프로젝트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Adventure Playground)’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금천구는 독특한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구로공단’이라 불리던 공장지역과 주거지역이 근접해 있고 더불어 도축산업과 자영업 등의 다양한 업종이 혼재되어 있다. 일반적인 주거지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어린이용 놀이 시설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처음 윤가림 작가가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했을 때 가장 주목했던 점도 바로 이 것이었다.

“금천구에는 특히 외국인 인구가 많은 편입니다. 처음엔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한 공공예술에 관심을 가졌었죠. 그러다가 작년에 심포지엄을 했었는데 좀 더 이 지역과 그에 연관된 공공예술에 대한 과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 이후에 이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겁니다. 이 지역엔 어린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연립주택이나 쪽방촌에 사는 아이들은 놀이 공간이 없어서 주차장에서 놀고 그러거든요. 그게 상당히 큰 문제인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아이들을 찾아가는 놀이기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금천구의 취약한 놀이환경에 주목한 윤가림 작가는 미국에서 일하다 잠시 귀국한 오지윤 작가에게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된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의 작업을 보아온 절친 사이. 각기 런던과 뉴욕을 오가며 교류해온 이들에게 협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윤가림 작가가 프로젝트의 기본 뼈대를 내놓으면 건축을 전공한 오지윤 작가는 그걸 구체화시켰다. 작업이 순항을 지속한 이유는 바탕에 깔린 이런 두 사람의 든든한 유대관계 덕분이었다고. 더불어 두 사람이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은 바로 ‘어린이의 정의’와 ‘환경’이었다. 어린이는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며 그를 통해 성장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 구비된 어린이 놀이시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진 것.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라는 개념이 더 창의적인 것 같아요. 새로운 지역이 개발되면 아이들의 공용공간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잖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마다 놀이터가 있는데 형태 자체가 상당히 뻔한 편이에요. 거의 빨, 노, 파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컬러와 시소와 그네, 미끄럼틀 등 기구의 종류도 그렇죠.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서 원색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 상당히 인상적인 놀이기구를 봤어요. 벌판에 꽂힌 기둥 몇 개에 밧줄이 달려 있는데 매우 흥미로웠죠. 사실, 아이들이 정해진 대로만 놀진 않잖아요. 또래들끼리 어울리며 자신들만의 놀이를 고안해내죠. 활동을 제한하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창의적인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하필이면 이들이 ‘아이들의 놀이기구’에 주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단순히 ‘먹고 사는 것’ 이외의 것들을 중요시 여기게 된 요즘, 공공예술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지역에 근거를 둔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그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들은 수많은 공공예술의 범주 속에서도 굳이 ‘아이들’에 집중하게 된 것은 ‘소수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때문이었노라 이야기한다. ‘코너에 몰린 사람을 위한 코너’라던가, 장애인과 아이들을 고려한 다양한 고민들이 현재의 프로젝트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윤가림 작가는 어릴 적, 후회를 남긴 기억들을 위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즐긴다. 유아기 때의 선험적인 기억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남긴다고 굳게 믿기 때문. 그간 그녀가 작업해 온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담긴 오브제를 담은 작품이라든가, 어린이 장난감을 분해해 만든 작품들이 바로 그 관심에 대한 반증이다. 이런 까닭으로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한 이후에 윤가림 작가가 제일 먼저 집중한 것이 바로 어린이들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이들이 진행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전시가 끝난 이후에 금천구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처음 기획한 세 가지의 놀이기구를 예산과 시간의 문제 때문에 두 가지로밖에 축소할 수 없었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놀이기구는 그 자체만으로 매우 참신하다. 탄성 있는 고무 소재로 가리개를 만들고 아이들이 그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놀 수 있게 만든 ‘슝슝슝’과 스테인레스 스틸을 이용, 회전축 놀이를 할 수 있게끔 만든 ‘뺑뺑뺑’이 바로 그 것. 안전성 검사에만 통과하면 이 두 작품은 놀이기구로 금천구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구청에서 3월에 영유아 플라자를 개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플라자 밑에 큰 지하공간이 있는데 그 곳을 여성보육과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려고 계획 중이죠. 장난감나라와 체험 학습실을 개방하게 되는데 이 곳의 담당자 분들과 저희의 생각도 마침 비슷해서 설치 기증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책을 빌리러 올 때 접할 수 있도록요.”

공공예술은 속한 사회의 지적, 경제적 수준을 반영한다. 주지했다시피 우리나라에도 공공예술에 대한 수요와 그 중요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공예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이해와 시스템일 것. 모두의 이해를 위한다는 이유로 공공예술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의미 자체가 퇴색될 것임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명백한 진실이다. 윤가림 작가와 오지윤 작가 역시 이러한 현실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긴 시간을 두고 쌓아나가는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현재도 다양한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엔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수적이에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장기적인 안목에서 융통성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집행하는 사람도 좋은 프로젝트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하고, 진행하는 작가들도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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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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