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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핸드백이 된 웨딩드레스

2021-05-15

[2030 디자이너들의 이유있는 도전] 
디자인정글은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2030 젊은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을 응원하고자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코햄체는 웨딩드레스를 핸드백으로 만든다. 고가의 웨딩드레스를 가방으로 만든다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화려한 웨딩드레스가 핸드백이 된다면 또 얼마나 예쁠까 싶다. 

 

 

코햄체의 웨딩드레스 업사이클링 핸드백

 

 

사연은 이렇다. 웨딩드레스는 제작 후 숍으로 판매가 되면 짧게는 1년, 길면 2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신부에게 입혀진다. 물론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드레스도 있다. 한 번도 입혀지지 않은 새 드레스도, 인기가 좋아서 여러 번 선택을 받는 드레스도 그 이상의 오랜 시간은 머무르기 어렵다. 오염이 되기도 하고, 새 드레스 역시 조명에 의해 변색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1년에 얼마나 많은 드레스가 버려질까. 그 양은 약 170만 벌에 달한다. 그리고 드레스의 재료인 합성섬유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폐기 시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코햄체는 웨딩드레스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박소영 디자이너는 웨딩드레스의 이러한 사연을 듣고 웨딩드레스를 업사이클링 하는 브랜드 코햄체를 만들었다. “처음엔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업사이클링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어요. 웨딩드레스가 버려지는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죠.”

 

‘코햄체’라는 말은 폴란드어로 ‘사랑해’라는 뜻으로, 사랑의 가치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랑을 약속하는 결혼식에 입는 웨딩드레스를 더 아름다운 가치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인 셈이다.  

 

코햄체는 2018년도에 시작됐다. 박소영 대표가 텍스타일디자인을 전공하던 4학년 때였는데, 창업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녀는 1학기 때부터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됐고, 2학기 때 사업자 등록을 했다. 

 

핸드백의 재료가 되는 웨딩드레스는 드레스숍에서 직접 가져온다. 웨딩드레스는 고객들의 선택을 몇 번 받게 되면 가치가 없어지지만 바로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숍에서 사용되고 처분되는 드레스들은 해외로 수출되기도 하고, 스튜디오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저희는 낮은 가격으로 이러한 드레스들을 구매하고 있어요.” 코햄체는 폐기되기 전 단계의 드레스를 구해 최대한 재료를 살려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웨딩드레스를 업사이클링한 코햄체의 핸드백

 

 

희고 반짝이는 드레스가 핸드백으로 탄생한다니 생각만 해도 아름다울 것 같지만 사실 그래서 어려운 점이 많다. “소재의 특성상 장, 단점이 있는데, 공단은 이물질이 빨리 씻긴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염 자체가 오래되지 않으면 세탁이 가능하죠. 하지만 원단이 너무 얇다 보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해요. 원단을 잘라서 사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일부라 어려운 경우도 많고요.”

 

드레스를 가져오면 우선 일일이 분해를 하고 코햄체만의 디자인으로 가방을 만든다. “드레스의 원단을 자르고 분해해서 사용하는데, 드레스의 레이스와 공단 부분을 가장 많이 사용해요. 반대로 무척 많지만 잘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드레스 안쪽에서 윤곽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튤이라는 원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거칠다 보니 그 부분을 사용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코햄체의 액세서리 라인

 

 

박소영 디자이너는 핸드백 외에 액세서리 라인을 2월에 론칭, 많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렸다. 가방의 마진이 크지 않지만 제작을 위한 세탁, 해체, 공단 작업 등을 위한 수공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가방의 가격대가 저렴하지 않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코햄체와 웨딩드레스 업사이클링을 접할 기회를 마련한 것. 

 

“업사이클링이 힘들어서 고민하던 찰나 같은 업계에 계신 지인분이 제품 변형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셨고, 액세서리를 추천해 주셨어요. 더 많은 분들이 친근하게 코햄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적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웨딩드레스의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해 제작하게 됐죠. 제작할 때도 접근성이 쉽고 소비자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계세요.” 코햄체의 핸드백과 액세서리는 지난달 하남 스타필드에서 열린 에코페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새롭게 선보이는 웨딩 스크런치 

 

 

지금까지 친환경 한지가죽 제품을 시작으로 세 번의 펀딩을 진행, 모두 성공한 코햄체는 현재 새로운 액세서리 ‘웨딩 스크런치’ 제품을 또 한 번 펀딩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미 목표금액의 두 배 가량을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코햄체는 해녀복을 업사이클링 하기도 했다. 웨딩드레스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이지만 매년 천벌이상, 많으면 2천 벌 이상의 해녀복이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어라도 만들기 위해 해녀분들을 찾아갔다. 고무에 가까운 소재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박소영 디자이너는 간단한 파우치와 물병주머니 등을 만들어 선보였고, 남는 자투리로는 키링을 제작했다. 

 

박소영 디자이너는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찾아가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웨딩드레스’라는 코햄체의 확실한 브랜드 색이 있지만 여전히 환경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그녀에게서 업사이클링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코햄체(cohamc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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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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