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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예쁘고 쉬운 알약

2020-06-11

알약 디자인 ‘피모지’로 디자인어워드서 수상한 최종훈 디자이너 

 

알약은 비교적 먹기가 편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약을 먹을 땐 이 약이 무슨 약인지, 효능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여러 개의 약을 먹어야 할 땐 수북한 그 모습에 질려 잘 넘어가지 않을 때도 있고. 

 

매일 먹는 약이어도 이 약은 왜 먹고, 또 이 약은 어떤 약인지 일일이 외우기가 쉽진 않다. 대게는 먹어야 하니 그냥 먹는다. 내가 먹는 알약, 한눈에 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최종훈 디자이너의 피모지 알약 디자인.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와 'A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이다. 

 

 

그래서 한 디자이너가 알약을 디자인했다. 그 주인공은 최종훈 디자이너로, 알약을 그림문자화한 ‘피모지(Pimoji)’ 디자인으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와 ‘A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피모지 알약 디자인은 최종훈 디자이너가 약을 많이 드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지만, 고령층뿐 아니라 약을 먹는 모두에게 직관적으로 약의 기능과 효과를 알려주는 디자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약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귀여운 이미지의 형태로 약에 대한 거부감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아직 학생의 신분이지만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세계의 관심을 받은 최종훈 디자이너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무엇을 만들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물의 본질과 용도에 초점을 두고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종훈 디자이너의 피모지 디자인 이야기다.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현재 협성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으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고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고 실현시키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하게 되셨나요? 
평소 비핸스(Behance)라는 사이트에서 현직 디자이너들의 훌륭한 퀄리티의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보고 영감을 얻곤 했어요. 이번에 수상한 ‘A 디자인 어워드’ 역시 그렇게 알게 되었는데요, 비핸스에 업로드되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A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고, 주변 동기들과 교수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이 알약 프로젝트를 출품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많은 수상자들이 기업이나 현직 디자이너인데,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을 하셨어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알약 디자인으로 올해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와 ‘A 디자인 어워드’ 두 곳에서 수상을 했는데요, 두 어워드 모두 처음으로 출품한 거라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막상 수상을 하게 되니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알약 프로젝트는 고령화 사회에 주목해 노인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솔루션 중 하나로 디자인한 프로젝트다. 

 

 

알약 디자인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가장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디자이너는 항상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제가 특별히 주목한 사회적 이슈는 바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였어요. 고령화 문제에 대한 연구는 사회적 약자라는 노인분들의 현시대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앞으로 언젠가 노인이 될 운명에 처해있는 저희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문제 해결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중에서도 만성질환을 앓고 계시는 우리 주변의 노인분들을 먼저 떠올렸어요.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면 항상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약 봉투들이 먼저 눈에 띄기도 했고요. 그래서 처음엔 팔찌나 이쑤시개같이 일상생활에 쓰이는 물건들에 약 복용과 관련된 행위를 접목시켜 노인분들이 약 먹는 때를 잊지 않게 해주는, 말하지면 넛지 디자인을 생각했었는데, 결과물이 잘 와닿지 않아 좀 더 본질에 집중해서 디자인하기로 했고, 알약 디자인을 하게 됐어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리서치를 하는 도중에 알약에 새겨진 문자나 모양, 색 등을 검색해서 해당 약이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는 알약 검색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부분의 형태들이 비슷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약의 색상이나 형태에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것들을 보게 됐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어요. 

 

알약의 형태를 바꿔서 그 자체로써 직관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요, 특히 인터넷 취약계층인 노인분들이 일일이 이런 알약 검색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까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적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알약의 ‘Pill’과 이모지의 ‘Emoji’를 결합해 디자인한 ‘피모지(Pimoji)’는 장기들의 모양을 메타포로 알약의 형태에 적용시킴으로써 자신이 먹는 약이 어디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어요. 

 

알약의 형태를 통해 약의 효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피모지 디자인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문자적인 요소를 새겨 넣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모양을 형태화해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재밌을 것 같아서 그렇게 진행했어요. 실제 장기들의 형태를 면밀히 관찰해보고 특징이 될 수 있을만한 것들을 빼내서 더 알기 쉬운 이모티콘의 형태로 만들고자 했죠. 

 

다만 심장하면 하트 형태, 신장하면 콩팥을 떠올리는 것 같이 실제 모양과는 다르지만 대중적으로 인식된 이미지에 의해 바로바로 떠올리기 쉬운 모양새들은 그렇게 치환하는 것으로 진행을 했고요, 3D프린터로 가목업을 진행하면서 크기, 각의 둥글기 등을 테스트하면서 디자인했습니다. 

 

알약의 색은 일반적으로 보아온 색들인 것 같은데요, 컬러는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훨씬 더 예쁘고 다채로운 색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 판매되고 있는 시중의 알약 색을 참고하면서 최대한 의약품의, 약의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컬러가 너무 화려해지면 사탕이나 과자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고, 오해의 소지가 생겨 아이들이 함부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에 따른 다른 문제들이 유발될 수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주의하면서 색을 결정했어요.

 

알약 디자인을 하시면서 가장 고민이 된 점은 무엇인가요?
‘장기 모양으로 알약을 디자인했을 때 가장 알기 쉬운 모양은 어떤 것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고령자분들을 주 타깃층으로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분들에게도 장기의 모양이 직관적으로 와닿을 수 있을까’ 가장 많이 생각했고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 최대한 형태에 적용시켰습니다.

 

목업 3D 프린팅 작업

 

3D 프린터로 다양한 모양을 뽑아가면서 알약을 디자인했다. 

 

 

약의 모양은 무척 예쁜데, 실제 목 넘김이 어떨지 궁금해요.  
수상 이후 제 디자인이 온라인에 공유되면서 많이 들었던 의견이에요.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을 했던 건 아니었어요. 스케치를 하고 3D 프린터를 통해 목업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다양한 모양을 뽑아보면서, 최대한 각진 곳 없이 R값을 두어 둥글둥글하게 만들고자 시도했어요. 크기의 경우엔 가장 큰 것은 가로 세로 각각 15mm를 넘지 않게 제약을 두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실제 알약으로 제형 된다고 한다면 변형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목 넘김에 대한 의견은 디자이너로서 작은 요소 하나까지도 디테일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됐어요. 

 

실제로 상용화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한 건 아니었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느낌으로 디자인을 진행했었어요. 상용화에 있어선 여러 기술적인 부분들까지 세세하고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과거 10년, 20년 전 의문을 품었던 스마트폰의 등장이 실현된 것처럼 이러한 디자인도 비슷한 예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평소엔 어떤 디자인 작업들을 주로 하시나요?
제품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학교를 다니면서 많이 배우고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최근에는 제품과 사물 그 자체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의 원인이 되는 사람들의 생활양식, 이를테면 ‘음식은 왜 이런 방식으로 먹기 시작했는가’, ‘칫솔질은 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등의 내용에 대해 그 양식이 나타나기까지 어떤 역사적인 과정과 배경이 존재했는지를 규명해보는 식으로 접근 방식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현재는 학과 졸업 작품 프로젝트를 작업 중인데,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한 접근과 효과적으로 먹는 경험을 전달하는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이전 작업 결과물보다 훨씬 특색 있는 결과물들이 나오기도 했고, 이번에 나온 피모지 디자인 역시 그러한 방식에서 나온 결과물이에요. 

 

앞으로의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가요?
SNS에서 현직 디자이너 분이 남기신 ‘디자이너는 쓰레기를 만드는 직업이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었는데, 꽤 큰 충격을 받았어요. 바로 환경 문제에 관한 얘기인데, 끊임없이 생산품을 고안하고 찍어내는 디자인 산업의 특성을 꼬집는 한마디였죠.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연구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기도 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디자이너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은 필수적으로 지니고 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디자인을 주업으로 삼을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저는 디자인 영역 중 헬스케어 산업분야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최종훈(www.behance.net/judgeloge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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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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