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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자연이 될 것이냐, 인간이 될 것이냐

2011-08-12


급속한 발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자연은 단지 소비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자연이 가지는 한계를 극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현재,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비욘드뮤지엄에서 열리는 일본의 설치 미술가 쿠리바야시 타카시의 ‘INBETWEEN 展’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극명하게 담아내고 있는 전시이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뮤지엄피플

지난 3월 11일에 발생한 일본 동북대지진은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이번 지진이 더욱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지진으로 인해 붕괴된 후쿠시마 원전 때문임은 주지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일 것.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독일은 원전의 포기를 공식화했고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원전의 점진적인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 한다. 독일 유학 시절부터 경계선과 영역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공간에 표현해 온 작가 쿠리바야시 타카시는 흔히 ‘린파’로 불리는 타와라야 소타츠, 오가타 코린 등의 일본 전통회화의 공간의식을 계승해 온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바다표범이나 펭귄 같이 육지와 물을 넘나들며 사는 동물들을 등장시켜 경계선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 왔다. 하지만 이런 그의 작품세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일본 동북대지진에 의한 원전 사태 때문이라고. 그는 3. 11 대지진에 대해 “동북대지진이 발생한 3.11은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국가에게 경종을 울리는 시대의 전환기이며 스스로의 작품인생에 있어서 또 다른 경계선이 되어 3.11 이전과 이후의 작품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쿠리바야시 타카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일본 동북대지진에 의한 피해, 그리고 그것에 의해 초래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통해 시대와 자연의 필연성을 간과하며 이기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또 이런 실수를 반복하려고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괴로움과 고뇌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강력한 ‘진실’들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전시과 1층을 모두 사용하여 서울 도심 속의 거대한 숲을 표현하는 ‘Wald aus Wald’를 비롯, 수직적인 절대 공간의 개념을 뒤집는 ‘Unter dem Wasser’는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특히 ‘Wald aus Wald’의 경우, 지난 해 일본 모리미술관의 기획전시를 통해 선보이며 30만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야마가타에 서식하는 낙엽송의 형태를 떠내고 닥나무과 삼지닥나무 등의 천연소재를 이용한 종이와 펄프로 제작되었다. 조형물 중간중간에 위치한 구멍은 관람객이 직접 머리를 내놓고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는 벌레의 관점에서 보는 숲의 풍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좁은 시야에 대한 풍자를 의미한다고.

전시관 1층의 천장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작품 ‘Unter dem Wasser’는 중립적이고 절대적인 공간 개념에 대한 상식을 깨는 작품이다. 천장을 향해 난 낯선 계단을 통해 천장 위를 들여다 보면 일반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천장이 아닌, 숲과 자연의 연장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이를 통해 천장 위의 세계를 보고 나면 전시관은 더 이상 예전의 전시관이 아니게 된다. 전시관 3층의 외부공간은 타카시 쿠리바야시의 퍼포먼스 ‘YATAI TRIP’이 진행될 공간이다. 포장마차를 뜻하는 일본어인 야타이는 그 특유의 균형감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과 경계를 노출시키는 장치로 활용된다. 특히 2011 야타이 트립에서는 대도시 서울과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에서 펼쳐지는 각각의 야타이 트립 퍼포먼스를 통해 장소성과 공간성의 변화에 따른 반응들을 비교하고 관찰하게 된다. 8월 5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10월 1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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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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