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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청년들이 만든 서울 지도 <서울청년지도>

2021-03-25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서울청년지도>. 무언지는 잘 몰라도 표지에서부터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이 책에 대한 이해는 비교적 쉬웠다. 이 책의 정체는 청년들이 선정한 공간을 담은 책이었다. 

 

<서울청년지도> 표지 이미지

 

 

서울 지도로 시작되는 <서울청년지도>는 서울시 청년교류공간이 제작한 책자다. 서울 및 서울 외지역의 배부처 77곳을 통해 무료 배포됐고, 온라인으로도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책에선 각 지역구에 어떤 청년들의 공간이 있는지, 청년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그곳은 어떤 곳인지 안내하고 있다. 

 

책에 나오는 청년공간은 문화 예술 공간을 비롯해 공익적 가치를 전하는 공간까지 다양하다. 이 장소들은 서울청년지도 내용 기재 공모전인 ‘2020 서울청년지도 맵핑저널 작성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129개 장소들로, 실제 청년들이 공간을 방문해 느낀 경험이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책자는 각 구에 있는 청년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각 구별로 정리된 내용을 살펴보면 강남구엔 5곳의 청년공간이 있고, 동작구와 마포구엔 각각 6곳의 청년공간이 있다. 서울시 25개 지역구 각각에 해당하는 공간들을 구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지도에 표시된 숫자가 독특하다. 동그라미, 정사각형, 마름모꼴의 기호 안에 표시된 숫자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커지면서 중복되기도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책의 흥미로운 편집 방식을 알 수 있다. 

 

숫자를 감싼 기호들은 공간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시다. 여기에 소개된 공간들은 문화예술적 장소 ‘영감의 탄생’, 사회를 위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필요한 시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추천’으로 나뉘며, 이 세 개의 카테고리는 각각 마름모꼴, 동그라미, 정사각형으로 구분된다. 

 

숫자와 기호 표시 외에도 차례 부분에선 각각의 시리즈에 어떤 공간이 포함되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데, 평소 알고 있던 곳이 어느 시리즈에 배치됐는지 살펴보다 보면 그곳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각 카테고리별 공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공간은 특성에 따라 동그라미, 정사각형, 마름모꼴의 기호(카테고리)로 구분된다. 

 

 

더 아리움, 오픈창동스튜디오, 잠실창작스튜디오 등의 문화예술 지원 공간, 이루다 창업공작소와 뚝딱공방과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 제공 공간, 행화탕과 HOWS 등 카페이면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 등이 보인다. 실험적인 전시와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탈영역우정국,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다시 서점,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 국내 최초 도심형 식물원이자 식물원형 공원(botanic park)인 서울식물원, 직접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는 와콤라운지나 부라더 소잉팩토리와 같이 기업이 만든 공간도 있다. 

 

각 지역구에 있는 청년공간에 대한 설명과 특징은 물론, 해당 장소를 누구에게, 왜 추천하고 싶은지도 소개돼 있어 궁금했던 장소를 더욱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 청년교류공간으로부터 <서울청년지도>의 제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년교류공간 로고

 

청년교류공간 외관

 

 

Q. 서울시 청년교류공간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 청년교류공간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일반 청년, 활동가, 단체, 공간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어요. 특히 서울을 방문하는 지역 청년들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하며, 서울과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함께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방역단계 향상을 대비해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교류들을 앞두고 있는데요, 서울청년지도에 소개된 공간들을 지역 청년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 반대로 다른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등이 준비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Q. <서울청년지도>는 어떤 책인가요? 


<서울청년지도>는 전국 청년들이 서울에 방문했을 때 활용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커뮤니티’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조금 쉽게 설명드리자면 ‘공통의 관심사를 탐구하는 인간관계’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립서점의 경우 릴레이 소설 연재 커뮤니티가, 소극장에서는 독백연기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서울청년지도>는 이러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공간들 중에서도 무료로 진행되거나 저렴한 금액, 유연한 가입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공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국 청년들이 단기적으로 서울을 방문했더라도 적극적으로 관심사를 개발할 수 있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던 마음이 크게 반영됐어요.

 

<서울청년지도> 포스터 이미지

 

<서울청년지도> 온라인 구글맵 OR 코드

 

QR 코드로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서울청년지도>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지도를 통해 친절하게 가는 방법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Q. 이 책은 어떻게 기획됐나요?


코로나로 인한 유례없던 교류 제한이 서울청년지도의 원동력이 됐어요. 본인의 목적지 혹은 생활권 인근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리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은 오히려 정보의 포화로 인해 타지역 청년이 교류하기 어렵다는 것도 기획 이유 중 하나였어요. 거리를 다니며 다양한 곳을 방문해보고 적극적인 교류를 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전국 청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목적이 됐습니다.

 

Q. 내용은 어떻게 구성됐나요?  


서울시 25개 지역구의 공간들을 3개의 카테고리로 구성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감의 탄생’ 카테고리에는 그림, 공예, 영상, 무대 창작까지 청년들의 문화예술 관심사에 해당하는 공간들을 담았어요. 두 번째 카테고리인 ‘필요한 시선’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환경권, 동물권 등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공간을, 마지막 ‘가벼운 추천’ 카테고리는 특정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다방면적인 특성이 있거나 비정기적인 커뮤니티가 진행돼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기 좋은 공간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본인이 위치한 지역구 기준으로 정보 확인도 가능하고, 관심 있는 카테고리별로 탐구할 수도 있는 구성이에요.

 

<서울청년지도> 표지 스프레드 이미지

 

 

Q. 책은 어떤 콘셉트로 디자인됐나요?


서울청년지도의 중점 디자인은 ‘별색 인쇄’예요. 처음 서울청년지도를 구상할 때 다양한 일러스트와 내지 편집으로 적당한 구분점과 가독성만을 고려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서울시 25개 지역구와 129개 공간 정보를 집약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구분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위앤드스튜디오 정승현 실장님의 제안에 따라 조금은 도전적일지라도 별색 인쇄를 택하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평이한 여러 색의 교차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형광 노랑, 초록색을 활용해 독자들로 하여금 책장을 넘기며 지역이 이동되는 기분을 주었고, 별색 디자인을 표지와 포스터에도 사용해 공공기관에서 배포한 재미없는 홍보지 느낌이 아닌, 소장하고픈 힙한 감성의 지도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했습니다. 

 

2020 서울청년지도 맵핑저널 작성 공모전 포스터

 

 

Q. 공간은 공모를 통해 선정이 됐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요?


실제 청년들의 이용률이 높은 공간과 2020년도 교류 트렌드를 수집하고자 맵핑저널 공모전을 채택했어요. 저희가 임의로 게재할 공간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직접 본인의 거주 또는 생활권에서 실제 이용해본 공간들을 소개함으로써, 현재 청년들이 어떤 공간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지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의 예상을 깼던 점은 서울에 주거지를 둔 청년뿐 아니라 지역 청년들의 참여도 많았다는 점이에요. 서울은 교통이 잘 발달된 만큼 인프라 활용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몇몇 공간에서는 더욱 폭넓고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죠. 공모전을 통해서 이렇게 숨어있는 교류 접점을 발굴하고 서울청년지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각 카테고리의 공간들이 공공기관을 벗어나 다양성을 지닌 많은 민간 공간들을 발굴했다는 점도 공모전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간혹 청년들은 취업 혹은 정책적인 대상으로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하나의 카테고리 내에서도 청년들의 활동 분야는 각기 다르고 다양성을 지녔음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되었다고 봅니다.

 

Q. 공모의 결과는 어땠나요?  


112건의 저널을 통해 408개 공간이 접수됐고, (우수작 40건을 포함한) 80건의 저널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어 그중 129개의 공간을 <서울청년지도>에서 소개했습니다. 

 

청년교류공간은 올해 하반기 해당 공간들과 협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전국 청년들을 해당 공간으로 연계해 활동 체험을 지원하니 <서울청년지도> 속 관심 공간을 미리 확인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Q. <서울청년지도>에 소개된 공간들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서울청년지도>를 통해 청년 공간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거예요. 게재를 위해 담당자들이 공간들을 조사하고 컨택하며 느낀 바는 이미 민간 공간에서도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역할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활동이 필요하고 의미 있는 기록이었어요. 판데믹과 같은 힘든 시기를 넘기며 성장에 대한 의심보다 공간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많은 청년들에게 쉼과 희망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꾸준한 활동이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저희 청년교류공간은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서울청년지도>는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청년공간> 게재 공간과의 협동 프로젝트를 위한 '판벌려' 포스터

 

2020 비대면프로그램 '땡땡마실_강릉마실'과 '땡땡마실_부산마실' 홍보 이미지

 

 

Q.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기획한 것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교류의 연속성을 가지고 가고자 합니다. 지도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가 널리 쓰이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재 <서울청년지도>에 게재된 공간들 중 청년교류공간과 협업할 공간을 모집하고 있고, 이후에는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할 청년들도 모집할 계획이에요.

 

또한, 어려운 시기에도 교류를 멈추지 않고 활성화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꾸준히 인기를 얻어 온 지역 공간 탐방 프로그램을 대면 방문 프로그램에서 비대면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 변환해 진행한 것처럼 앞으로도 비대면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것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식의 대체재로써의 온라인 프로그램이 아닌, 온라인 방식에 맞는 교류 형태와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물리적인 이동이 어려운 시대이지만, 다양한 청년들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스스로를 탐구하는 일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돕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청년교류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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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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