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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로마 오페라, 130년간의 무대를 한자리에서 만나다

2013-11-18


오페라의 어원은 'Opera in musica' 즉, 음악으로 된 작품을 말한다. 음악이 주를 이룬 말 그대로 가극인 셈이다. 오페라는 영화와 뮤지컬이 탄생하기 전까지 음악을 비롯해 무용, 문학, 연극, 건축 등 모두가 어우러진 가장 총체적이고 강력한 종합예술이었다. 이러한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는 그 역사와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이 많다. 이탈리아 비미날레 거리에 있는 로마 오페라극장 역시 그중 하나다.

글│구선아 객원기자( dewriting@naver.com)
자료제공│ 서울역사박물관


로마 오페라극장은 1879년 도메니코 코스탄지(Domenico Costanzi, 1810~1898)가 건축가 아킬레 스폰드리니(Achille Sfondrini, 1836~1900)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공간이다. 극장은 고대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의 저택이 있었던 장소에 지어졌으며, 1880년 11월 27일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의 〈세미라미데〉 공연으로 개관식을 열었다. 개관 당시 3천 500석의 규모를 자랑하면서, 유럽 최대의 오페라극장이 탄생한 것이다. 초기에는 건축주의 이름을 본 따 코스탄지 극장으로 불리다가, 1928년 로마시가 인수한 후 2월 27일 보이토(Arrigo Boito, 1842~1918)의 <네로네> 를 공연하면서 왕립 극장으로 불렸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왕제 폐지에 따라 지금의 로마 오페라극장이 되었다.

로마 오페라극장에서는 세계 3대 테너 엔리코 카루소, 루치아노 파바로티, 마리아 칼라스가 무대에 올랐고,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솔티 메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등이 연주하는 등 음악사에 빛나는 수많은 오페라들이 공연되었다. 또한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토스카> 가 1900년 이곳에서 초연되는 업적을 남겼고, 푸치니의 과감한 음악적 도약이자 유작인 <투란도트> , 안드레아 만테냐, 루벤스, 렘브라트 등이 그렸고 영화, 문학, 회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삼손과 데릴라> 도 초연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세계적인 오페라가 처음으로 공연된 곳이 바로 이곳, 로마 오페라극장이다.

이곳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로마 오페라극장은 저명한 예술가들이 작업한 11,000점에 달하는 의상, 의상디자인, 무대디자인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에서도 최대 규모의 오페라 아카이브를 구축하면서, 백 년 전 혹은 수 십 년 전의 이탈리아 예술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이 중 로마 오페라극장을 장식한 당대 저명한 예술가 25인의 의상 21점과 의상 · 무대디자인 스케치 · 회화 81점 그리고 가면 3점 등 총 105점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눈으로 듣다 : 로마 오페라극장의 의상, 무대디자인 100선> 전시가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의 예술을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실제 공연되었던 흑백 사진들과 무대디자인, 의상디자인 스케치, 회화, 콜라주 그리고 의상 샘플까지 예술가들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구현되거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른 형태를 추구하는 모습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예술가와 무대미술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작업들도 전시된다. 추상화가 조르주 데 키리코(Georgio di Chirico, 1888~1978)가 1964년 <오델로> 의 데스데모나 역을 위해 만든 붉은색 실크드레스의 스케치와 의상은 물론 조각가 자코모 만추(Giacomo Manzù, 1908~1991)가 작업한 오페라 <오이디푸스 왕> 에서 선보인 회색의 모직 의상도 그중 하나다. 특히 <오이디푸스 왕> 은 실제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던 모습도 전시장 내에서 영상으로 관람 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왕> 에서 자코모 만추는 무대세트와 의상을 담당하였고 감독으로는 루이지 스퀘아지니(Luigi Squarzine), 음악은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지휘자는 졸탄 페스코(Zoltan Pesko)가 맡아 공연하였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극장들의 오페라와 발레 무대 디자인 작업을 활발히 해 온 엔리코 프람폴리니(Enrico Prampolini, 1894~1956)의 무대 건축 회화작품과 의상 스케치도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미래주의적인 특성 외에도 빛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모습도 있다. 그리고 1950년대 후반 최초의 3차원적 작품들을 발표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아르놀도 포모도로(Arnaldo Pomodoro, 1926~ )의 작품들도 전시되었는데 원구, 기둥, 정육면체, 피라미드 등 그의 작품의 특징적 레퍼토리가 무대 건축, 미술뿐만이 아니라 의상디자인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특유의 간결함과 독특한 표현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로렌조 토르나부오니(Lorenzo Tornabuoni, 1934~2004)의 의상과 의상디자인 스케치, 무대디자인 회화 작품도 있다. 1960년대 오벨리스크 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하면서부터 관객과 평단의 지속적인 호평을 받아 온 로렌조만이 표출할 수 있는 독특한 표현 방식이 드러난다.

전시 개막식에는 각국 주한대사 및 공연예술계 관계자, 무대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등이 참석하여 전시 개막식 날이 아니라 공연 오프닝을 방불케 했다. 개막식 행사로는 서울대학교 서혜연 교수가 기획한 ‘이탈리아 오페라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창작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다. 한국적인 상상력으로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 년쯤 후에 사람들이 한국의 공연예술이 얼마나 다양했었는지, 발전하고 있었는지, 뛰어났는지 알 수 있으려면 체계적인 아카이브화 작업도 중요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나 기관에서 보다 관심을 가져준다면 백 년 후에는 한국적 상상력이 충만한 창작극들에 대한 의상, 무대디자인 100선과 같은 전시가 선보여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서울역사박물관:http://www.museum.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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