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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모형은 단순한 취미 아닌 예술작업, 한국모형협회 강신금 회장

2021-09-21

모형은 실제 상황을 작은 크기로 재현한 것이지만 그 세계는 그 크기보다 훨씬 크고 넓다.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부터 개인의 추억이 담긴 순간까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모든 상황과 기억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모형의 세계다. 

 

강신금 회장의 작품, Civil-Ford Truck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감성과 분위기까지도 전달하는 모형은 그래서 ‘예술’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모형협회 강신금 회장은 모형 제작을 많은 이들에게 알렸고, 모형에도 깊은 예술성이 있음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강 회장은 어린 시절 일본의 모형을 본 후 모형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고 한다. 그의 모형 제작 활동은 단순히 상황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어떠한 상황을 재현하면서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한 역사 공부와 고증 작업을 거친다. 날씨와 시간에 따른 사물의 변화를 담아내는 웨더링(weathering) 작업 역시 필수다. 작은 크기의 모형이지만 제작 시간도 무척 오래 걸린다. 단 하나의 모형 제작을 하는데 몇 개월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섬세하게 구현해낸 모형은 ‘디오라마’로 완성되기도 한다. ‘디오라마’는 어떤 장소와 시간에 이야기가 담기는 장르로, 한 장면에서 스토리를 읽을 수 있는 이러한 작업은 모두 모형 제작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다. 

 

강신금 회장은 ‘모형 불모지’인 국내에서 모형 문화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한국모형협회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취미활동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모형 제작의 경지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9월엔 에코락갤러리에서 미니어처 아트 작가전을 2주간 성공적으로 진행,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며 모형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모형협회 강신금 회장

 

 

한양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강신금 회장은 한국모형협회의 회장이자 키위맨모형아카데미 대표이면서 Taiwan Freedom Cup 심사위원, Hungari Moson Show 심사위원, Malaysia Malcom Show 심사위원, International Plastic Model Association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AceHobby 대표(1998~2012), 뉴질랜드 Kang's Hobby 대표(1997~2012)를 맡은 바 있는 강 회장은 2019 영국 SMW2019 디오라마 부문 은메달 수상, 2019 말레이시아 Malcom Contest 자동차 부분 동메달 수상, 2018 대만 Freedom Cup MosonShow 특별상 수상, 2018 대만 Freedom Cup 자동차 부분 장려상 수상, 2018 한국 Itareli AFV Master Class 대상 수상, 2017 한국 MMC 금메달 수상, 2016 한국 Tamiya Auto Master Class 대상, 2015 한국 Joy Hobby 자동차 부분 1등 수상 등 해외 대회에서 다수의 수상을 한 바 있다. 

 

여러 전시에도 참여했다. Hobby Fair(2011~), IPMS Korea 2012~)에 매년 참가했고, 미니어처 아트 작가 초대전 ‘케렌시아[Querencia]’(2021.7)에 참여했으며 <The Story> 등의 방송에도 출연해 모형의 세계에 대해 알렸다. 


 
한국모형협회 강신금 회장 인터뷰

 

Q. 한국모형협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어떤 일을 하나요?


한국모형협회(Korea Modelers Association : KMA)는 한국 모형의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로 2019년 12월 20일 창립됐으며, 저 이외에 초대 운영진으로 전인범 고문, 정환 부회장, 김경환, 오성철, 정흥교, 최민성, 최창규, 이종환 등 6인의 이사로 구성됐습니다.

 

저희는 모형 관련 전시회를 주최하고 지원할 뿐 아니라, 모형 동호회 지원, 모형 전문 강사 양성 및 교육, 모형 관련 국제 전시회 추진 및 참여 지원, 정기 협회지 발행, 협회 홈페이지 구축 관리, 회원(사) 관리 등 기모형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활동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중점사업으로는 전쟁기념관과 공동 주최하는 ‘세계밀리터리모형페어’ 개최 및 국제 대회 육성, 모형 교육용 교재 제작(유튜브 채널 포함), 각종 모형 서적 출판 사업 등이 있습니다.

 

또한, 모형 동호인과 업체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모형 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며, 모형 취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을 지속합니다. 이 밖에도 모형 동호인, 업체 및 관련 기관들 간의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 지향, 정기 국제 모형 전시회/콘테스트 개최 및 박물관, 교육관, 체험장 등 의 종합 모형 센터 건립 추진, 모형 전문 강사 육성을 위한 커리큘럼과 교육과정 개설, 전문강사 배출, 회원들을 위한 정기 협회지 발행과 홈페이지 운영 등의 정기적 우선 사업을 실시합니다. 

 

Q. 협회의 회원은 어떤 분들로 구성돼 있나요?


한국모형협회는 저를 중심으로 전 특전 사령관 전임범 장군(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제27 보병 사단장)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정환 부회장은 모형개발회사 (주)지티테크 대표이자 WULF모델러스클럽 회장이며, 김경환 이사는 올커뮤니케이션 이사로, 1/6 빅스케일 모델러입니다. 전 육군 준위 출신인 오성철 이사는 2019 대만 Freedom Cup 디오라마 부분에서 동상을 수상했으며, 정흥교 이사는 Taiwan Model Show Freedom Cup 2018 군사 차량 부문 입선, 말레이시아 MALCOM 2019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최민성 이사는 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 총기 커스텀 작가이기도 합니다. 최창규 이사는 통합 마케팅 컨설팅 회사 이도플래닝 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종환 이사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WULF 창립회원이기도 합니다.

 

작업 중인 강신금 회장

 

 

Q. 언제부터 작업을 해오셨나요? 


제가 처음 프라모델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1971년)부터였습니다. 취미로 작업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을 한 것은1994년부터였어요.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 손수 만드는 것을 좋아해 프라모델에 빠지게 됐고, 이렇게 50년 가까이 프라모델 취미생활을 즐겨왔습니다. 어릴 때는 완성하는 기쁨이 컸는데, 나이가 들수록 모형을 만드는 기쁨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같이 즐겁게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 더 기쁘더라고요. 

 

강신금 회장의 작품, 해바라기 밭에서의 식사

 

강신금 회장의 작품, 천안함

 

강신금 회장의 작품, 독도함

 

강신금 회장의 작품, 맹호부대 장갑차

 

 

Q. 지금은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주로 2차대전 이후의 군용 비행기, 전차, 전함 등이 플라스틱 모형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접근하고 표현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사항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전쟁이란 물론 적군을 죽일 수 있는 무기지만 또한 우리를 지켜주는 무기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인류가 태어나 끊임없이 반복된 역사적 사실이고,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을 제외하고는 인류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니까요.

 

플라스틱 모형을 만드는 모델러가 주로 남자들이라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남자들의 유전자 속에는 먼 조상때부터 내려오는 사냥과 전투에 대한 유전자가 전해져 오기 때문이 아닐까요?

 

모형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엔 실물로 가질 수 없는 것을 모형으로 만들어 소장하려는 소유욕도 있는데, 이런 무기류들의 경우엔 보통 사람들이 쉽게 소장할 수 없는 물건들이니 모형을 만들어 소장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모형 업체에서도 끓임 없이 무기류들을 제품화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시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모형의 주류 아이템이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만들어 파는 회사나 만드는 모델러들이 전쟁광이나 전쟁 지지자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1, 2차 대전을 통해서 개발된 무기류들의 기술 축적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편리함의 초석이 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자동차, 비행기, 전차, 함선, 피규어, 디오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모형을 만들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예술로 승화가 되는 이야기가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모형 제작 과정을 통해서 기쁨을 느끼며 완성품을 통해 보는 이에게 작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강신금 회장의 작품, 달착륙 50주년 기념 디오라마

 

강신금 회장의 작품, 배달 오토바이

 

 

Q. 다양한 전시 활동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시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1994년부터 뉴질랜드에 거주를 하면서 IPMS Auckland 회원으로 활동을 하며 전시회 참가를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2005년 귀국 후에는 국내의 각종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를 했습니다. 하비페어, IPMS Korea, 일산모형연합전, 불푸조형전 등 전시회와 모형대회에도 거의 빠짐없이 참가를 했었습니다. 

 

 

강신금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Q. 국제적인 활동도 해오셨는데요.


2018년부터는 해외 전시 및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를 했는데요, 일본 시즈호카 UAMC, 시즈호카 모형쇼, 대만 Frredom Cup, 말레이시아 페낭 하비쇼, 영국 SMW2019 Telford, 헝가리 Moson Show 등에 매년 참가를 하고 2019년부터는 심사위원으로도 초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교류를 통해 양국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려는 순간에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서 안타깝습니다.

 

코로나 이슈가 있긴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모형 전시회 및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또는 작품 출품으로 참가를 하면서 경력과 인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Q. 그동안 모형 만들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거라 생각되는데, 어떻게 변화돼 왔나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서 즐기고 있고 일부 몇 사람은 직업으로서 모형 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인류가 태어난 이래로 계속되어 왔던 생활의 일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박물관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흙으로 만든 작은 인형이나 동물 등이 이를 증명해 줍니다. 

 

생활적 필요에 의해서든 취미생활로 만들었든 인류의 역사와 모형 만들기는 늘 함께 해왔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의 개발로 모형도 대단한 변화를 겪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대부분 손으로 직접 하나씩 만드는 수공예 수준이던 모형이 기계로 찍어내는 대량 생산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누구나 좀 더 쉽게 자신이 원하는 모형을 만들고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Q. 모형 만들기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모형을 만드는 취미(modeling)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어요. 플라스틱 모형 만들기, 무선조종 모형, 목제 범선, 종이모형, 돌 하우스(doll House), 구체관절 인형, 철도모형 등 매우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Q. 재료로는 어떤 것을 사용하시나요?


각 장르에 따라 다양한 재질의 소재가 사용이 됩니다. 플라스틱부터, 나무, 종이, 금속, 레진 등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이 됩니다. 또한 도색을 위해서는 유화, 아크릴페인트, 에나멜페인트, 락커페인트, 연필, 색연필, 파스텔, 피그먼트 등 다양한 소재의 페인트가 사용되고 있어요.

 

또한, 우리 일상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빈 병부터, 페트병, 아이스바 막대, 요구르트병, 소금, 베이킹 소다, 커피 등도 재료로 사용되고요. 마른 나뭇가지, 흙, 작은 돌 등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도 있습니다. 모형은 실제 존재하거나 상상 속 이미지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보니 작은 크기로 실제와 같은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기발한 방법으로 재현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거기에 담아야 하는 내용은 많기 때문에 구할 수 있는 모든 재료가 사용이 되죠.

 

Q: 작품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영어로 모형을 표기할 때 ‘Fine Scale Modrling’이라고 많이 쓰는데요, “대충 비슷하게 만드는 것은 진정한 모델러의 자세가 아니다. 실물과 얼마나 오차 없이 만드느냐가 모형 제작의 핵심이다”라고 보는 것이죠.

 

모형을 오래 만드신 분들에게는 이 말이 해당되겠지만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쉽고 간단한 키트로 완성하는 데 목표를 두시고 완성 후에 성취감을 먼저 맛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성취감이 쌓이면 좀 더 정밀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지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만들고자 하는 모형에 대해 알아보게 되면서 관련 자료도 모이게 되고 배경이나 역사 등도 따라서 알게 됩니다. 이러한 지식이 쌓이면 좀 더 정밀한 모형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니까요.

 

Q. 관심은 많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모형에 입문하시는 분들이나 모델러 분들에게는 많이 만들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형을 만들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아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을 미루기 때문입니다. 자주 만들지 않으면 실력도 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주건환경이나 가족 관계 때문에 모형을 가까이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케렌시아' 전경

 

 

Q. 최근 에코락갤러리에서 전시 ‘케렌시아’를 개최하셨는데, 어떤 전시였나요? 


이번 전시의 주제어인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애정, 애착, 귀소 본능, 안식처’를 뜻하는 ‘Querencia’라는 단어에서 비롯됐습니다. 단어 뜻 그대로 ‘스트레스를 풀며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데요, 이런 공간을 찾으려는 행위도 ‘케렌시아’라 부릅니다. 길을 걷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모두 케렌시아인 셈입니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에 집중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매일 가는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의미를 부여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쉼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니어처 아트 작업이 우리 작가들에게는 케렌시아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이러한 감정을 여러분과도 함께 공감해 보고자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15인의 참여 작가들은 모형계에서는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대표 작가들로, 이미 잘 알려지신 유명 모델러들이자 해외에서 더 유명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또한 아나운서, 의사, 시각 디자이너, 음악 디자이너, 전문 피구어페인터, 회사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작가를 초빙, 작품을 엄선해 전시를 준비했고, 자동차, 비행기, 전차, 목함선, 피규어, 디오라마, 총, SF, 빅 스케일, 생활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구성했습니다.

 

Q. 이번 전시의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대 미술의 특징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소에서 더 나아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해지면서 미술 재료의 경계도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미니어처 아트의 장점은 조소와 회화를 모두 담아내 표현의 한계를 확장시켰다는 점입니다. 실제 일어났던 사실이나 상상 속의 이미지라도 자신만의 시각적 해석을 통해 다양한 미술 기법을 녹여내 작품으로 탄생을 시킬 수가 있어요.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개인 취미처럼 여겨지던 모형 작업을 정식으로 미니어처 아트로서 미술계에 소개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아직 예술로 인정받기에 부족한 점도 많이 있지만 그 가능성만큼은 무한하다고 믿기에 첫걸음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목적은 ‘조립식 완구, 성인 남자들의 키덜트 문화, 몇몇 오타쿠스러운 사람들의 취미’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프라모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미술품을 거래하는 상업 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한 것은 ‘모형도 예술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Q. 국내에서 일반인들의 모형에 대한 관심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요?


국내에 프라모형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입니다. 당시에는 일본 제품을 카피한 저급한 제품이 학교 앞 문방구에서 ‘과학교재’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가 되었습니다. 모형 인구의 저변 확대와 함께 제작 기법의 근대적인 체계화를 이루어낸 계기는 1991년 <취미가>의 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모형 잡지의 형식을 넘어 우리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귀중한 자산이었다는 점은 지금 시점에도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형은 1990년대 모형계의 황금시대를 지나 IMF를 기점으로 사양길에 접어들게 됐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의 발달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더 이상 모형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됐습니다. 전통 스케일 모형에 대해선 마니아층만 관심을 두게 됐고 2000년대 이후에는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건담이 폭넓은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심의 인형 시장도 확산 중입니다. 조립과 도색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멋진 작품을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의 연습이 필요한 프라모델이 젊은 층으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Q. 한국모형협회에는 어떻게 가입할 수 있나요?


모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합니다. 현재 협회 홈페이지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영리협회이다 보니 유료회원제로 운영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회원들을 위한 지원이나 혜택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회비 없이 회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모형 발전을 위해 함께해 주실 분들의 협회 회원 가입을 부탁드립니다. 

 

Q. 한국모형협회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취미로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모형을 접한 지 50년이 됐습니다. 아직도 모형을 바라보면 가슴이 설렙니다. 모형은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취미 모형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모형업도 해 보았고, 많은 해외 모형 전시회도 다녀 보았고, 다수의 온라인 동호회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모형 작업실도 10여 년째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모형에 대한 경험을 갖게 됐는데요, 이러한 경험을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써 보고자 제 뜻에 지지를 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한국모형협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한국모형협회의 목적은 모형의 대중화입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해보려고 합니다. 뜻밖의 코로나 사태로 준비하던 전시회가 무산이 되고 집합 제한 조치로 다양한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진행을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모델러 분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한국모형협회 웹사이트를 새로 개편하게 됐습니다. 웹 사이트를 통해 많은 모델러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준비한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우리나라의 짧은 모형 역사에 비해 최근 2000년 이후 모형의 세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모형인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모형 인구가 점차 줄고 있고 모형 산업 역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 모형 동호회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최근에는 작업실이라 불리는 공방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전시회도 몇몇 동회회의 노력으로 꾸준히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동호회 모임이나 전시행사가 동호회 중심의 모형인을 위한 행사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형의 대중화와 모형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이러한 노력을 대신하고자 모형협회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그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크고 작은 전시회를 전국 각지에서 열 계획입니다. 또한 모델링에 관심이 있는 초보자를 위한 강좌 지원 등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발생해 대면 활동의 제약으로 준비하던 많은 행사나 사업이 중단이 된 상태입니다. 2020년 10월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기로 했던 모형 전시회 및 대회가 코로나로 취소가 됐고 올해는 규모를 대폭 축소해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전국 학생부 모형 대회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앞으로 더 준비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긴 합니다만 뜻을 같이하시는 동호인들과 더불어 하나하나 처음부터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제 작업에서는 모형을 정밀하게 만들기보다 모형을 통해 메시지와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이는 일반인들이 모형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 모형 작업을 예술로서 승화시키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강신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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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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