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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환경, 디자인, 문화 중시하는 ㈜삼원특수지 이연욱 대표 

2023-03-24

해외 각지의 고급 그래픽 디자인 용지를 국내에 유통하는 업으로 1990년 9월에 창립한 ㈜삼원특수지는 30년 이상 해외 각지의 종이 문화를 습득하고 해외 파트너 제지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시장에 맞는 다양한 종이를 맞춤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환경과 디자인, 그리고 문화다. 2007년 국내 지류 유통업계 최초로 FSCⓇ CoC 인증을 취득, 일찍이 친환경 경영을 위한 노력에 집중했고,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2003년부터 시각 디자인 전공자에 대한 지원을 위한 지헌장학재단(구 삼원장학재단)을 설립,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세계의 종이 강국들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선진 종이 문화를 국내에 정착시키고,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필요한 영감을 주기 위한 문화공간 더페이퍼랩, 삼원갤러리 등을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의 디자인 문화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예술가, 인쇄인, 창작가 들과 함께 흥미로운 협업및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 ㈜삼원특수지는 ‘종이를 사랑하고 애용하는 기업, 예술가, 디자이너, 인쇄인들이 최적의 종이를 찾는 여정을 전방위에서 지원하는 종이 전문가 집단’이다. 

 

(주)삼원특수지 이연욱 대표

 

 

㈜삼원특수지의 창립 때부터 함께 해온 이연욱 대표는 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종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해왔다. 여전히 전 세계의 디자이너와 인쇄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이연욱 대표로부터 ㈜삼원특수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기업의 철학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기업 철학이라기보단 이 시장에서 꼭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일찍이 제지업을 기간 산업으로 설정한 한국의 경우에는 종이가 산업재의 성격을 띠지만, 전 세계에는 다양한 용도별 아름답고 훌륭한 종이들이 많습니다. 종이를 단순 산업재가 아닌 소비재로서, 단순 소재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서 풀어내는 것이 저희 회사의 사명이자, 종이 철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주)삼원특수지는 종이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 

 

 

얼마나 많은 종류의 종이를 소개하고 있나요?


삼원특수지의 첫 시작은 고급 그래픽 용지였지만, 지금은 각자의 명확한 컨셉과 목소리, 색깔과 쓰임이 있는 종이들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삼원특수지는 전 세계 유수의 글로벌 제지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인쇄용지, 그래픽 디자인 용지, 산업용지, 합성지, 전문 미술 용지 등 5,0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이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다른 제지회사와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삼원특수지는 다른 국내 제지사들과는 사뭇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제지사의 수익성과 생산 효율성을 감안하면 종이 종류는 점점 줄이고 잘 팔리는 몇 가지 핵심 지종만 가져 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고객에게는 한 종이를 여러 가지 용도에 사용할 것을 권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원특수지는 용처마다 딱 알맞은 종이가 있다고 믿습니다. 한 가지 종이로 모든 용처를 소화하기에는 전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종이가 존재하거든요. 저마다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용성 또한 각양각색이에요. 삼원특수지에는 세계 곳곳에서 모인 5,000여 가지 종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심지어 삼원특수지는 모든 종이 하나하나 대단히 고심해서 이름을 붙여줍니다. 마치 곧 태어날 내 아이의 이름을 짓듯 종이의 가치와 향후 세상에 쓰임 될 모습, 즉 주요 용처를 고려해서 오랜 기간 네이밍을 진행해요. 주로 알파벳 조합이나 부르기 쉬운 약어를 이름으로 갖게 되는 타 제지사들의 종이와는 다른 방향입니다. 그만큼 삼원특수지는 전통적으로 각 종이의 목소리와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삼원특수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 관련 활동도 궁금합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삼원특수지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작은 노력으로 시작하는 소소한 활동 (가령 회사 전체 복사지를 친환경 사탕수수 펄프 100%로 만든 얼스팩 복사지를 사용합니다.) 외에 삼원특수지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생산 단계에서의 환경성 강화 모니터링’과 ‘다양한 친환경 종이 개발’입니다. 

 

다시 말해, 저희가 출시하는 종이의 생산과정에서의 친환경성을 최대한 상세하게 관리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조금 더 친환경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종이들을 연구하고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저희가 협업하는 해외 파트너사들로부터 제지 생산 공정에서의 탄소 절감성과와 다음 해 절감 목표 등을 공유 받는 등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합니다.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들이 조금 더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이를 공급하면 좋을지 치열하게 연구하고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왜 종이는 꼭 목재여야만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몇 해 전 ‘얼스팩’ 같은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얼스팩

 

 

얼스팩은 100% 사탕수수 바가스 펄프로 만들어진 종이입니다. 사탕수수는 일반 목재용 대비 5배 빠르게 자라는 작물이에요. 설탕을 추출하기 위해 성분을 빼낸 후 남은 부산물을 모두 버렸는데, 이걸 재활용하면 어떨까해서 펄프하고 똑같이 공정화시켜 만들었습니다. 얼스팩은 어떤 나무도 베어낼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매립 시에는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가 된다는 점에서 환경친화적 종이입니다.

 

그리고 삼원특수지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2007년 FSC® CoC 인증을 취득한 회사입니다. 지금은 대다수 디자이너가 FSC® 인증을 알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게 뭐냐, 굳이 이런 인증이 왜 필요하냐’ 같은 얘기들이 많았어요. 이미 해외 선진 제지사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인 증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당시 삼원특수지는 ‘우리나라 종이 시장도 머지않아 친환경 인증 이슈가 확산될 것’이라는 판단했습니다. 시장 흐름이 그러했고 우리나라만 그 흐름에 역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최근 들어 친환경 이슈가 대두되는 것은 저희로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패키지/포장 분야에서 아직 종이보다 친환경적인 소재는 없다고 믿거든요. 무엇보다도 삼원특수지는 매우 오랜 시간 친환경 이슈에 대한 대응 전략과 역량을 쌓아 왔습니다. 종이 시장 안에서 따라야 할, 그리고 관철해야 할 환경친화적 제조 공정과 경영 철학 등에 관해 오랜 시간 동안 연구를 해 오고 있어요.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교육 행사를 진행하고, 거꾸로 디자이너들로부터 저희가 미처 몰랐던 지점들을 학습하며 삼원특수지만의 노하우를 계속 제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삼원특수지 종이의 친환경성, 아름다움, 그리고 가치와 가능성을 디자이너 여러분에게 알리고, 저희 역시 디자이너분들로부터 배움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삼원갤러리 전경

 

 

삼원갤러리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갤러리를 오픈하게 되셨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상업 인쇄나 패키지 등에 많이 활용되는 용지들 외에도 저희 회사는 미술 시장에 많이 활용되는 고급 판화지 또한 국내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르네상스 시절 미켈란젤로 등 유명 예술가들이 즐겨 썼던 600년 역사의 미술 판화 용지 역시 삼원특수지가 국내에 독점으로 유통하고 있는 종이입니다. 미술 용지뿐 아니라, 사업을 확장해 국내 유수 화방과 문구점에 삼원특수지의 화구들 또한 유통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미술 용지와 화구들을 공급하며 예술과 문화의 긍정적인 위력을 크게 느꼈고, 향후 한국 미술 시장에서 저희 또한 한국 미술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삼원갤러리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미술 용지와 화구에 대한 전문성으로부터 시작하게 된 저희 갤러리는 폭넓은 현대미술의 흐름에 맞춰 국내외 작가님들의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의 실험과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더페이퍼랩 전경

 

더페이퍼랩 벙커갤러리 전경

 

 

더페이퍼랩은 디자이너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만들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1년 중순부터 삼원특수지 내에 종이 쇼룸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오갔습니다. 기존 서울 을지로동 방산시장의 넓은 쇼룸에서 필동의 소규모 쇼룸으로 옮긴 후, 회사 내에서 종이 쇼룸에 대한 근원적인 필요성과 올바른 모습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어요. 삼원특수지가 오프라인 종이 쇼룸을 오픈한 지 20년이나 지났습니다. 그사이 시장과 고객은 변했지만, 종이 쇼룸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거든요.

 

‘다음 세대의 진화한 종이 쇼룸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고객에게서 찾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디자이너를 본사로 모셔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인터뷰 과정에서 도출한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분석해 새로운 종이 쇼룸을 기획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더페이퍼랩이고요.

 

더페이퍼랩은 현시점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패키지 디자인 시장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이 무척 번거로워하는 샘플 목업 작업을 삼원특수지의 모든 종이를 활용해서 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원스톱 디자인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또한, 디자이너들의 프로젝트에 딱 맞는 종이를 제시하고, 인쇄 과정 전반에 도움을 주는 전문가 집단이기도 합니다(더페이퍼랩에는 ‘페이퍼/프린트 지니어스’ 라는 종이/인쇄 전문가가 상주합니다). 이것이 더페이퍼랩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페이퍼랩, 삼원갤러리 등의 앞으로의 운영계획이 있으시다면?


저희가 더페이퍼랩이라는 국내 유일무이한 공간을 만든 이유는 대한민국 디자이너들이 실무에서 느끼는 고충점을 해결해주기 위함입니다. 지금도 더페이퍼랩은 디자이너들과의 정기적인 FGI를 통해 업무 상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원스톱 목업 서비스라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종이 선택, 인쇄, 도무송까지의 서비스를 달성했다면, 현재 후가공 영역인 박까지도 서비스 확장을 디자이너들과 함께 논의하며 계획하고 있습니다.

 

삼원갤러리는 앞으로 꾸준하게 다양한 기획 전시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를 담아내는 작가들의 개인전, 그룹전 등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특히 삼원갤러리에서는 올해 하반기 판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삼원특수지만의 특별한 미술 용지에 작가의 작품을 더해 원화 외에도 고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즐기실 수 있도록 저변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작가들의 전시와 더불어 판화와 아트북 등 종이와 관련된 다양한 콜라보로 종이와 예술을 접목한 더욱 전문성을 가진 삼원특수지의 삼원갤러리가 되고자 합니다.

 

㈜삼원특수지의 비전,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에서 종이가 단순 소재가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대한민국 디자이너 모두가 전 세계에서 온 5,000종의 종이를 보고, 만지고, 그들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삼원특수지는 30년 넘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종이 선진국들의 제지 생산 공정, 시장 상황, 그리고 전반적인 종이 문화를 공부하고 터득한 종이 전문 기업입니다. 파트너사들은 저희보다도 훨씬 긴 역사를 보유한 제지사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삼원특수지의 오랜 파트너사 중 하나인 이탈리아 F사는 무려 800년 역사가 있어요.

 

종이 시장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와 동시에 오랜 기간 쌓인 노하우, 선진화된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가 없으면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양면적인 시장이죠. 트렌드와 역사성,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가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삼원특수지는 오랜 시간 글로벌 제지사들을 연구하고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트렌드와 역사성의 가치를 일찍부터 제고해 왔어요. 파트너사들의 오랜 전통 및 노하우와 품질, 그리고 세계 시장을 읽는 저희만의 시선과 역량을 합쳐 국내 시장을 위한 맞춤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저희의 경쟁력에 매진해, 종이 업의 본질을 잊지 않고 매진하여 다른 제지사들과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삼원특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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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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