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3
진화론은 찬반의 의견이 갈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진화론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충분히 인정받을 논리이다. 이 광활한 우주에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은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존재한다. 그렇게 생물은 짧은 한때에 있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추운걸 못 견디는 사람은 겨울을 싫어한다. 그러나 항상 따뜻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는 이상 추위를 참고 견뎌 내야 한다. 곧 다가올 봄과 여름이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진 생물체라도 자연의 힘을 이기지는 못한다. 물론 물리적으로 조금은 변화실 킬 수 있을 수는 있다. 기술의 놀라운 발전 속도는 보통의 사람은 받아들이기도 전에 사라질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문득 인간은 왜 자꾸 발전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 더욱 진화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저 먼 옛날사람들도 유토피아를 꿈꾸며 더 나은 삶을 바랬으니,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희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은 언제 사라질 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를 조금이나마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은 대비책으로 생각된다. 과학자들이 기술을 발전시키며 불안을 해소할 방법을 마련할 동안 예술가들은 무엇을 할까?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예술은 생존 후의 잉여활동으로의 가치가 아니라 생존의 기술을 강화시켜주는 기술이다.
윌킴, 강소영릴릴, 송호준, 안두진, 정소영 5명의 작가가 갈라파고스展을 통해 제시한 생존을 위한 기술이 궁금하다.
수채화 애니메이션을 삶에 대한 환희와 리듬에 대한 비유, 정신적인 에너지, 감정적이고도 내적인 고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윌킴은 새를 비롯한 몇 가지 생명체를 수채화로 표현하였다. 작업의 시작에 물고기와 물을 색채의 흐름과 연결하여 표현된 수채화 애니메에션 “Palette of the Ocean”과 사랑과 절망에 대한 정신을 한 쌍의 공작새와 폭력적으로 묘사된 뱀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Naked Branched”는 공작새의 얼굴 혹은 꼬리처럼 전체가 아닌 일부만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안정적이지 않은 채로 종이들이 늘어섰다.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화면도 어떠한 완벽한 형태를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지구라는 별 위에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벽에 붙은 새 그림으로 치환되었다. 작가는 생존의 기술 보다는 현재 우리의 위태로운 상태를 상기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두 곳의 다른 장소가 두 화면에서 보여진다. 자연스러운 이어짐은 같은 곳의 연장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 곳은 밀물 때고 다른 곳은 썰물 때의 바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백령도와 중국과 대만 사이 치열한 포격전이 있었던 금문도의 해안가의 모습이다. 해안가 방어장치에서 굴을 캐는 70대 할머니는 자식들 모두 용의 이빨에서 키워냈다며 자부심을 가진다. 오랜 전투로 지쳤던 금문도는 이제 양국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관광 페리가 뱃길을 오간다.
지구가 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연현상인 밀물과 썰물처럼 같은 곳이지만 불과 몇 년 만에도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곳으로 변하는 작금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공학도인 송호준은 꽤 유쾌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름도 거창한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 비디오를 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장난처럼 느껴진다. 어렸을 때 한번쯤 상상해 보았을 우주 탐험을 조악한 종이 실험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작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실험에 임한다.
세상에는 자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까 그의 말도 안 되는 상상에 즐겁게 동참해보자.
안두진은 이마쿼크라는 새로운 용어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원자폭탄이 터지는 전쟁의 한 장면 같은 그의 그림들은 불안과 공포가 담겨있다. 일련의 작업들에 반복되는 패턴을 이마쿼크라고 정의 내렸다. 이마쿼크의 집합을 통해 기관과 기관체 처럼 유기적 구조화를 이루어 의미와 개념을 나타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전쟁이 누구에게는 신화가 되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절망이 되는 대립을 작가는 다소 강한 시각언어로 상기시킨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는 인간은 그러나 자연을 결코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끊임없이 괴롭힌다. 정소영을 그런 인간의 욕망을 꼬집는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공적인 조합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제는 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도덕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 받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며 산다.” 인간의 수명은 자꾸 늘어 나는데 늘어난 만큼 의미 있는 일들이 많아 질 것인가가 의문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존의 불안상태에 놓여있다. 인간의 욕망 때문에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별은 유기적인 존재다. 지구도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유한한 별이다.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좀 더 안정적인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생존에 대한 고민 해보게 만드는 이번 전시는 오는 2월 17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일민미술관
http://www.ilmi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