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5
도시의 확장, 혹은 도시의 생태학을 다룬 수많은 책들에 의하면 이미 도시는 생명을 지닌 유기체이다. 도시는 스스로 번식하고 숨쉬며 때로는 재생을 감행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증명한다. 자신이 단지 콘크리트와 전선으로만 이루어진 괴작이 아니라는 듯이. 중요한 것은 이런 도시의 생명력을 어떤 시선을 가지고 지켜보느냐일 것이다. 문래동 예술창작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독일 작가 카트린 바움게르트너(Katrin Baumgaertner)의 작품들 속에는 도시에 대한 독특한 시선들이 가득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비영리전시공간 솜씨
작가 카트린 바움게르트너에게 있어 도시는 생명을 간직한 유기체이다. 작가는 그간 지속적으로 부서지고 새로이 지어지는 도시와 건축물을 움직이고 생성되는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의 시각으로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는 모든 생물을 포함한 사물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유기체로 인식한다. 바움게르트너는 모든 유기체의 ‘변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보며 그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그 순간들을 그만의 시각으로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카트린 바움게르트너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그녀가 천착하고 있는 ‘도시의 재생능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는 지역이다. 문래동은 군데 군데 텅 빈 철공장 촌의 공백을 예술가들이 메꾸고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술과 산업이 함께 하는 복합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곳. 이런 문래동 예술창작촌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비영리전시공간 솜씨’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눈 여겨 볼 것은 바로 ‘도시유기체’ 이미지이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순간들, 작가는 이를 ‘도시 유기체’라 통칭한다. 매일 ‘건물 뼈대’ 위에 조금씩 ‘건물 살’이 자라나고 마침내 ‘건물 피부’를 가지게 되는 도시의 생명력. 또한 건물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건물 몸을 다시 변화시킨다. 결국 ‘도시’라는 존재는 작가에게 있어서 유기체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대부분 잉크 펜과 마커를 사용한 점이나 선을 사용, 오랜 동안 수작업으로 완성된 것들이다. 사멸하는 유기체, 변화하는 유기체의 순간들은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들과 혼합되고 작가가 점을 찍는 순간의 수작업을 통해 또 다른 유기체로 탄생된다. 출품작 중 ‘Electric Bird City(2010)’는 문래동에서 바라본 아파트 촌의 어지러운 전봇대의 전선줄이 어느 순간 마치 마을을 지켜주는 아름다운 수호 새와 같은 형상으로 보였던 순간을 옮긴 작품이라고. 이번 전시는 8월 10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