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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가장 효율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위한 대립

한스 루돌프 보스하르트 | 2017-10-13

 


 

신과 구, 보수와 진보, 전통과 현대는 늘 상대적인 것일까. 역사와 문화, 사회 등 모든 것에 존재하는 이러한 대립은 때론 안타까운 의견충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더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타이포그래피도 마찬가지다. 1946년, 타이포그래피는 막스 빌과 얀 치홀트에 의해 전통과 현대의, 보수와 진보의 논쟁의 중심에 자리했다. ‘가장 아름답고 효율적인 타이포그래피는 무엇인가’ 하는 것인 그 이유였다.   

 

〈막스 빌 대 얀 치홀트: 타이포그래피 논쟁〉, 한스 루돌프 보스하르트 지음, 박지희 옮김, 안그라픽스, 208쪽, 18,000원

〈막스 빌 대 얀 치홀트: 타이포그래피 논쟁〉, 한스 루돌프 보스하르트 지음, 박지희 옮김, 안그라픽스, 208쪽, 18,000원


 

막스 빌과 얀 치홀트의 치열한 논쟁은 전통적 타이포그래피와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철학과 이상의 차이로 벌어졌다. 〈막스 빌 대 얀 치홀트: 타이포그래피 논쟁〉은 이들의 논쟁을 통해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와 디자인의 역사를 짚어보는 책이다. 

 

타이포그래피의 대가이자 북 디자이너로 명성이 자자했던 얀 치홀트와 건축가이자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로 주목받던 막스빌의 논쟁은 1946년 시작됐다. 이 논쟁은 얀 치홀트가 현대적인 미감으로 새로운 타이포그래피를 이끌던 자신의 과거를 전면 부정하며 장식이 배제된 전통적 타이포그래피로 전향하면서 벌어진다.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의 선구자였던 얀 치홀트가 자신이 추구해왔던 새로운 양식을 부정하면서 과거의 타이포그래피로 돌아간 것을 막스빌은 변절 혹은 배신으로 여겼고 그러한 실망감에 논쟁은 더욱 감정적이 되었다. 서로의 작품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친밀하게 지내던 두 사람은 어떠한 이유에서 비판과 반론, 비방과 모함이 오가는 사이가 됐을까. 

 

우리가 이들의 논쟁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들의 대립이 개인적 취향의 대립이 아닌 시대적 변화 양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예술적 관점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논쟁은 자기 영역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자 관점, 혹은 자기표현으로 좀 더 의미있는 논쟁으로 확장된다. 

 


 

이 둘의 의견 대립의 쟁점은 좁게는 대칭과 비대칭 타이포그래피 혹은 장식적 요소가 첨가된 타이포그래피와 배제된 타이포그래피 간의 충돌이었지만 넓게는 전통과 현대의 대립이었다. 이 책에서는 둘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타이포그래피의 변천 과정과 역사, 디자인의 역사를 통해 알려준다. 

 

책의 저자 한스 루돌프 보스하르트(Hans Rugolf Bosshard)는 이들의 논쟁을 다루기 앞서 디자인 선진국에서 일어났던 예술운동을 상세히 소개하며 얀 치홀트와 막스 빌의 가치와 그들의 작업이 어떠한 흐름의 양상을 주도했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체계적인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논쟁의 시발점은 얀 치홀트의 강연 ‘타이포그래피의 불변 요소’다. 이를 비판한 막스 빌의 ‘타이포그래피에 관하여’, 다시 그 글에 대해 반론한 치홀트의 ‘신념과 현실’의 전문뿐 아니라 이 두 사람의 타이포그래피의 변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도판도 함께 실었다. 

 

얀 치홀트와 막스 빌의 평전이나 포트폴리오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이 두 사람이 왜 이러한 논쟁을 벌이게 되었는지, 논쟁으로 타이포그래피 분야에서 어떤 확장이 일어났는지, 이후 두 사람은 어떠한 길을 걷게 됐는지 후일담까지 들려준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열정과 애정, 창의력으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한 이 둘의 극적이고 치열했던 논쟁. 이를 통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타이포그래피라는 현대적 디자인 영역의 발전과정 등 그 역사와 의미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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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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