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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너와 나의 공방

2011-06-24


어느 때부터인가, 신당동 지하상가를 가득 채웠던 상인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서울 특유의 역동성의 결과였다. 도시 속 텅 빈 지하상가를 하나씩 채우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예술가들. 2009년을 즈음하여 서울시의 주도로 진행된 창작공간이 이곳, 신당동 지하에도 둥지를 틀었다. 2011년 현재를 기준으로 2기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는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바로 그 곳이다. 장소의 특성상 공예를 기반으로 한 공방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곳의 예술가들이 작은 전시를 마련하였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신당창작아케이드

서울시창작공간 신당창작아케이드의 2기 입주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한 단체 전시 기획전 ‘공, 공의 방(工, 共의 房)’이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된다.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의 전시공간과 옥상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신당창작아케이드의 2기 입주예술가 30명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그간 개인 창작뿐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공예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입주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이번 전시는 그간의 작업들에 대한 중간평가적인 성격이 강하다.

전시명인 ‘공, 공의 방(工, 共의 房)’ 역시 의미심장하다. 신당지하상가의 빈 점포였던 공(空)방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공(工)방에서 자기만의 작업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전시와 예술 매개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상인 또는 지역주민 등과 함께 공존하는 공(共)방으로 거듭나고 있는 신당창작아케이드의 변화를 조명한 이름이라고.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공예예술의 오늘을 볼 수 있는 전시인 ‘첫 번째 공(工)방’과 시장상인과 함께 한 공공미술을 소개하고 있는 두 번째 공(共)방, 마지막으로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는 아트마켓 ‘도시락’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의 팜플렛이자 포스터는 손잡이가 달린 상자 모양으로 제작, 아트마켓을 찾은 손님들을 위한 포장용기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작가의 작업실을 지칭하는 ‘첫 번째 공(工)방’에서는 작가들의 개별 창작물을 소개하고 있다. 1층 전시공간에서는 인조가죽을 주재료로 모직과 솜 등을 이용하여 부드러운 입체물(Soft Sculpture)작업을 주로 하는 오화진 작가의 작품, 헌 옷가지나 청바지 등 쓸모 없어진 옷감의 형태를 재구성하여 회화적 표현을 시도하는 추영애 작가의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금속 분야는 조수정, 진유리, 윤혜림, 박송희, 손다옥, 백자현 김귀영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더랜드라는 가상의 세계를 몽환적 이미지로 표현한 유정아 작가의 유리조형작품, 칠보공예가 서지은의 설치작품 등이 전시 중이다.

옥상공간으로 올라가는 층계참에서 상영되고 있는 ‘연환’은 역시 입주예술가인 김동욱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식당 ‘연환’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5분 분량의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시나리오부터 캐릭터 제작, 영상촬영까지 작가 혼자서 진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옥상공간에서는 도자작업을 통해 인간 심리의 진화와 변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김태훈 작가의 도자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는 복잡한 인간의 감정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흙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단순화된 이미지로 구성,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두 번째 공(共)방’에서는 예술의 공공성에 대해 실험하는 입주예술가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시장상인과 함께 협업을 진행한 이웃상회(이미화)의 작업, ‘신당생활사박물관’은 신당창작아케이드 인근 중앙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을 이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플라스틱 그릇을 이용하여 시장상인들의 아이디어를 담아 만든 전등갓, 만두깔판이나 고무장갑 같이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소품들이 예술가들의 미적 실험을 통해 재 탄생했다. 이불집 사장님의 아이디어와 도자공방 최주희 작가의 손맛으로 탄생한 ‘도자기-일회용 접시 전등갓’, 동해횟집 사장님과 섬유작가 임혜원 작가의 협업을 통해 커팅기법으로 만든 앞치마와 다양한 소품, 88수산, 회마당 등 횟집상인 7인들에게서 그들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문구를 친필로 받아 제작 설치한 ‘수채작업’등은 예술가의 새로운 시선을 통해 지하상가 바닥의 수채가 더 이상 찌꺼기를 걸러내는 용도가 아닌, ‘읽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매체로 재 탄생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새롭다.

건축+미술 프로젝트팀인 리슨투더시티의 일원인 박은선은 ‘서울투어스’, ‘어반 드로잉스’등 서울의 도시환경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통해 도심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어반 드로잉스’는 리슨투더시티(박은선, 정진열, 스태틱)의 기획으로 출간되는 독립예술건축잡지로,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관찰하고 담론을 만들며, 설치와 드로잉 등을 통해 미래의 도시를 상상하는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또한 서울-리버풀 도시교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0년 7월에 진행된 ‘서울투어스’는 황학동 중앙시장과 청계천 일대를 비롯해 서울도심을 투어하는 관광 프로젝트의 아카이빙 전시이다. 스태틱 폴 셜리반(영국), 마크 보로사(건국대 건축과 교수, 스페인) 등이 참여했으며, 이 아카이빙 전시는 지난해 9월 영국 리버풀 스태틱갤러리, 11월 서울 공간 해밀톤에서 전시된 바 있다.

이번 전시 ‘공, 공의 방(工, 共의 房)’은 서울시창작공간의 두 공간인 신당창작아케이드와 서교예술실험센터의 협업을 통해 서울시창작공간만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전시로도 주목 받고 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이번 소규모 전시에 이어 역시 입주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단체전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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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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