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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 ‘퀘이 형제’의 초현실적 작품세계

2020-09-07

으스스한 느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초현실적인 기운이 감돈다. 온전하지 않은 형체이지만 디테일하게 묘사된 인형들은 섬세한 움직임으로 자꾸만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무나 철사,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인형들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하고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퍼핏 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을 선보이는 퀘이 형제의 작품엔 묘한 신비로움이 살아있다. 

 

퀘이 형제

 

<악어의 거리 '의상실'(Street of Crocodiles Tailor’s Shop)>(1986)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작가, 영화감독인 퀘이 형제는 1980년대 애니메이션의 선두주자이자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불린다. 산업사회가 지닌 부조리, 그 내면의 불안, 초현실주의, 에로티시즘 등의 철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이들의 대표작으로는 <악어의 거리(Street of Crocodiles)>(1986)가 꼽힌다. 1986년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이 작품은 ‘컬트 중의 컬트’,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작품’ 등의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4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스티븐 퀘이와 티머스 퀘이는 일란성 쌍둥이로, 필라델피아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in Philadelphia)와 영국 왕립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영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후 40년간 영국에서 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프란츠 카프카, 브루노 슐츠, 로베르트 발저 등 동유럽 문학과 영화감독 얀 슈반크마예르, 루이스 부뉴엘, 발레리안 보로브지크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아 동화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작품 스타일을 만들었고,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등 유명 할리우드 감독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줄리 테이머 감독의 영화 <프리다>에 삽입된 <죽음의 날(Day of the Dead)>(2002)도 그중 하나다. 

 

<부르노 슐츠의 '악어의 거리(Bruno Schulz’s 'Street of Crocodiles')>(1986)

 

 

<악어의 거리>를 비롯한 <해부실의 남과 여(Rehearsals For Extinct Anatomies)>(1988), <머리빗(The Comb)>(1991) 등 이들의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됐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역시 퀘이 형제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영화와 작품들을 소개했는데, 이와 함께 예술적 가치를 지닌 퀘이 형제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는 퀘이 형제의 국내 최초 전시로, 이들의 작품의 탄생 배경인 애니메이션 세트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을 소개한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전시는 ‘도미토리움’이라 불리는 디오라마 박스를 중심으로 영화와 미술 장르를 넘나드는 융복합 전시로 꾸며진다. 퀘이 형제의 도미토리움은 뛰어난 정교함, 예술성, 완성도로 뉴욕현대미술관(MoMA), 암스테르담의 아이필름뮤지움(EYE Film Museum)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 작업의 중심에 있는 도미토리움을 비롯한 퀘이 형제의 초기 드로잉과 일러스트레이션, 캘리그래피 등,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일러스트레이터, 무대 세트 디자인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해 온 퀘이 형제의 다양한 작업들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영화와 작품이 결합된 형태로 총 6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전시의 공간은 퀘이 형제의 저택으로 꾸며졌고, 전시는 거실에서부터 시작된다. ‘퀘이 형제의 작업실: 코닝크 스튜디오’는 퀘이 형제의 작품이 탄생한 곳으로, 퍼핏 애니메이션을 위한 노력의 시간을 보여주고, ‘소외에 관한 밑그림: 블랙드로잉’에서는 1970년대 중반 종이 위에 연필로만 그린 블랙드로잉 시리즈를 통해 그들의 누아르적 작품관을 전하며, ‘침묵의 비평: 퍼핏 애니메이션’에서는 스톱모션으로 펼치는 몽환적인 서사를 경험시켜준다.

 

<인형의 숨 '어린이 & 마네킹으로서의 오라시오'(The Doll’s Breath 'Horacio, Horacio as Child & Manikin')>(2019)

 

 

‘경이의 방: 도미토리움과 확대경’에서는 ‘잠자는 곳’ 혹은 ‘묘소’라는 뜻의 ‘Dormitorium’이라 이름 붙여진 퀘이 형제의 퍼핏 애니메이션 세트를 통해 정교함과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고, ‘고요한 밤 시리즈: 다양한 실험들’에서는 스톱모션, 퍼핏과 오브제뿐 아니라 실사, 컴퓨터 그래픽 등 그들의 다양한 실험들을 살펴볼 수 있다. 퀘이 형제의 설치미술작품 <하인 여행의 관>(2007)이 설치된 ‘엿보는 즐거움: 미술관으로’에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영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인 여행의 관(The Con of a Servant’s Journey)>(2017)

 

 

전시장에서는 대표작 <악어의 거리>뿐 아니라, <눈물의 유리 너머(Through the Weeping Glass: On the Consolations of Life Everlasting>>(2011), <끊임없는 손길(Unmistaken Hands: Ex Voto F.H.>(2013) 등 총 6편의 작품들이 상영되며, 전주국제영화제의 의뢰로 제작된 작품들과 국내에서 유일하게 13년째 퀘이 형제의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우찬 작가의 작업도 함께 전시된다. 

 

퀘이 형제 특별전은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의 전시를 마쳤으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이어 전시를 진행한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예정되어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휴관 상태로, 이후 일정은 전시 홈페이지(quay2020.modoo.at)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두 가지 버전의 무료 오디오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어 전시와 작품에 대해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에 대한 내용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전주국제영화제(www.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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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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