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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게 또 다르게, 시각디자인과 생활디자인의 이인삼각

2015-10-09


‘동.동.동’, 얼핏 보면 명랑하기만 한 슬로건에는 제법 의미심장한 속뜻이 있다. “함께(同) 모여서(同) 움직이다(動)”. 시각정보디자인학과와 생활문화디자인학과로 구성된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졸업전시회의 주제다. 두 학과는 예년 그래 왔듯 짧게는 4년, 혹은 그보다 더 길었을 여정의 결실을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허울뿐인 ‘함께’를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함께’를 보여주려 한다.

에디터 | 나태양(tyna@jungle.co.kr)

개별 작업의 퀄리티가 아무리 뛰어난들, 그들을 한 데 그러모을 ‘쌔끈한’ 포맷 없이는 아쉬운 소리 듣기 십상인 게 전시다. 전시기획은 비단 메이저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뿐만 아니라 예비 디자이너들의 가능성을 소개하는 졸업전시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획력’이라는 기초가 바탕이 된다면, 학부 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졸업전시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를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올해 서경대 디자인학부에서는 ‘동.동.동’의 통합 아이덴티티 형성에 주력했다. 전시의 얼굴이 될 로고 또한 ‘동.동.동’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동선(動線)처럼 위에서부터 구불구불 떨어져 내려오는 하얀 라인은 표제어 글자 ‘동’을 기호화한다. 이에 발랄한 느낌을 주면서도 공예와 디자인을 아우를 수 있는 파란색을 기본 컬러로 선택했다. 이렇게 완성된 로고는 포스터나 도록은 물론이고 전시 내 조형물, 소개 패널 및 사이니지 등에 사용되어 전시에 일관적인 맥을 부여한다. 로고를 활용한 조형물과 인트로 영상은 입구에서부터 ‘동.동.동’의 콘셉트와 정체성을 명시한다.

‘동.동.동’이 열린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4층 전시공간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5층 전시공간은 생활문화디자인학과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동.동.동’이라는 주제가 두 전시공간을 관통하며 학과와 학과를 연결하기는 하지만, 학과에 소속된 개인 작품을 전시함에도 맥락이 끊기는 일이 없도록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학생이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표현하되, 테마 별/장르 별로 유기적인 그루핑(Grouping)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전시의 흐름을 구성해 보자는 것.

이에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서는 ‘자연(Nature)’, ‘아동&가족(Kids & Family)’, ‘일상생활(Daily Life)’, ‘음식(Food)’, ‘전통(Tradition)’, ‘게임(Game)’, ‘캠페인(Campaign)’, ‘캐릭터(Character)’, ‘여행(Journey)’의 9가지 키워드로 전시 그룹을 나눴다. 공간 내부 벽을 따라 진열된 작품을 테마 별로 감상하고, 공간을 나서면 외부에 설치된 또 다른 작품들이 전시를 마무리하는 동선으로 설계됐다. 올해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서는 특별히 ‘동’이라는 어감을 살리기 위해 작품 게시 상판을 반원 형태로 통일했고, 상판 제작에 골판지 등 친환경적 소재를 사용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가하고자 했다.

전시의 시작을 꿰찬 ‘자연’ 테마에는 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유기동물센터와 카페를 결합한 멀티플렉스 공간 브랜딩, 지구온난화 관련 환경 보호 제품 디자인, 동물 운송 전문 회사 브랜딩, 친환경적 소재를 활용한 제품 리디자인, 실내 정원 관리를 위한 제품 디자인 등 브랜딩과 제품 디자인 위주로 구성됐다.

이어 ‘아동&가족’ 섹션에서는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 교구 제품 디자인, 가족 관계 회복 프로젝트 등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특히 어린이 난독증 환자를 위한 그림책, 마그네틱 장난감, 정보 리플렛 등을 작업한 박소현 학생은 “난독증은 어릴 때 교정할수록 치료 가능성도 크다. 작업을 위해 난독증 관련 논문들을 참고하고, 전문 병원의 조언과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아 가며 3달 정도 준비했다”며 ‘리드리드(LeadRead)’의 작업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일탈, 자유, 여행 등 ‘일상생활’을 테마로 모인 학생들은 일상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일러스트, 웹사이트, 문규루, 생활도기 디자인 등으로 풀어냈다. 또한, ‘푸드’ 섹션에서는 케이크 숍과 패스트푸드 브랜딩부터 웰빙 요리 브랜드, 사찰음식 푸드 트럭을 아우르는 상상력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 ‘전통’ 섹션에서는 모던 민화, 타이포그래피, 한복 캠페인, 홍보 애플리케이션 등 전통문화를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통’의 영역은 ‘무형문화재(장인)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모바일 게임 디자인을 매개 삼아 ‘게임’ 테마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게임’ 섹션에서는 구동 프로토타입뿐만 아니라 시장에 출시된 프로젝트도 만나볼 수 있었다. 게임 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학생이 실제 프로젝트를 전시 작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이와 함께 ‘캠페인’ 영역에서도 익숙한 ‘굿네이버스 광고 캠페인’이 눈에 띄는 등 디자인학부 학생 가운데 몇몇은 이미 필드에서 현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한 층 위 생활문화디자인학과 전시 공간에서는 ‘동.동.동’의 로고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조형 설치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 비해 규모는 다소 작지만, 생활문화디자인학과 학생들은 기획부터 디자인, 스타일링 및 제작에 전격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전시를 알차게 구성했다. 특히 패턴, 그래픽, 원단 작업 등을 제품화로 풀어낸 작업들에서는 본래 텍스타일 및 금속 위주의 과였던 생활문화디자인학과의 전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생활문화디자인전공 전시는 크게 ‘패션(Branding)’, ‘인테리어 디자인(Interior Styling)’,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Life Style Design)’의 세 섹션으로 그루핑되지만, 개인에게 할당된 전시 공간마다 가벽을 세워 분리된 공간 연출과 개별 디스플레이를 부각한다. 내부 전시장에서는 인테리어와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전시장 외부에서는 패션 위주의 브랜딩 쇼룸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각각의 작품은 가벼운 느낌에서 점점 무게가 실리는 방향으로 배치되었다.

첫 작품은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오브제를 활용한 공간 연출로, 생활디자인 학생과 시각정보디자인 학생의 컬래버레이션 작품이라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했다.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공간들은 키친웨어를 활용한 다이닝 룸, 패턴을 패키징에 활용한 티룸 등을 선보이고, 정체성이 명확한 주거 공간 인테리어 다음으로는 주얼리 라인과 웨딩 콘셉트 쇼룸이 등장해 화려하게 확장된다. 이에 바통을 이어받은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섹션에서는 키즈 라인부터 에디토리얼 디자인, 캐릭터/그래픽 작업, 카페 공간 연출, 커스텀 제품 브랜딩 등 폭 넓은 분야에 걸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장 외부에 전시된 패션 브랜딩 섹션에서도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공간 연출을 강조한 기획 쇼룸이 주를 이뤘다. 1970년대 뉴욕, 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 상품, 네일아트 중심의 패션 소품, 그로테스크풍 패션 브랜드 등을 콘셉트로 한 디스플레이에는 학생들 저마다의 개성이 묻어났다. 생활문화디자인학과는 패션디자인학과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기에 대개 재봉 과정 없이 패턴과 그래픽 위주로 작업하지만, 그중에서는 직접 제작한 의상을 선보일 만큼 패션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시각정보디자인학과와 생활문화디자인학과가 발목을 엮고 함께 달리는 ‘이인삼각’ 같은 ‘동.동.동’. 서경대학교 디자인학교의 졸업전시회 ‘동.동.동’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2015년 10월 7일(수)부터 10월 12일(월)까지 5일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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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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