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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것도 다시보는 이자인원오원

2015-12-24

 


‘업사이클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는지. 업사이클링은 ‘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입힌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재활용’이라는 행위다. 버려지는 것 중에서 적당한 소재를 찾는 것이 업사이클링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이자인원오원(Esign 101)’은  버려지는 것을 보고 또 보면서 쓰레기를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오리지널 ‘친환경’ ‘에코’ ‘업사이클링’ 디자인 컴퍼니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Esign101은 Eco와 design의 합성어에 개론학 과목 코드인 101을 붙인 것으로 ‘에코 디자인개론학’이라는 뜻을 지녔다. ‘에코디자인의 기초가 되자’는 생각으로 만든 이름이다.

Esign101은 Eco와 design의 합성어에 개론학 과목 코드인 101을 붙인 것으로 ‘에코 디자인개론학’이라는 뜻을 지녔다. ‘에코디자인의 기초가 되자’는 생각으로 만든 이름이다.


 

이자인원오원의 김유화 대표는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선물 받은 커피 원두를 방향제처럼 사용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향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커피콩이 아까워 버리지 못했다. 모양이 예뻐서 만지고 바라보다 커피콩 반지를 만들어보았다. 이 커피콩 반지는 이자인원오원의 제품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버려지는 커피콩을 활용한 커피콩 반지와 귀걸이 (사진제공: 디자인원오원)

버려지는 커피콩을 활용한 커피콩 반지와 귀걸이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간식으로 먹은 피스타치오의 껍질 모양이 조개처럼 자그마하고 예뻐 액세서리 제품에 활용했다. 한라봉 껍질과 자몽껍질은 캔들로 활용됐다. 호두껍데기 캔들은 작지만 6시간가량 사용이 가능하다. 견고한 호두껍데기는 초가 타는 동안 껍질이 뜨거워지지 않고 물에도 잘 뜬다. 이자인원오원의 액세서리 케이스로도 사용됐다.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간식으로 먹은 피스타치오의 껍질 모양이 조개처럼 자그마하고 예뻐 액세서리 제품에 활용했다(위). 한라봉 껍질과 자몽껍질은 캔들로 활용됐다. 호두 껍데기 캔들은 작지만 6시간가량 사용이 가능하다. 견고한 호두껍데기는 초가 타는 동안 껍질이 뜨거워지지 않고 물에도 잘 뜬다(아래). 호두 껍데기는 이자인원오원의 액세서리 케이스로도 사용됐다.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이자인원오원의 많은 제품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어머니가 매실청을 담그실 때 버려지는 씨앗이 아까워 매실 씨앗을 제품화했고 간식으로 먹은 호두와 피스타치오의 껍질이 견고하고 앙증맞아 재료로 삼았다. 한라봉을 먹다가도 ‘오목한 껍질을 그릇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하고 제품으로 활용했다. 

 

산업폐기물로 버려지는 안경알로 브로치를 만들었고 매실 씨앗으로도 브로치를 만들었다. 매실청을 만들고 남은 매실 씨앗을 끓여 씨에 붙은 살을 모두 제거해 재료로 사용했다.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산업폐기물로 버려지는 안경알로 브로치를 만들었고 매실 씨앗으로 브로치를 만들었다. 매실청을 만들고 남은 매실 씨앗을 끓여 씨에 붙은 살을 모두 제거해 재료로 사용했다.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당연히 재활용품으로 구분될 것 같았던 안경알이 산업폐기물로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고 안경알을 수거, 브로치로 활용하기도 했다. 산에 갔다가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이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까워 소품으로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커피콩 반지와 매실 씨앗 브로치, 피스타치오 브로치, 호두 껍데기 캔들, 한라봉 껍질 캔들 등이다. 

 

전시 팸플릿을 활용해 만든 페이페 비즈. 이자인원오원의 대표 아이템이다.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전시 팸플릿을 활용해 만든 페이페 비즈. 이자인원오원의 대표 아이템이다.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이자인원오원을 대표하는 제품은 버려지는 종이를 활용해 만드는 페이퍼 비즈다. 영화 포스터, 달력, 포장지 등 다양한 종이를 활용하는데, 종이를 길게 잘라 동그랗게 마는 것이 특징이다. 이자인원오원의 첫 제품도 바로 이 종이 액세서리였다. 

 

그야말로 버려지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되는 셈이다. 김유화 대표가 이렇게 버려지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환경을 생각하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했던 평소의 습관 이외에 또 다른 배경이 숨겨져 있다. 

 

영화 포스터를 활용해 만들어진 펜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영화 포스터를 활용해 만들어진 펜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대학에서 페인팅을 전공한 김유화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을 그렸지만 취업을 원하는 가족들의 바람에 못이겨 회사에 입사했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었지만 자신의 방에 놓여있는 물감을 보며 작업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고 일 년 남짓을 버티다 ‘백조’를 선언했다. 서른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고 물감 값을 벌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액세서리 제작을 하기로 한 그는 남들이 하지 않으면서 비용이 들지 않는 재료를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다 우연치 않게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하게 됐다. ‘업사이클링’을 답이라 여기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몰두한 그는 페이퍼 비즈를 자신이 해야 할 일로 믿고 하루 종일 종이를 말고 또 말았다. 새로운 것을 찾다가 커피 콩을, 매실 씨앗을, 피스타치오 껍질과 한라봉 껍질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반지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종이로 만들어진 반지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버려지는 것으로 만들어지지만 반드시 예뻐야 한다는 것이 제품이 갖추어야 할 요소다. 그래서 그가 만드는 종이 액세서리도 종이 같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페이퍼 비즈 팔찌 중에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영화 포스터를 활용한 팔찌다. 영화 포스터에는 영화가 지닌 고유의 색이 담겨있어 영화 포스터로 비즈를 제작할 경우 액세서리를 통해 영화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특히 겨울왕국 같은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활용한 팔찌는 푸른색이 그대로 드러나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그는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모든 페이퍼 비즈에 생활방수를 적용시켜 ‘종이인 듯 종이 같은 종이 아닌 팔찌’를 만들었다. 

 

사실 이 방수 기능은 까다로운 국내 여성 소비자들에 의해 탄생하게 됐다. 제품을 보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국내 여성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외국 페이퍼 비즈의 경우 방수기능이 없고 물어 쉽게 젖어 모양이 변형되는데 이자인원오원의 페이퍼 비즈는 크리스털 레진으로 비즈 알 하나하나를 코팅해 물에 젖지 않는다.  

 


이자인원오원의 김유화 대표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사업을 시작, 1년 7개월만에 업사이클링을 액세서리 디자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자인원오원의 김유화 대표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사업을 시작, 1년 7개월만에 업사이클링 액세서리 디자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사업의 시작은 소박했다. 150만원의 적은 돈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목표는 ‘원하는 작업을 하면서 물감 값이나 버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증은 생각도 안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천천히, 길게 가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덕분에 온라인 쇼핑몰을 두 번 오픈하고 문 닫는 동안에도 지치지 않았다. 종이를 말면서 자신이 하는 일이 업사이클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한국업사이클링디자인협회를 만났다. 각종 행사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자인원오원은 점차 사업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서울시 청년허브의 지원을 받아 매장도 갖췄다. 그렇게 문을 연지 1년 7개월 만에 이자인원오원은 업사이클링을 대표하는 액세서리 브랜드로 이름이 났고, 제품 판매 수익보다 강의료 수익이 더 많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액세서리 제작 강의와 창업 강의 모두에서 핫한 반응을 얻고 있는 그는 업사이클링 액세서리 제작 강의에서는 자신의 작업 노하우를, 창업 관련 강의에서는 창업 시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방법들을 모두 다 공유한다. 많은 사람들이 액세서리를 따라 만들면 자신은 또 다른 재료로 새로운 것을 만들면 되고, 자신이 창업을 할 때 느꼈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자인원오원은 종이외에도 버려지는 다양한 것들을 소재로 사용한다.

이자인원오원은 종이외에도 버려지는 다양한 것들을 소재로 사용한다.

 

 

재활용으로 만들어 놓은 소품에 관심을 갖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는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의 기회도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강의 요청이 많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매장에서 액세서리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본격적으로 액세서리 제작 클래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자인원오원의 매장 외관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이자인원오원의 매장 외관 (사진제공: 이자인원오원)

 

이자인원오원의 김유화 대표

이자인원오원의 김유화 대표


 

이자인원오원의 매장 인테리어 비용은 단돈 20만원이었다. 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을 자재시장삼아 자주 들르면 인테리어 소품뿐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재료들을 끊임없이 구할 수 있다고. 

 

그는 제품 판매와 함께 한 해 동안 자그마치 세 번의 작품 전시 기회도 가졌다. 업사이클링 작업을 시작 한 후 페인팅에도 업사이클링을 적용시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수 있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수입이 적을 때도, 아예 없을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즐거운 건 자신이 가진 ‘행복의 기준’ 때문이라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디자인원오원 김유화 대표는 오늘도 여전히 행복하다. 

 

이자인원오원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byeco2?fref=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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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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