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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디자인과의 만남’ 보여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나건 총감독 인터뷰 

2023-03-21

오는 9월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린다. ‘meet design’이라는 주제로 ‘디자인과의 만남’에 대해 말한다. 

 

오는 9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meet design'을 주제로 열린다. 

 

 

20년째를 맞이하는 유일의 디자인비엔날레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이번에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금까지 열렸던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의 가장 큰 차이는 ‘디자인’을 보여준다는 것. 광주비엔날레와의 예술성과는 다른 ‘차별성’을 두고 디자인과의 만남을 꾀한다.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의 기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디자인, 디자인으로 인해 변화하는 문화, 그로인해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를 경험시켜주고자 한다. 

 

전에 없던 시도인 레드닷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화를 꾀하는 것도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의 특징이다. 

 

나건 총감독

 

 

행사의 총감독을 맡은 나건 홍익대 교수로부터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에 대해 들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게 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지금까지 내노라 하는 미술대학 교수 또는 건축 전문가들이 총감독을 맡아왔다. 10회 째지만 나처럼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총감독을 맡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책임감도 많고 그에 따른 부담감도 크지만 어차피 누구 흉내를 낼 게 아니라 나의 색깔을 나타내는 거니까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에서 어떤 차별성을 두셨나.


가장 큰 이슈는 광주 자체의 고민이었다. 광주비엔날레의 고민이 있고 여기서 파생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고민이 있다. 비엔날레는 30년이 됐고, 디자인비엔날레는 20년이 됐다. 30년전 광주라는 곳은 불모지였는데, 아트비엔날레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그때는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몇 달 동안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골목골목에 갤러리가 있고, 건물 앞엔 우수한 예술품들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왜 광주비엔날레에 사람들이 와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 거다. 

 

디자인비엔날레는 20년이 흘렀다. 그런데 아트비엔날레와 비엔날레의 차별성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이슈는 디자인비엔날레와 아트비엔날레와의 철저한 차별성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비엔날레를 두 번할 이유가 없다. 아트비엔날레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두 가지 행사가 구분되지 않으면 굳이 매년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거다. 그러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두번째는 기여도다. 아트비엔날레의 광주 자체에 대한 기여도는 별로 크지 않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역시 산업이야기를 매번 하지만 과연 광주에 기여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엔 1관부터 시작해서 5관까지로 전시가 구성됐는데, 마지막을 꼭 지역관이라 부르면서 많은 제품들을 전시했었다. 그것이 오히려 더 광주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하기도 했다. 

 

이런 두개의 이슈를 난 아트와 디자인과의 차별화를 통해 풀고자 했다. 디자인은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규결되고, 이건 결국 ‘돈이 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광주의 산업을 디자인을 통해 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 두 가지를 차별화하기위해 레드닷을 같이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이다.  

 

또 하나는, 광주관, 지역관을 따로 만들지 않는 거다. 광주의 제품 중에서 엄선된 디자인의 제품들만 전시관에 들어가도록 할 예정이다. 그래서 비엔날레에 전시됐다는 건 상당히 수준 있는 디자인이라는 걸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그래야 디자인이 비즈니스로 연결되고,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나.

 

나건 총감독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는 ‘Meet Design’이다. 특별히 이러한 주제를 정하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원래는 ‘광주 meets design, design meets 광주’로 하려 했었다. 광주가 디자인을 만나고, 디자인이 광주를 만난다는 의미로, 광주의 포텐셜을 아웃바운드, 인바운드 두 개의 조합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그런데 광주라는 지역명이 들어가다보니 하나의 로컬행사로만 보여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광주를 떼고 ‘meet design, 디자인을 만나다’로 정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건 예술과 차별화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물론 디자인 중에서도 예술성이 있는 것이 있지만, 예술은 작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디자인은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주제 ‘meet design’에는 ‘진정한 디자인을 만난다’라는 의미도 있고, ‘국제적,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을 만난다’는 의미도 있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광주의 산업이나 광주의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만난다’는 의미도 있다. 젊은 세대와 만남이 될 수도 있고, 4년 만에 100% 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사람들도 서로 만날 수 있다. 그런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meet’이라는 단어를 선정하게 됐다. 

 

‘예술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여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디자인과의 만남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


‘디자인이 무엇이냐’를 설명할 때 많은 사람들이 ‘문제해결’을 말한다. 문제해결을 하기위해 기술도 활용하고, 비즈니스도 필요하다. 이것이 나온 결과를 보면 결국 디자인은 두 가지 키워드라 본다. 하나는 이볼루션(evolution)이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 탄생해도 그 이후에는 계속 해마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면서 새로운 버전들이 나오지 않나. 그걸 난 이볼루션이라 봤다. 예술에선 그걸 보여줄 수 없다. 삼성의 제품이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했는지, 아이폰이 어떻게 변했는지, lg전자의 tv가 어떻게 변했는지 하는 건 사실 디자인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을 시간적인 흐름으로 보면 이볼루션인데, 동시대적 관점에서 끊어 보면 다양성(diversity)라 할 수 있다. 볼펜은 필기도구지만, 일본에서 만든 제품,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 미국에서 만든 제품, 독일에서 만든 제품이 모두 다르지 않나. 한가지 문제에 대한 다양성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디자인이 예술과 다른 점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떤 제품이나 솔루션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온 것, 그리고 하나의 솔루션에 대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고, 또 이 다양한 방법도 문화나 배경 등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그런 다양성이라고 하는 두 개의 키워드가 결국은 디자인이 예술과 다른 걸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이볼루션’과 ‘다양성’, 이 두 단어를 통해 차별화하고자 한다. 

 

전시관이 테크놀로지, 라이프스타일, 컬처, 비즈니스 등 총 4개의 관으로 구성된다. 구성의 배경은 무엇인가.


디자인이라고 하는 걸 보여줄 때 지금 시대에서 디자인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이 테크놀로지다. 테크놀로지, 기술과 관련되지 않은 제품들이 거의 없을 정도 아닌가. 그래서 기술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 기술들을 각자 적용하게 되면 그 다음 영향받을 수 있는 건 우리들의 삶, 라이프스타일이다. 방을 어떻게 꾸미고 사무실을 어떻게 꾸미고, 일터가 어떻게 변하는지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굳어지면 결국 문화가 된다. 테크놀로지나 라이프스타일이나 컬처라는 것이 전부 소구하는 포인트는 비즈니스다. 비즈니스가 되지 않으면 이 자체가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서를 테크놀로지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컬처로, 비즈니스로 정했다. 이 전체를 이렇게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엮겠다는 것도 이런 흐름을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기술을 이해하고, 그 기술들이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와 닿는지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우리나라에 어떻게 해서 K컬처, K팝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냐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디자인이 기술을 만나고, 디자인이 라이프스타일을 만나고, 디자인이 컬처와 만났을 때 비즈니스가 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마지막 관을 비즈니스관으로 정했다. 

 

각 관의 큐레이터들에 대해 소개해달라.


테크놀로지는 충청권 송성일 한성대 교수가 맡았다. 한성대는 오래전부터 기술 관련 여러가지 사업들을 많이 해서 CES에서 몇 년째 계속 이노베이션 상을 타고 있는 학교다. 전체 매니징을 하고 있는 송성일 교수는 기업에도 있었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부 조직에도 몸 담고 있어서 이런 기술의 흐름을 잘 알고있다.

 

라이프스타일은 경상권 금오공대 김선아 교수가 맡았다. 삼성, 모토롤라에 있었고, 대구경북 디자인센터 매터리얼센터 책임자였다. 

 

컬처는 서울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최민영 교수가 맡았다. 이 분야를 잘 알기도 하는 최 교수는 비엔날레 참여도 많이 했었고, 앨범 제작 관련 일을 하는 제자들도 다수 배출했다.  

 

비즈니스는 광주의 한우성 대표가 맡았다. 비즈니스관의 큐레이터를 광주 베이스로 선정한 이유는 광주의 비즈니스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포인트에서다. 기승전결이라고 하면 결을 비즈니스라하고, 광주의 비즈니스를 배려하고자 했다.

 

디자인과 만난 K컬처를 보여주는 부분도 신선했다. 


영화든 뮤직비디오든 대게 미술감독들이 있다. 그 미술감독들은 전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전체적으로 이미지화한다. 봉준호 감독의 예를 들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괜찮은 작품이나 뮤비 등의 실제 작업 자료들을 구해보고자 한다.  

 

K팝의 경우, 아티스트들과 팬덤을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플랫폼 스페이스오디티라는 곳과 작년, 제작년 두 번 정도 K팝 앨범을 가지고 토크쇼를 한 적이 있다. K팝의 전문해설을 하는 평론가, 앨범 자켓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디자인 전문가로서 내가 참여해서 토크쇼를 했는데, 아이돌들의 앨범을 쭉 보니까 2차원으로 자켓 디자인을 했던 과거와 달리 점차 제품디자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바뀌는 걸 알 수 있었다. 

 

패키지 자체에 아티스트들의 세계관을 녹이고 그 세계관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음반 하나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음반에 관련된 굿즈 등, 팬과 계속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UX라는 차원과 만나면서 전개되고 있더라. 전세계에 스탠다드 같이 퍼지는 K팝 앨범디자인을 보여주는 것도 매우 좋을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 K웹툰, 오징어게임과 같은 K드라마에 대한 작업도 보여주고자 한다. 

 

나건 총감독

 

 

레드닷을 통해 국제화를 추진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독일 에센에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이 있다. 그곳에 그동안 수상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에도 뮤지엄이 있지만 에센이 메인이다. 이곳에 있는 제품 중 큐레이터들이 선정한 여러가지 품목과 보완될 수 있는 것들, 우리가 좀 아쉬운 부분들을 아웃소싱을 해서 전체적인 관을 구성하려 한다. 레드닷의 제품들은 전시 전체 전시품의 약 20%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가장 크게 기대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


목표는 딱 하나다. ‘아 디자인이 이런거였구나’라는 거다. 다시 이야기하면 ‘아 디자인이 예술하곤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한 가지를 더 하면 이것을 통해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가 디자인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찾는 데 큰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트도 디자인적 성향을 가질 수 있고, 디자인도 아트적 성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이 아무리 아트적 성향을 갖는다 해도 아트 중에서 가장 디자인적 속성을 가진 것보단 덜 아티스틱할 거다. 본질, 본성을 넘는다는 건 전략의 미스다. 아트에 대한 것을 차별화해서 우리의 강점을 좀 더 부각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전략이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_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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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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