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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불안, 포르투갈적 예술을 말하다

2014-02-07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유한 이미지를 찾기 어려운 나라다. 15세기 대항해 시대를 열었으며, 20세기 초반 스페인과 함께 가장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기도 했지만 이후 계속된 경제 침체는 나라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불안: 포르투갈적 표현 양식들’은 이러한 포르투갈의 사회적 풍경을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건축, 미디어, 조각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전통은 혁신이다: 포르투갈 현대 건축
오랜 기간 계속된 경기 침체는 자국의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포르투갈의 건축 역시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에 놓여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 지향적인 흐름이 주춤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건축 프로젝트보다는 기존의 공간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이 많고, 이를 위해서는 과거 포르투갈 건축과 지역적 특성을 이해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많은 건축가들이 풀어야 할 문제였다.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 공살루 바티스타와 유타카 시키가 구성한 전시 기획팀)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젊은 건축가 8개의 팀의 고민과 15개의 건축 프로젝트 영상과 건축 사진을 소개한다.

성 안토니오(Santo António)
작품이 걸려 있지 않은 하얀 벽을 응시해본 경험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불안과 혼란의 징후는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 사이에서 응시하게 되는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성 안토니오 섹션은 흰 벽과 그 위에 흐릿하게 자리 잡은 85점의 드로잉과 전시장 중앙에 있는 공간에 놓인 비디오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폐막작으로 소개된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의 <안토니오 축일의 아침> 은 성 안토니오 축일을 맞아, 거리를 떠돌고 부유하는 젊은이들을 영상으로 담았다. 전시장 벽면에 놓인 드로잉 작품들은 이 작품에 등장한 젊은이들과 스탭들의 모습을 흐릿한 윤곽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공간 안에서 중첩되면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합하는 미학(Merging Aesthetics)
마리오 로페즈는 과거 포르투갈이 그러했듯,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적 상황에 영향을 받은 작가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원을 찾아가는 일은 다소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동서양의 기법을 결합해 만든 조각, 회화, 태피스트리 작품들은 포르투갈의 전통 보도 포장 칼사다를 떠올리게도 하고, 일본의 돌 정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편, 이번 전시가 열리고 있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포르투갈의 세계적 건축가 알바루 시자에 의해 지어졌다. 평소 그의 건축 철학에 따라, 이곳 역시 인조적인 환경을 배제하고 자연광과 동선으로 전시 공간을 인식하게 하는 곳이다. 전통은 혁신이다 섹션에서 마주치게 되는 외부 풍경과 성 안토니오 섹션의 드로잉 작품 사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빛과 같은 전시장의 우연적 개입들은 전시의 재미를 더해준다. 건축물 안에서 포르투갈적 표현 양식을 찾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2월 9일까지 계속 된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http://mimesis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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