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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공공디자인을 변화시킬 부드러운 힘, 공예

2010-12-10


디자인의 뿌리는 공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예를 통해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었고 디자인이 그것들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공예와 디자인은 같은 선상에 있고 디자인과 공공디자인도 하나로 느껴지는데 공예와 공공디자인은 한 사촌뻘쯤 되어 보인다. 공예와 공공디자인의 관계, 그 접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공예와 공공디자인은 디자인이라는 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거리가 있는 듯한다. 이는 '우리의 생활과 직결된 공예', '전체를 위한 공공디자인'이라는 수식어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모여 전체가 되고 개개인의 생활은 곧 전체의 것이 된다. 오는 15일부터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0 공공디자인엑스포에서는 공예와 공공디자인의 만남을 볼 수 있다. 가까워 보이지만은 않는 이 두 분야가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은 공공디자인엑스포 2010을 주관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철학 때문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최정심 원장을 만나 공공디자인엑스포 2010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들어보았다.


공예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
우선 공예를 정의하자면 공예는 industrial art 즉, 디자인, 아름다운 예술적인 기물이다. 공예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의식주 전반을 만들고 구성했던 것이다.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은 물론 의복과 장신구, 도자기, 그릇 등 생활 전반의 모든 영역들과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든 것이 공예이다. 사회의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수요자가 급증했고 마을단위의 생산이 힘들어지면서 기계화가 되었다. 그래서 손으로 만들어진 공예품들이 거의 일시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서양식 미술교육이 도입되면서 공예가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적 공예로 변화되어 온 것 같다. 아트로서의 공예로 그 성격이 굳어져가면서 생활의 디자인으로서의 공예가 사라지고 그 기술도 사라지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의 생활문화양식 또한 일시에 사라졌다. 도시화가 되고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거주공간의 변화에 따라 생활양식이 변화됐고 그와 더불어 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부분에까지 서구중심적사고가 스며들었다. 우리의 생활양식이나 문화들이 일시에 뒤바뀌어버렸다. 그것은 문화계승적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공예와 공공디자인의 연결 포인트
오늘날 우리는 산업사회의 양산의 결과로서의 환경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자 반드시 생각해야할 문제이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사막화 등의 환경문제는 지구의 수명을 압박해오고 있다. 바다의 시대가 도래하고 인간이 살 수 없게 되는 예고된 불행이 눈앞에 놓여있다. 우리는 생산을 줄이고 소비하고 버리는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
전세계적 트렌드로 보았을 때 앞으로 가야할 방향은 환경이다. 바로 양산을 줄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문화적 측면에서 앞으로 가야할 방향은 각자의 다양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각 지역에는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그 문화들은 제각각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다. 획일화되고 패턴화된 것이 아니라 고유한 지역적 특성에 따른 문화를 존중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창조도시, 문화도시 지정이며 세계가 권장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국력은 생겼지만 국격이 없다. 문화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5000년의 매우 길고도 견고한 국격을 지녔다. 그것이 근현대에 와서 갑자기 사라졌다. 그것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보다 내재된 역량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계론적으로는 세계로 향해야 하지만 창조성에 있어서는 내발적 창조적 역량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 기관의 설립 의미이자 역할이 아닐까. 디자인 관련 조직은 많지만 대부분 산업디자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델을 외부에 두고 서양을 따라가는 것이다. 우리 기관은 내발적 역량에 관점을 둔다. 그것이 경쟁력이자 국격이 되고 세계와 가장 빠르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가장 미래지향적이고 가장 진보적인 것은 바로 그러한 내발적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했다면 이번 행사에서는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을 했다. 모든 기획과 콘텐츠와 집행방식을 완전히 이동시켰다. 사업 타이틀은 동일하지만 기획과 집행방식은 매우 부드럽고 내면적이며 관계적이다. 내년이 되면 그러한 부분들이 더욱 구체화되어 실천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구 인류의 삶을 위해 환경적 측면에서 기계적 양산보다는 한정생산에 목표시장을 두고 있고 수공예적 작업에 활동내용을 둔 수공예적 디자인을 추구한다. 오래된 우리의 문화를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적 관계의 공생의 길이 아닌가. 오래된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과거로부터 배워나가며 우리 문화로부터 열쇠를 찾는 방식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접근인가
이번 행사에 공정무역 아름다운 커피를 초대했다. 공정여행 착한여행을 지지하고 최초로 NGO관이 들어왔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들은 구성된 내용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느티나무 아래 있는 평상을 휴식공간에 도입하기도 했다. 평상은 우리 문화 속에 들어있는 하나의 오브젝트이자 상징적 표상이다. 이번 행사 외에 우리의 사업 중에는 환경문제를 다룬 내용이 많다. 전시에서 나온 재료들을 학교에 기증하여 인테리어 가구에 활용될 수 있게 지원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전시를 열었으며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쓰임을 갖게 되는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했다. 이번에 우리는 그러한 공예적인 정신을 교육과정 워크숍을 통해 반영, 변화를 시도했다. 학교 안 공방을 만들어 학생은 물론 주민들이 참여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공공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질적 생산력, 문화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 여럿이 함께 생각하고 실천하는 문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실행한 것이 인사동 KCDF 갤러리가 있는 청석동 골목길 반상회를 만든 것이다. 현재까지 약 10여 회의 모임을 가졌는데 그 모임을 통해 골목길 주민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과정에서 우리는 골목길의 공공문화, 공공문화디자인, 공공문화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에 모두 합의했고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도시농업학교를 개설, 삭막하고 건조한 도시에 도시농업인 ‘텃밭만들기(farmer's market)’ 프로그램을 기획, 옥상에 채소정원을 도입했다. 또한 골목길 공동사인에 대해 공예적이고 문화적인 것들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실행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를 종로구청에 제안했고 얼마 전 청석동 골목길은 디자인거리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이 수립한 계획이 실제로 내년에 현실화된다.

부드럽지만 실천하는 공공디자인인가
그렇다. 하드웨어는 물론 필요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는 방식이 다르고 방식 이전에 정신, 철학이 다르다. 난 획일적인 것들은 최소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모습과 다른 개성과 다른 생각을 존중해야한다. 양산을 피하자는 것은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다. 불필요한 양산과 소비가 분명 존재한다. 과거에는 우산이 고장나면 수리해서 썼는데 지금은 그러한 기술이 잊혀졌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고쳐쓰는 것이 문화인으로서, 사회의 리더로서 지켜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사회전반에 정착되어야한다. 사람들은 멋있어야 한다. 바로 그 부분에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힘이 필요한 것이다. 구질구질한 것이 아니라 고쳐쓰면서도 세련되고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공예의 일상성,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교육이 필요하다. 바느질하는 교육, 고쳐 쓰기 위한 교육, 정신적인 교육, 인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고쳐쓰는 것이 멋있을 수 있다는 미적 디자인에 인문적 교육,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디자인 시각 교육,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예 기술 교육, 이 세 가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이 되면 아이디어가 금방 현실화 된다. 기술이 있으면 구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술을 사용하면 생각을 열 수 있고 필요에 대한 관점도 달라질 것이다. 교육과 더불어 정신과 실천의 방향에 있어 공감하는 지도자들이 동참해주어야 한다. 그런 교육과 실천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장비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공방들이 많이 생기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것들이 잘 소비되고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익을 내서 공공적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마을마다, 동네마다 생산력을 갖추어 생활에도 쓰고, 공동의 공공디자인에도 쓸 수 있다.


공예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다. 소리 없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삶 자체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제 공예는 소리 없이 공공디자인을 변화시킨다. 딱딱한 껍질에 치중하기보다 특유의 섬세함으로 내적 변화를 시도하는 공예는 부드럽지만 큰 힘과 특유의 세심함으로 공공디자인, 우리의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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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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