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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자연과 어우러진 삼각형 형태의 사비나미술관, ‘명상’ 주제로 한 재개관 특별전

2018-10-30

안국동에서 22년의 시간을 보낸 사비나미술관이 11월 1일 은평구 진관동에 새롭게 문을 연다. 자연을 품은 미술관이 되고자 북한산과 둘레길이 가까이에 있는 이곳에 터를 잡았고, 융복합적 혁신을 시도해왔던 사비나미술관의 정신을 담고자 삼각형 형태의 건축물을 택했다. 대지 선정 단계부터 건축물이 지어지기까지 소통이 끊이지 않았던 공간이다. 

 


은평구 진관동에 새롭게 문을 연 사비나미술관(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건축물은 미술품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건축물의 재료를 극도로 제한, 외관은 재활용된 백색고벽돌을, 내부는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확장성을 고려해 가변적으로 설계된 이 공간에서는 폐쇄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지상 5층, 연면적 1740.23m²(526.42평) 규모에 1층은 안내데스크와 카페, 2,3층은 전시장, 4층은 관장실과 학예실 및 수장고, 5층은 미술관 아카데미 및 전시, 이벤트 공간인 사비나플러스와 명상의 공간이 마련된 루프탑(명상의 방)으로 되어있다. 

 


미술관 건물 1층 외벽에 설치된 김승영 작가의 작품 〈말의 풍경〉(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미술관 후면 외벽에 설치된 이길래 작가의 〈소나무 2018-0〉(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3, 4층 내부 계단에 설치된 황선태 작가의 〈빛이 드는 공간〉

 

 

그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여온 것처럼 사비나미술관은 재개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건축물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예술가와 소통하며 예술품이 스민 건축물을 완성하는 ‘AA프로젝트(Art&Architecture) - 공간의 경계와 틈’이다. 미술관의 건축을 맡은 공간종합건축의 건축가들과 김범수, 김승영, 박기진, 베른트 할프헤르, 양대원, 이길래, 진달래&박우혁, 황선태 등 8명의 작가들은 건축물의 환경적, 건축적 특성을 탐구했고, 총 8점의 공간 설치작품이 건축물 외벽의 벽돌, 외부공간, 창문, 문, 계단, 루프탑 등 미술관 곳곳에 설치돼 있다.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 전시 전경

 


허윤희 작가의 〈나뭇잎 일기〉(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강운 작가의 〈0-1095〉(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재개관 기념 특별전으로는 자연친화적인 미술관의 콘셉트에 맞게 ‘명상’을 주제로 한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을 준비했다. 총 28인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2, 3층, 전시장 1, 2에서 전시된다. 

 

신문을 까맣게 칠하며, “신문을 지우는 일은 나를 지우는 일”이며 “나의 작업은 그리기인 동시에 지우기”라 말하는 최병소 작가, 1,095일 동안 매일 일정한 시간, 같은 방식으로 선을 그어온 강운 작가, 10년간 매일 산책길에서 주운 나뭇잎을 그려 일기를 기록해온 허윤희 작가 등 수행적 요소가 담긴 작품들과 실재의 본질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박선기 작가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버려진 부품들을 지시문에 따라 닦아볼 수 있는 배성미 작가의 〈뜻밖의 노동〉

 


직접 돔 구조물 안에 누워볼 수 있는 김지수×김선명 작가의 〈페트리코(Petrico)〉(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집중하면 팝콘이 튀겨지는 이준 작가의 〈팝콘 마인드〉. 화면에 떠있는 글자들은 실시간 검색어이다. 

 

 

생체인식센서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주는 리즈닝미디어의 〈Hello! Inside〉는 참가자에게 맞는 명상법도 알려준다. 명상법에 가까운 작가의 작업과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작품도 있다. 배성미 작가는 버려진 기계 부품들을 반복적으로 닦으며 성찰의 순간을 마주하는데, 관람객은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의 지시문대로 직접 부품을 닦으며 이러한 과정에 참여해볼 수 있다.

 

3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고소한 팝콘 냄새가 풍긴다. 뇌파인식 헤드셋을 쓰고 집중하면 팝콘이 튀겨지는 이준 작가의 〈팝콘 마인드〉다. 이끼와 흙 위에 그물이 설치돼 누워볼 수 있게 만들어진 돔 구조물 안에서는 팝콘 냄새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평온한 자연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자연 속에서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이 작품은 김지수×김선명 작가의 〈페트리코(Petrico)〉다. 

 


레오니드 티쉬코브, 〈달과 녹색보트〉, 우랄, 러시아, 2015, 디지털 C-프린트, 120x80cm(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사비나플러스 야외공간에 설치된 〈The Stairs to the Moon〉. 멀리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건축물 꼭대기에 달린 빛나는 달을 볼 수 있다.(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5층 사비나플러스에서는 이번 특별전의 일환으로 레오니드 티쉬코브(Leonid Tishkov, 1953~)의 국내 첫 개인전 ‘Private Moon - 레오니드 티쉬코브’전이 열린다. 현대인들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달빛으로 비춰주고자 인공달을 제작해 동화 같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의 사진 작품이 전시되며, 야외공간에는 그의 인공달 작품 〈The Stairs to the Moon〉을 설치, 달이 빛나는 풍경을 선사한다.  

 

사비나미술관은 자연과 어우러진 이곳에서 열린 문화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아름답게 물든 단풍 속에서 사색과 명상을 통해 사유할 수 있는 이번 재개관 특별전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고 다독여보는 것은 어떨까. 사비나미술관의 재개관 특별전은 재개관일인 11월 1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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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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