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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6명 사진가가 바라본 연평도

2011-04-28


같은 공간과 사건, 다른 시간과 시선

사진 | 조성수, 강제욱, 채승우, 김성룡, 박종우, 이상엽


조성수 포토저널리스트


한국 사진가로는 드물게 분쟁 지역을 취재해 세계적인 저널에 사진을 기고해온 조성수는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연평도를 찾았다. 그동안 다녔던 이라크, 동티모르, 소말리아 등지의 상황이 자신의 나라에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 속에선 처음 겪는 상황 앞에서의 혼란과 시스템의 부재가 드러난다.


강제욱 사진가


인간이 구축한 문명을 생물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다. 무섭게 솟아 올라가지만 어느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재개발의 용산에서, 아이티, 쓰촨의 지진 현장에서 그리고 아프간과 연평도의 분쟁지역에서 생을 마감한다. 벽은 곰팡이가 피고 갈라진다. 총알과 포탄이 기습하고 땅의 진동, 거센 비바람으로 가루가 되어간다. 흙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창조한 문명을 다시 무의 상태로 앗아가도록 돕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아니 인간은 탄생 이후로 그 생과 사의 굴레에서 한 치도 자유로워진 적이 없다. 우리는 노예다. 일그러진 욕망으로부터.


채승우 사진가/조선일보 사진기자


연평도는 긴장에 쌓여있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기자들은 긴장감 넘치는 사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사진들이 다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김성룡 중앙일보 사진기자


2009년 2월 연평도의 일상을 기록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내가 언제 여기 다시 와 보겠어.’ 그런 연평도를 1년 10개월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됐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의 풍경이 검게 그을린 폐허로 변해 있었다. 오래 묵힌 김치에서 깊은 맛이 나듯, 다큐멘터리에 시간성이 더해졌을 때 사진은 묵직한 힘을 가진다.


박종우 다큐멘터리 사진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던 섬, 연평도는 의외로 조용했다.

사진은 얼마나 정확하게 이 현장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인가. 인적 끊긴 골목의 피격 현장 앞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서둘러 기록을 하고 섬을 빠져나왔다.


이상엽 다큐메터리 사진가


방송용 카메라를 맨 기자들이 분주히 폭격 현장을 오간다. 국내 언론 뿐 아니라 영미권과 유럽권의 기자까지 몰려들어 제각각 이 상황을 해석하고 날려 보낸다. 저녁이면 면사무소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들이 만든 뉴스를 본다. 연평도에 있는 공무원과 주민, 군경, 기자들이 뉴스를 통해 연평도 소식을 듣는다. 정보는 흩어져 있고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기감에 떠는 연평도를 긴박한 목소리로 전하는 앵커의 이야기에 어떤 이는 웃는다. 사실 그렇게 위기감에 몸을 떠는 이는 정작 이곳에 없다. 상업방송은 위기를 부추기고 안보는 판매되는 상품이 된다. 서울에서 전화가 온다. 괜찮냐고. 연평도와 서울은 멀다.

이 섬은 고립됐다. NLL(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서 고립된 연평도는 마치 북으로 막히고 삼면이 바다인 남한을 떠올린다. 소통하지 못하고 각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다. 연평도나 우리 사회나 매한가지다. 우리들은 대북문제에 대한 정확하고 솔직한 정보를 들어야 하고, 무엇이 평화를 위태롭게 했는가를 알아야한다. 그것이 소통부재로부터 오는 전쟁으로부터의 고립을 면하는 길이 아닐까.


* 본 기사는 <월간사진> 2011년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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