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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포용디자인 통해 던지는 메시지, “우리 모두가 주인공”_ 최수신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2025-10-06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특별하다. 세계 최초로 ‘포용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포용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 이외에도 비엔날레는 디자인이 인간의 삶과 사회 구조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비엔날레가 내세운 ‘포용디자인’은 광주라는 도시의 맥락을 품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곳이자 무등정신이 이어져온 광주에서 펼쳐지는 평등의 원칙은 한국적 정서가 내제된 정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문화적, 사회적 경계를 넘어서는 공존, 개인 및 가족,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용,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이동, 기술과 인간이 함께하는 미래까지, 경계를 허물며 인간을 향한 ‘모두 함께’를 외치는 이번 비엔날레는 디자인의 지속가능한 언어이자 디자인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최수신 총감독은 한국적 정서의 포용디자인을 통해 모든 이들이 다양한 사회 문제 속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디자인을 보여주고자 했다. “모두의 차이를 인정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디자인은 공감과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그는 ‘광주 포용디자인 매니페스토’를 선포하고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를 마련하는 등, 모든 이들이 포용디자인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가 포용디자인이라는 디자인의 새로운 사명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주인공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시선이자 마음가짐이다. 최수신 총감독으로부터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포용디자인’에 대해 들었다. 

 

최수신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1978년 대우자동차에서 대한민국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 기아자동차 세피아, 스포티지, 카니발 등의 차량 디자인을 주도했다. 미국 DEKA R&D 디자인 디렉터 등을 거쳐 현재 미국 사바나예술대학교(SCAD: 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산업디자인 학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지난 25년간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을 연구하며 그 중요성과 영향력을 설파해 왔다.  

 

 

Q. 어떻게 이번 행사의 총감독을 맡게 됐나. 


약 7년 전,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포용디자인으로 이루는 포용국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내용을 기억하고 있던 광주디자인진흥원 관계자로부터 총감독직을 제안받았다. 

 

‘광주’라는 도시가 지닌 역사성과 ‘포용’이라는 주제는 나의 인생의 방향성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졌다. 너무도 시의 적절하고 또,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기꺼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랜 시간 연구해 온 포용디자인을 대중적 언어로 풀어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자 했다.

 

Q. 세계 최초로 ‘포용 디자인’의 개념을 선보였는데, 배경은 무엇인가.


사실 포용디자인의 역사와 이력은 상당히 길다. 197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유니버설 디자인, 즉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제품을 만드는 개념에서 시작하여, 장애를 가진 미국인 법(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의 제정에 영향을 주고, 1990년대 초 영국에서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개념이 등장하여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환경과 제품을 만드는 노력이 시작되었으니, 포용디자인의 개념이 세계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의 환경은 포용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초기의 유니버설 디자인과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제품이나 환경의 사용성과 접근성 등에 치중한 반면, 차별, 격차, 분리 등 오늘날의 사회적인 문제까지 아울러서 모든 이들이 즐겁게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디자인을 제시하고 싶었다. 

 

또한, 서구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유니버설 디자인과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우리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정, ‘나’의 것도 아니라 ‘우리’의 것으로 지칭하는 의식 구조, 이웃도 ‘사촌’이라고 부르고, ‘착한’ 오지랖이 넘쳐나는 한국의 정서를 만나서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도와주는 포용적인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또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디자인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을 위한 장식이나 기능 개선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양한 조건과 차이를 가진 존재다. 그러나 기존의 많은 디자인은 ‘익숙한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이는 소외와 배제를 낳기도 했다.

 

포용디자인은 신체적 조건뿐 아니라 언어, 문화, 경제력, 교육, 감각의 차이 등 모든 인간적 차이를 인정하고, 누구나 동등하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이다. 그 출발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공감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관절염을 앓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개발한 ‘옥소 굿그립 감자칼’(OXO Good Grips)’은 그런 철학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포용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Q. ‘포용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특별히 시도한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시 외에도 체험과 참여, 실천을 유도하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먼저 개막식에서는 ‘광주 포용디자인 매니페스토’를 전 세계에 선포했다. 이는 디자인이 인간의 존엄과 연결, 공감을 실현하는 도구임을 천명한 선언이었다. 또한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를 통해 국내외 디자인 학생들이 직접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고, 문화적 차이를 넘는 협업으로 해결안을 도출하는 장을 마련했다. 

 

관람객의 사유를 이끄는 ‘포용디자인 명언 존’, 다양한 감각 체험이 가능한 ‘뉴노멀 플레이그라운드’ 등도 전시를 넘어 포용의 정신을 경험하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단지 ‘보는 전시’가 아니라, ‘느끼고 변화하게 하는 전시’를 지향했다.

 

Q. 그간의 비엔날레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전의 디자인비엔날레들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이전에는 디자인의 트렌드나 조형적 실험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행사는 철저히 인간의 삶과 공존을 중심에 두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예쁜 디자인’보다 ‘필요한 디자인’, ‘화려한 표현’보다 ‘따뜻한 연결’이 중요한 가치를 차지한다. 

 

또한, 비엔날레의 전시를 한정된 공간 안에 가두지 않고, 광주 도시철도와 지역사회, 교육 현장까지 확장시켰다는 점도 중요한 차별점이다. 전시관 자체도 디자인적 메시지뿐 아니라 철학과 실천이 담긴 구성으로 연출되었다.

 

Q.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고민은 ‘포용’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전시 언어로 쉽게, 그러나 깊이 있으면서도 즐겁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포용디자인은 그 자체가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하기에, 텍스트와 이미지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전시 흐름을 설계했다. 

 

포용디자인은 이론이 아니라 태도이며 실천이다. 이를 위해 전시의 모든 요소 -동선, 인터랙션, 언어, 높이, 정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Q. ‘포용 디자인’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만큼 수많은 디자인의 분야에 적용이 될 것 같은데, 포용 디자인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포용디자인은 단지 물리적 불편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 연대와 배려를 확산시킬 수 있는 문화적 전략이다. 또, 포용디자인이 ‘착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기업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선입견도 오해였다는 것을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알 수 있다.

 

디자인은 우리의 일상 속 언어, 도구, 공간, 서비스 어디에나 스며들 수 있으며, 포용디자인은 그 모든 곳에서 배제 대신 참여를, 무관심 대신 공감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이것은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디자인의 새로운 사명이라 할 수 있다.

 

 

 

Q.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번 비엔날레가 던지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포용디자인은 디자이너나 정책 입안자만의 일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실천을 통해 누구나 만들어갈 수 있는 변화다. 

 

예컨대, 우리가 자녀에게 신체가 불편한 친구나 다문화 가정 친구를 주말에 집으로 초대해 함께 놀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포용디자인의 시작이다. 우리에게는 불편하지 않은 한글로만 된 안내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외국인들을 생각하고 이를 고치려고 하는 것도 포용사회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다름을 약점이나 장애가 아닌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익숙함이라는 감각을 의심해보는 태도, 그것이 바로 포용의 시작이다. 세상을 ‘나의 시선’이 아니라 ‘너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훨씬 더 따뜻하고 다채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

 

Q. 앞으로 디자인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언급한다면.


디자인비엔날레는 더 이상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주는 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고, 어떻게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제안하는 지식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기술과 미학을 넘어 인간과 공존, 배려, 존엄을 주제로 한 담론과 실천이 함께 이뤄지는 장이 되어야 하며, 앞으로도 광주비엔날레가 그런 글로벌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광주가 세계 디자인의 새로운 축이 되는, ‘포용의 수도’로 자리잡기를 소망한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광주디자인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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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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