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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의자 위의 남자>, <빈 방>의 정다희 감독

정다희 | 2017-04-18

 


 

정다희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의자 위의 남자〉는 2014 칸 영화제 감독 주간부문 초청,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단편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빈 방〉은 히로시마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졸업작품 〈나무의 시간〉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최고’라는 평을 받은 그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 

 

〈의자 위의 남자〉 Copyright 2014. Jeong Dahee all rights reserved.

〈의자 위의 남자〉 Copyright 2014. Jeong Dahee all rights reserved.


 

작품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저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쓰는데요, 살면서 갖게 되는 질문들, 주변의 삶과 자연을 관찰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겨나요. 그러면 그 이야기에 대해 온갖 방식으로 생각을 하죠. 그 과정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그것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돼요. 

 

작품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먼저 이야기를 쓰면서 간단한 스케치를 해요. 그것들을 구체화시키면서 캐릭터, 배경 등을 그리고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요. 그다음으로 애니메틱스라는 제작 과정을 거치죠. 사운드와 간단한 움직임이 첨가된 스토리보드 영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애니메틱스로 잡아 둔 장면을 기반으로 라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요. 채색, 배경, 카메라 움직임 등을 채워가며 영상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이 완성된 후에는 사운드와 음악을 제작해요. 

 

〈빈 방〉 Copyright 2016. Jeong Dahee all rights reserved.

〈빈 방〉 Copyright 2016. Jeong Dahee all rights reserved.


 

작품 제작에 있어 가장 재미있는 부분과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재미있는 과정은 이야기를 쓰고, 스케치를 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초기 단계고요,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애니메이션 제작의 거의 마지막 단계예요.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때쯤 되면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게 되거든요. 


단편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는 요소는 일러스트, 스토리, 음악, 보이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미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작품에 따라서, 비중의 크고 작음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단편 애니메이션은 10분 내외에서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르예요. 스토리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작품이 있고, 이미지보다 보이스가 중요한 작품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애니메이션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떤 이미지들의 연결과 상징으로 표현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나무의 시간〉 Copyright 2012. Jeong Dahee all rights reserved.

〈나무의 시간〉 Copyright 2012. Jeong Dahee all rights reserved.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셨는데, 애니메이션을 선택하신 배경이 궁금해요.

대학교 2학년 때 영상 수업 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알게 됐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게 되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죠.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것들을 시간 안에 풀어내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일이에요.  

 

지난해 수상을 많이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세요? 

이야기를 이미지로 풀어내는 방식이 독특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의자 위의 남자〉, 〈빈 방〉이 화제가 됐는데요, 작품 소개 부탁드려요. 

〈의자 위의 남자〉는 2014년에 완성한 7분 길이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CJ 문화재단의 제작 지원을 받았어요. 연필 드로잉과 2D, 3D 컴퓨터 기술이 합쳐진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림 속 남자와 그 남자를 그린 작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빈 방〉은 2016년에 완성한 9분 30초 길이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에요. 목판과 2D 컴퓨터 기술이 합쳐진 방식으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제작 지원을 받았어요. 저는 ‘방’이 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흔적을 간직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공간, 벽, 문, 커튼, 테이블, 물건 등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흐르는 시간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조건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은요?

모든 작품들이 하나하나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는데요, 졸업 작품인 〈나무의 시간〉을 많이 좋아해요.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작품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느끼게 해주죠.

    

좀 더 재미있게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단편 애니메이션은 TV나 극장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영상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요. 어떤 문화를 많이 접할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처럼, 단편 애니메이션도 많이 볼수록 더 많은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여러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통해서 많은 작품들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하고 싶은 일을 굉장히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꼭 하고 싶은 이야기, 꼭 그리고 싶은 그림이 뭘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찾다 보면 자신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자신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다희 감독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프랑스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졸업작품 〈나무의 시간〉으로 2013년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인디의 별을 수상했다. 대표작 <의자 위의 남자>는 2014 칸 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 초청,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단편 부문 크리스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약 90개의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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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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