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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전시를 경험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김용주 전시 디자이너

2023-12-22

김용주 전시 디자이너는 국립현대미술관 1호 공간 디자이너다. 공간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미국 피보디에식스박물관(Peabody Essex Museum),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계원예술대학교 전시 디자인과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2010년 공채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입사를 한 그녀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운영·디자인 기획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023 독일 iF Design Award 심사위원, 제16회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한국관 공간연출, 제3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게스트+서울)시티전 공간연출, MMCA 서울관 및 청주관 개관 디자인 총괄, 이중섭, 윤형근, 장욱진, 정기용, 종이와 콘크리트, 올림픽 이펙트 등 다수의 전시디자인을 담당했고,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 2022 자랑스러운박물관인상,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우수작품상, 독일 레드닷디자인어워드(Reddot Design Award 2022, 2016, 2013, 2012) 독일 프리미엄 디자인어워드(German Design Award 2018, 2015, 2014), 독일 아이에프 디자인어워드(iF Design Award 2017, 2013), 아시아 디자인프라이즈(ASIA Design Prize 2018), 일본 굿디자인어워드(JAPAN Good Design Award 2014) 등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바 있다.

 

그녀가 하는 일은 전시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의 공간을 디자인한다. 작품의 설치는 물론, 조명, 동선 등 전시 공간 디자인을 통해 관람자들이 작품을 만나는 과정을 디자인한다. 조금은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작업이지만 분명 이 작업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전시디자인은 관람객이 작품을 잘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작품이 탄생된 시기,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게 된 배경 등 작품에 감추어진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전시의 감성을 전달한다. 

 

이러한 작업은 그녀의 타인의 삶에 다가서는 진실된 마음에서 비롯된다. 작가의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녀의 마음가짐에서 그녀의 전시 디자인이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다.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에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그녀의 전시 디자인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녀는 최근 지금까지 전시디자인을 해온 과정과 공간이 만들어지는 방법들을 담은 책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소동출판사, 2023)을 출간했다. 전시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전시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담은 이 책은 전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김용주 전시 디자이너

 

 

김용주 전시 디자이너로부터 그녀의 전시 디자인과 이번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삶을 살면서 훗날 어떤 구도가 될지 모른 채 찍어 놓은 점들은 어느 순간 돌아보면 서로 연결되어 궤적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대학 졸업반인 4학년 때부터 종교 건축 프로젝트를 하는 설계 사무소를 다녔다. 그곳에서 종교건축을 설계하고 컨셉을 정리하며 영적인 공간과 일상의 영역을 연결하는 전이 공간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들 속에 종교 공간에 놓인 예술품과 전시 공간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관심이 흘러 뮤지엄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었다. 

 

뮤지엄 디자이너의 첫 걸음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시작되었으며, 내가 추구하는 전시디자인의 방향이 맞는지, 선진 뮤지엄 문화를 갖춘 곳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무작정 미국 보스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피바디 에섹스 뮤지엄(Peabody Essex Museum)에 들어가게 되었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주제를 다루며 동시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관심사가 확장되었다. 보스턴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국립현대미술관에 공채로 입사하게 되며 연을 맺게 된 것이다.  

 

문신 전시 전경

 

상상의 항해 전경

 

 

Q. 전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종종 내게 좋은 전시 디자인 요소가 무엇이며 전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을 배우고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어떤 소양을 갖추어야 하는지 질문한다. 그때마다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한다. 공간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타인의 삶에 다가서는 진실된 마음이 필요하다고. 

 

다소 성직자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작품으로부터 받는 감동은 작품이 보여주는 표현의 기교가 아니라 예술가의 삶의 태도에 기인한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Q.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전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업무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민속박물관은 주로 사람이 사용하던 일상의 물건과 이야기가 담긴 전통과 문화를 전시 콘텐츠로 다룬다. 보편적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숨겨진 이야기가 시대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와 닿아 이해와 공감을 획득하고, 나아가 계승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라면 미술관은 예술가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 그것을 표출하는 작품을 통해 관람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동시대를 진단하는 동적 장으로 전시가 역할 한다. 

 

그에 따라 박물관은 재현의 연출 구도를 갖는 반면, 미술관은 열린 구조의 결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나리오와 같다. 그 점이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Q. 미국 보스턴 피보디에식스박물관에서도 전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국내의 경우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전시디자인의 방향이나 방법론의 차이가 있다기 보다는 조직 협업 시스템의 차이가 있다. 그곳엔 내부 디자이너와 외부 협업 파트너 회사가 연간 계약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며, 뮤지엄 내부에 목공실과 제작 공간이 있어 세부 좌대나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체 공급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시는 3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 놓고 디자인팀과 공유되며 초반 회의부터 함께 구상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피바디 뮤지엄 모두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반마니페스토 전경

 

 

정기용 전시 전경

 

 

Q. 현재 국내에서 전시 디자인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전시를 향유하고 분석하며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지 등 관람의 태도와 뮤지엄 매너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더욱 성숙하고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이야기에는 전시디자인의 이해와 필요성의 인식 또한 상승했다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여전히 전시디자인이 정확히 전시의 어떤 부분에, 어떤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껏 전시디자인 업무를 제대로 소개할 기회가 적어 바르게 공유되지 못한 것 같다. 

 

Q. 전시 디자인이 전시의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미술관은 단순히 역사적 타당성을 지닌 심미적 사물들을 담는 수동적 컨테이너가 아니다.” - 바르토 메우 마리 리바스(Bartomeu Mari Ribas) –

 

전시 디자인은 작가의 삶의 태도를 이해하고 작품 이면의 이야기에 다가서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전시 디자이너는 주어진 현실 조건의 단점을 극복하고 주제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만드는 ‘수행적 큐레이션’을 담당하며 전시의 형식을 제시한다. 전시는 작품이 같을 지리도 전시 형식에 따라 다르게 서사화 됨을 이해해야 한다. 

 

전시의 역할은 작품을 통해 미적 감동을 느끼게 함과 더불어 기획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것이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동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찾아내고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 삶의 방향을 질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작품의 논리와 기획 의도를 반영하는 전시 디자인은 전시의 완성도를 단순 감상의 차원에서 경험의 차원으로 끌어 올린다고 할 수 있다.

 

청주관 보이는 수장고 전경

 

최만린 전시 전경

 

한국의 단색화 전경

 

 

Q. 일반 관람객이 전시를 관람할 때 전시 디자인을 어떻게 접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까.

 

사실 정답은 없다. 관람자 스스로가 공간에 머물며 작품과 관계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느끼고 감각하면 된다. 다만 전시 디자이너는 전시 디자인의 제시를 통해 관람자들이 좀 더 오래 전시 공간에 머물며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Q.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전시를 오픈하고 공간에 사람들이 들어와 관람하며 전시의 맥락과 의도를 이해하고 읽어줄 때 감동하고 보람을 느낀다. 또한 생존 작가의 전시를 하는 경우 작가분이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내가 작가분의 삶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고 그의 예술 세계를 관람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보람을 느낀다. 

 

반면 의도를 왜곡하고 전시디자인 분야를 폄하하는 경우, 일을 하며 함께하는 협업의 과정이 존중받지 못할 때 지치고 회의가 드는 것 같다.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표지 이미지

 

 

Q.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을 출간했다. 어떤 책인가. 


지난 시간 전시를 만들며 고민했던 이야기들을 미술관에 입사한지 10년이 되던 해인 2020년, 그동안 끄적인 두서없는 메모와 일기, 드로잉들을 묶어 기록해 두고자 했던 마음이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의 출발이다. 물론 그 후로도 3년이 더 흘렀다. 

 

전시를 마주하고 준비하는 과정 중 어떻게 아이디어가 싹트고 조율되어 전시라는 공간에 펼쳐지게 되는지, 상수처럼 주어진 현실의 팍팍한 조건과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던 여러 상황을 애면글면 헤쳐 나가던 과정을 한 사람의 시선으로 정리한 주관적 기록이다. 

 

Q. 이 책의 핵심 내용을 꼽는다면.


책에서 이야기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있고, 이 세 파트를 관통하는 지점에 나의 디자인 철학과 전시디자인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나름의 관점이 담겨 있다. 소개된 전시 사례 속 맞닥뜨린 문제를 풀어나간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전시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독자 앞에 펼쳐진다. 전시디자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전시마다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여러 문제가 중첩되기도 한다. 

 

한평생 자랑스러운 조선의 화공으로, 다정한 아버지로 살다 가길 원했던 민족의 화가. 그를 백 년 뒤 전시장으로 소환하기 위해 작가의 영혼의 통로가 되기를 바랐던 시간. 대부분 얇은 종이 스케치로 이루어진 2000장의 드로잉과 자료 들을 한 사람의 삶의 여정으로 바꾸는 작업, 더운 여름날 30도가 넘는 뜨거운 공간을 전시실로 활용하기 위해 온도까지 디자인해야 했던 상황, 1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200평의 전시실을 구성하고 작품을 설치해야 했던 경험. 굽이굽이 작가에 대한 존경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협업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소중한 과정들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계로 작용했던 걸림돌이 도약의 디딤돌로 탈바꿈되는 ‘다르게 생각해보기 ’라는 자기 혁명의 과정에 아주 작게나마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Q.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자신이 가는 길이 맞다고 느껴진다면 누가 뭐라하든 휩쓸리지 말고 꾸준함을 장착하고 걸어가길 바란다. 변화는 한 사람의 의지에서 시작된다. 틈에서 꽃이 핀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공공의 성격을 가지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용주 전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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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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