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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색종이 찢기에서 비롯된 ‘오카모카’의 그래픽테라피 

2021-10-10

알록달록 다양한 컬러는 보는 사람에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노랑은 기분을 좋게 하고, 초록은 생기를 주며, 빨강은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상에서 손쉽게 색을 접하며 재미를 주는 도구도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을 만날 수 있는 색종이다. 

 

 

색종이 찢기에서 시작된 브랜드 오카모카

 

 

어여쁜 색종이에서 비롯된 브랜드가 있다. 색종이를 찢고 오리고 붙이는 행위에서 시작된 오카모카(oQamoQa)다. 

 

오카모카는 하성옥 작가가 론칭한 패턴 및 패브릭 제품 디자인 브랜드로, 생동감을 주는 색감의 색종이와 그 색종이들을 찢어 붙이던 작업에서 비롯됐다.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패턴을 디자인하고 DTP(Digital Textile Printing)의 기술을 접목시키는 오카모카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홈텍스타일 원단과 종이를 생산하며 핸드메이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디자인, 제작한다. 패션은 물론 가구, 인테리어, 건축자재, 팬시용품까지, 생활 전반에 걸친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색감과 형태로 행복감을 주고 있다. 

 

 

색종이 작업을 하는 하성옥 대표

 

 

일반적인 패턴 디자인 브랜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예술치료 작품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오카모카의 대표이자 디렉터인 하성옥 작가가 예술치료에 관심을 간 게 된 건 2016년으로, 색종이로 추상작업을 시작한 그녀는 색종이뿐 아니라 원단을 활용해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표면(surface)의 변화를 실험하며 색을 연구했고, 2017년 본격적으로 patterns & surfaces 브랜드 ‘오카모카’를 만들었다. 

 

하 대표가 미술치료에 집중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이화여대 장식미술과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후 영국 런던 Central Saint Martin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공간 연출(MA Scenograghy)을 공부하고, 계원조형예술대학 교수, 공연 무대미술가로 활동하며 200여 편의 공연 무대를 디자인했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일 외에 많은 것에 대해 갈증을 느꼈고, 상담, 심리, 미술,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미술심리치료 수업을 듣게 됐다. 

 

오카모카의 하성옥 대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여러 미술심리치료 활동 중 그녀는 특히 색종이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쓰다 남은 색종이를 손으로 찢고 단순한 형태들과 색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이후 아이들이 애착 인형을 들고 다니듯 색종이 나무상자와 늘 함께한 하 대표는 수많은 장소에서 색종이 작업을 하며 색종이와 함께 하게 됐다. 

 

 

 

다양한 공간 및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오카모카

 

 

‘오카모카’라는 이름은 하성옥 대표 이름의 ‘옥’을 활용한 것으로,’형태가 좋고 빛이 고운’이라는 뜻의 ‘구슬 옥(玉)’에 ‘조화를 이룬다’는 뜻의 ‘조화로울 목(穆)’을 더한 것이다. ‘이들이 조화를 이룬다’는 ‘옥목’에 리듬감이 더해져 ‘오카모카’가 됐고, ‘오카모카 patterns & surfaces’는 ‘형태가 좋고 빛이 고운 패턴들이 조화를 이룬다’라는 의미를 지닌 브랜드로 탄생했다. 

 

하 대표는 종이를 찢는 행위가 고대 중국의 민속예술의 한 형태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색종이를 고르고 손가락을 찢으면서 감각을 느끼고 소리를 들어요. 엄지와 검지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려가며 색종이를 찢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나는 행위예요. 찢어진 색종이는 활기찬 자신만의 팔레트가 되고, 커다란 도화지에 이를 붙이는 작업이 시작되는데, 손가락 근육과 코디네이션 기술이 강화되고 운동 기술(motor skill)이 발달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트웍에 집중하는 즐거운 시간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디자인을 할 때 하 대표는 여전히 색종이로 놀이를 하듯 작업한다. 

 

“색종이의 사각형 모서리 뾰족한 부분을 동그랗게 찢어요. 각진 부분이 거슬려서요. 손이 가는 대로 찢으니까 어떤 형태가 나올지는 몰라요. 찢다 보면 내 손끝의 느낌이 닿아서 모양이 생기죠. 크고 작은 동그라미를 찢고 부메랑 모양, 작대기 모양 등이 나오면 최대한 찢은 모양을 살려 가위로 테두리를 정리하고, 어디에, 어떻게 붙일지 고민하지 않기 전에 먼저 하나를 붙여요. 뭐라도 하나 붙이고 나면 자연스레 그다음에 무엇을 붙여야 할지 연결이 돼요.”

 

그래픽테라피를 통해 완성되는 오카모카의 패턴 디자인

 

 

작업실로 찾아오는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시각과 미각, 시각과 촉각, 시각과 청각, 시각과 후각을 즐기는 작업시간은 하 대표가 충분히 자신을 느끼며 갖는 놀이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디자인된 패턴은 가방, 파우치, 매트, 방석 쿠션, 디자인 문구와 스커트, 로브, 팬츠, 머플러 등의 다양한 컬렉션으로 탄생한다. 오카모카는 일상에서 늘 지니며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을 통해 색종이 놀이에서 비롯된 명랑하고 밝은 에너지를 전한다. 

 

하 대표의 색종이 작업은 즐거운 미술심리치료이자 그래픽테라피다. 오카모카의 디자인이 긍정적인 감정을 주는 것은 그녀가 경험한 색종이 놀이의 의미와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치료하는 가치 때문이 아닐까.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오카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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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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