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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인터뷰

손에 쥐면 따뜻해질 것만 같은 ‘손으로 맨든 인형’

2018-10-31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것을 찾게 된다. 뜨듯하게 엉덩이를 지져줄 전기방석과 보들보들한 무릎담요를 꺼내고, 시린 손끝을 데워줄 핫팩도 슬슬 주문해본다. 보기에 따뜻한 것도 좀 준비해본다. 뭐니 뭐니 해도 포근한 감촉의 패브릭으로 만든 것 만한 게 없다. 

 

그러던 중에 ‘브로보이’라는 이름이 유쾌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계란 프라이, 버섯, 가지, 고추, 아스파라거스 등 부엌에서 보던 여러 재료들이 손바느질 인형들로 만들어졌다. 

 


손바느질로 만든 패브릭 피규어 브로보이

 

 

단순한듯하지만 야채와 과일에서 감명 깊게 보았던 알록달록한 색감과 디테일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선으로만 표현된 눈, 코, 잎은 제각각 다른 표정, 다른 느낌이다. 그 모습이 재미있고 또, 어찌나 귀엽던지 자꾸만 조물조물하고 싶다. 

 

바느질은 기계만큼 정확하지 않지만 그래서 감수성은 더 완벽하다. ‘손으로 맨드는 인형’ 브로보이의 박선주 작가에게 듣는 브로보이 이야기.

 

먼저 브로보이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브로보이는 먹거리들과 소품들을 본떠 손으로 만드는 패브릭 피규어입니다. 작업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네요. 취미로 시작한 작은 일이 본업이 되었어요.

 


브로보이의 로고. 브로보이는 ‘형아와 소년’이라는 의미다. 

 

 

브로보이는 어떤 뜻인가요? 어떻게 이름 짓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브로보이는 ‘형아와 소년’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에요. 작업 결과물이 많이 늘어서 스무 가지쯤 되는데, 자세히 보시면 수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이 가능해요.

 

첫 작업과도 연관이 있는데요,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다 처음 작업을 시도한 것이 `밤브로`인데, 두 가지 소재를 겹쳐 표현했던 탓에 경계가 생겼고, 그 위에 눈, 코, 입을 수놓으니 수염 난 아저씨가 연상됐어요. 처음 결과물을 만들기 전에는 구상한 것들도, 만들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품목만 다양하게 늘리기보다는 이런 재미있는 디테일을 끼워 넣으면 더 특별할 거라 생각했죠. 덕분에 브랜드 네임과 로고 작업도 빠르고 수월하게 마쳤고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섬유를 이용한 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디자인전공이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막상 뛰어들어 일을 해보니 그렇게 마음이 벅차오를만큼 좋진 않았어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그때는 이미지 공유·검색 플랫폼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디자인 서적을 많이 봤는데요, 쭉 훑어보니 피규어 작품에 자꾸 눈길이 갔고, 입체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재료에 대한 정보가 저에겐 큰 벽으로 다가왔죠. 다루기 어려운 것도 많고, 구입해야 하는 것도 많았고요. 그러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라도 시도해보자는 생각에 바느질 도구와 자투리 천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바느질을 전혀 하지 못했던 터라 물론 쉽진 않았어요. 하루 종일 붙들고 있었는데 머리 하나 나오더라구요(웃음). 그런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손바느질로 야채나 과일의 특징을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다.

 

 

패브릭 중에서도 특히 따뜻한 느낌이 나는 재료들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다양한 재료를 쓰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원단으로 통일성 있게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러종류의 원단을 사서 많이 만져보고, 꿰매보고 했죠. 원단의 촉감과 바늘이 통과하는 느낌, 의도대로 디테일이 표현되는지, 바느질이 서툴러도 보완이 가능한 지를 최우선으로 보았고, 그 결과 신축성이 있는 니트나 환편직물을 주로 쓰게 됐어요.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데, 작가님께서 직접 만드시나요? 
요즘엔 가족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포장까지 제가 손수 하고 있어요. 손바느질은 아무리 꼼꼼하게 처리해도 바늘땀이 넓어서 이제 밑작업은 미싱으로 진행하는데, 그래도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요. 

 

손바느질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브로보이 이전 작업까지 포함하면 어느새 손바느질만 3년 정도 했는데요,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서툴고 삐뚤삐뚤해도 완성하고 나면 뿌듯하고, 애착도 생기고요.

 

작업하실 때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수공예 작업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듯이 작업을 시작하면 앉은 자리에서 5~8시간은 금방이에요. 그래서 마감하고 나면 꼭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이 굳거든요. 한의원 문지방이 닳도록 다니다가 얻은 노하우랍니다(웃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단으로 만들어진 인형들

 

 

주로 야채나 과일들을 만드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브로보이 작업 전에는 ‘헌팅 트로피 시리즈’로 동물 머리만 만들었어요. 몸통까지 작업하면 시간과 공이 많이 드니 머리만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동물 표현하기가 은근히 어렵더라고요. 알맞은 원단을 찾기도 까다롭고요. 다양한 컬러를 쓰고 싶었고, 되도록이면 많은 품목을 만들어서 빅 시리즈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5~6가지 남짓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12간지라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제약이 많았죠.

 

야채나 과일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잖아요. 동물에 비해 표현도 어렵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원색의 원단을 쓰기에도 참 편리하고요. 

 

어떤 제품이 가장 반응이 좋은가요?
팽이버섯과 데이지 꽃이 가장 반응이 좋아요. 역시 손이 많이 가는 품목을 가장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동춘상회와의 콜라보로 탄생한 쌀알 캐릭터 인형

 

 

동춘상회와 콜라보도 하셨는데요. 
작년 겨울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했었는데, 동춘상회 기획자분이 제 작업에 흥미를 느끼시고 셀렉 해주셔서 입점하게 됐어요. 동춘상회 오픈 기념으로 용인 백옥 쌀알을 캐릭터화한 오더메이드 작업도 하게 됐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문의는 많은데 아직 온라인 판매처가 없는 탓에 SNS DM으로 개인 주문을 받고 있는데요, 작업량이 많은 데다, 성격도 느긋한 편이라 모든 진행이 더뎌요. 일단, 국내외 온라인숍 오픈이 올해의 소박한 목표이고요, ‘다품목 소량생산’이라는 브로보이의 최장점을 살려 벽을 꽉 채울 만큼의 다양한 품목을 만들고 싶어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브로보이(www.instagram.com/tete_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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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인형 #패브릭피규어 #손바느질인형 #브로보이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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