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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궁금한 인터뷰] 가방으로 한복을 피워내는 ‘피연’

2023-03-11

특별한 날이 아닌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싶었던 마음에서 탄생한 브랜드가 있다. 한복의 일상화와 현대화를 피워내는 ‘피연’이다.

 

피연은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목표로 그 가치를 일상으로 가져오고자 하는 브랜드다. 한국적인 것을 사랑했던 피연의 전도연 대표는 예쁘지만 입기 부담스러운 한복에 대한 불편함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한복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해 가방에 한복을 담기로 했다. 

 

 

저고리의 옷깃과 동정을 상징화한 저고리 미니백

 

 

피연이 첫 번째로 세상에 내보인 제품은 저고리백이었다. 저고리의 멋을 살린 저고리백은 한복의 균형있는 직선미를 모던하게 풀어낸 가방으로, 저고리의 모습을 모던하게 담아 가방 전면에 저고리의 옷깃과 동정을 상징화한 디자인을 입혔다. 

 

디자인뿐 아니라 실제 한복 원단을 적용하기 위해 버려지는 한복 원단을 업사이클링해 안감으로 사용했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하나로 담은 이 가방은 펀딩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1415%의 성공을 기록했다. 

 

버려지는 한복 천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헤어밴드

 

 

이번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업사이클링 헤어밴드로 두 시간만에 펀딩 100%를 달성하며 관심을 받았다. 

 

우리 것의 가치를 보존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피연 전도연 대표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피연의 전도연 대표

 

 

어떻게 피연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셨나요?


저는 8살때부터 한국무용을 해 왔습니다. 전공생으로서 많은 무대에 서고, 한국 문화에 대해 배워왔지만 ‘한복’이라는 것은 저에게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였어요. 한국무용수들에겐 의복과도 같은 것이지만 정작 현실에선 공연날이나 콩쿨 등과 같은 특정한 날에만 입는 특별한 옷이었기 때문이죠. 저는 이 점을 집어내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한복, 왜 일상에서 입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인의 시점에서 한복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세상에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후원의 방식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여 생산해낼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시스템을 접하게 됐어요. 이 시스템이라면 저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현실에서 제품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됐고, 그렇게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한복’, 그리고 ‘가방’, 이 두 가지를 결합시켜 새로운 전통 기반 모던 가방 브랜드를 런칭하게 됐습니다. 

 

이론적으로만 접해오던 제품 제작과 창업 과정들은 현실에서 매우 다르고 어렵게 다가왔지만, 헤쳐 나가는 과정들은 커다란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대학교 3학년, 한 학기의 휴학 기간 동안 진행한 첫 번째 크라우드 펀딩에서 2천 8백만원이라는 펀딩금과 함께 큰 성공을 맞이했고,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해 브랜드의 기반을 다지는 중입니다.

 

‘피연’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날개펼 피(翍), 예쁠 연(娟)으로, 첫 번째로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들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일상 속에서 날개를 펴고 함께 어우러지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복 저고리의 옷고름 모양을 본떠 제작한 로고의 모양에서 영어 알파벳 p를 연상할 수 있고, 그렇게 이어진 어감으로 '피연'이라는 브랜드명이 탄생하게 됐어요.

 

제품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올드하지 않을 것, 대중성을 가질 것, 설명 없이도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 이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복을 모티브로 제품을 디자인하는 피연

 

 

한복을 모티브로 제품을 디자인하셨는데요.


한복 저고리의 옷깃과 동정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저고리 미니백, 저고리 토트백, 동정 카드지갑 등은 한복의 균형있는 직선미를 모던하게 표현한 제품으로, V자/Y자의 배색과 스티치가 포인트입니다. 

 

피연의 메인 포인트인 양단 안감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피연 가방의 메인 포인트는 ‘양단 안감’입니다. 일반적인 가방의 안감이 아니라 실제 한복에 쓰이는 원단인 ‘물실크 양단’을 안감으로 사용한 것인데, 일반적인 가방의 안감들과 달리 원단이 워낙 얇고 올풀림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재단과 봉제, 접착 등 작업들이 어려워지고 동시에 제작비가 올라간다는 단점이 존재했어요. 

 

하지만 디자인적인 참고를 넘어서 실제 우리나라의 전통 원단들을 가방에 입히고 싶었고, 프로젝트와 함께 한복 시장의 활성화 또한 함께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양단 안감’을 저희 가방에 적용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양단 안감’은 이후 저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고 있으며, 저희 가방만의 특별한 소구 포인트로서 많은 이들의 공감과 관심을 사고 있어요. 저희는 이 ‘양단 안감’을 적용한 가방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며, 쉽게 따라하지 못할 저희만의 독창적 포인트로 강조해 나갈 것입니다. 

 

피연은 버려지는 한복 원단들을 제품에 활용한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도 진행하셨는데요. 


한복을 만들 때에는 저고리, 속치마, 치마 등 한 부분 한 부분에 다른 원단들이 사용되는데요, 평면적 재단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남겨지거나 다시 한복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자투리 원단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또한, 원단의 문양들에도 유행이 있기에 시즌이 지나면 잘 판매되지 않는 원단들도 많다고 해요. 그래서 원단 시장을 돌아다녀 보면 '자투리 원단'을 다루시는 곳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저희는 이렇게 남겨지거나 버려질 뻔한 원단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수많은 한복집, 대여점, 원단집을 돌아다니며 자투리 원단들을 수집한 뒤, 가장 상품성이 좋은 원단을 엄선해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악세서리 제품들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브랜드의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통과 현대의 공존, 전통의 진정한 향유를 목표로 제품들을 창작해 나가고 있어요. 움켜쥐기만 하는 전통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간다면 전통은 그 멋과 고유함을 간직한 채 우리의 일상 속으로 녹아들 수 있을 거예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한복을 가방으로 피워내다’ 시리즈 제품들을 넘어 다양한 한국의 전통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현대적인 제품들을 제작해내려 합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가 더 넓은 세상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우리나라의 전통을 진정으로 향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리사이클 나일론, 캔버스 등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을 구상하고 있어요. 활용도, 무게감 등에서 가죽 가방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도록 새롭게 한국 전통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헤어밴드처럼 악세서리 류의 제품군을 꾸준히 출시해 소비자분들의 선택지를 넓히며 더욱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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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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