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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이야기가 있는 가방, 샤나

2018-01-23

 


 

과거에 핸드백이 여성의 패션을 완성시켜주는 아이템으로 꼽혔다면 이제 핸드백은 그날의 콘셉트를 표현해주는 핵심적인 요소가 됐다. 

 

계절 혹은 장소와 무관하게 여성 패션을 종결시켜주는 아이템으로,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아이템으로 빼놓을 수 없는 핸드백. 그래서 이제 단순히 패션을 완성시켜주는 것 말고 ‘나’를 드러내주는 특별한 것으로써의 가방이 필요하다. 

 

직접 디자인은 못할망정 선택은 내가 했으니 뛰어난 눈썰미와 센스를 뽐내주면 더욱 좋겠다. 그러니 ‘유행이어서’ 라든지 ‘깔맞춤’, 이런 거 말고 꼭 그것이어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가방이 하나 있다. 이름부터 독특해서 쉽게 ‘내 마음속에 저장’됐는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았던 것은 디자인이었다.  

 

SHANA 8th avenue의 가방. 사진 속 제품은 남녀 모두 착용이 가능한 가방이다.

SHANA 8th avenue의 가방. 사진 속 제품은 남녀 모두 착용이 가능한 가방이다.

 

 

샤나(SHANA 8th avenue)는 한예온 디자이너의 브랜드로 론칭한지 6년이 됐다. 각각의 가방이 개성 있는 디자인을 뽐내면서도 무언가 하나의 통일감이 느껴진다. 디자인이 독특하지만 결코 튀지 않았고 ‘연예인 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평범한 사람인 나도 소화가 어렵지 않은 그런 가방이다. 

 

여러 디자인들의 가방들을 살펴보다보니 그 원천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이 디자인들은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을지, 디자이너는 어떤 이야기를 가졌을지. 

 

샤나는 다양한 해외 체류 경험과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가죽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샤나는 다양한 해외 체류 경험과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가죽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Q. 대표님과 ‘샤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방이 좋아서 가방 디자이너가 된 ‘가방꾼’ 한예온입니다. 연세대에서 생활디자인 전공후 패션디자인 회사에서 3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패션의 본고장 뉴욕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뉴욕으로 건너갔어요. 정식으로 취업하기 위해 F.I.T 패션디자인 1년 과정을 다닌 다음, 졸업 후 바로 핸드백 디자이너로 취업해서 코치, 리즈클레이본, 칼로스팔치 등에서 가방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2012년 한국에 돌아와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가방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은 11년 되었네요. 

 

샤나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뉴욕 감성과 함께 해외 체류 경험과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가죽 가방 컬렉션이에요. 가죽 가방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여행 중에도 작은 럭셔리 아이템으로 가죽 가방을 즐기는 그녀들을 위해 흔하지 않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담은, 가죽이지만 가볍고 실용적인 가방입니다. 

 

독특하지만 너무 튀지 않는 디자인으로 특별하지만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독특하지만 너무 튀지 않는 디자인으로 특별하지만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Q. 정확한 브랜드 명이 ‘SHANA 8th avenue’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뉴욕에 있던 시절 ‘it bag’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유행과 상관없이 남들과는 다른 가방을 착용하는 것을 멋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SHANA는 그런 자신만의 유행을 알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보다 자신의 멋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8th avenue’는 제가 맨해튼 50th street 8th avenue에 살았는데 패션 디스트릭트(fashion district)까지 걸어 다녔던 길이 8th avenue라서 ‘8th avenue’라고 붙였어요. 가방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론칭을 준비하던 시절, 제작한 샘플을 보면서 설레던 추억이 있던 곳인데, 매장에서 예쁜 가방을 볼 때 설레는 것처럼 그런 감정을 고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SHANA 8th avenue’로 붙였습니다.

 


PS 미니 백과 세투치오네 V 벨트 백. 모두 여행 중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PS 미니 백과 세투치오네 V 벨트 백. 모두 여행 중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Q. 외국에서의 생활, 다양한 여행을 통한 경험이 디자인에 반영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어떠한 경험들을 하셨는지, 또 그러한 경험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디자이너라면 다 그렇겠지만 시각적인 것에 민감해서 각 지역의 분위기가 시각적인 자극으로 감명 깊게 남곤 해요. 특색 있는 선들과 색감이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죠. 그러면 간단하게 스케치를 해 두었다가 나중에 여러 스케치에서 가방에 접목시킬만한 디테일을 가져와요. 

 

또, 여행하면서 ‘이런 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으면 여행에서 돌아와 그때 있었으면 했던 가방을 데일리로 착용 가능하게 디자인합니다. ‘PS 미니 백’이나 ‘세투치오네 V 벨트 백’ 등이 대표적이에요. 샘플링 후 여행 갈 때 직접 시착을 해보고 생산을 했죠. 18SS 시즌에도 그런 가방들이 나올 예정이에요.

 

외국 생활에서 영향을 받은 것 중 ‘프롤로그 컬렉션’은 어렸을 때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착용했던 ‘란도세루’에 대한 추억에서 비롯됐어요. ‘나의 첫 가방’이라는 이야기로 샤나의 첫 컬렉션이 됐죠. 그래서 다른 컬렉션들보다 빈티지한 감성이 있습니다. 각 컬렉션에는 이런 식으로 여행과 다른 나라에서 느낀 것들이 스토리로 담겨있어요. 

 

Q. 가장 좋아하는 도시와 그 이유는? 

뉴욕이에요. 어렸을 때 막연히 어른이 되면 뉴욕에 가서 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뉴욕에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맨해튼 거리를 거닐었을 때 길거리 풍경과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6년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영감이 되는 곳이라고 느꼈어요. 브랜드 론칭을 결심하고 귀국하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도 뉴욕에서 가방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을 거예요.  

 

 

여러 장소에서 촬영된 가방 사진들. 여러 장소와 어우러지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여러 장소에서 촬영된 가방 사진들. 여러 장소와 어우러지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전시에서는 가방에 페인팅을 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가방에 페인팅을 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Q. 얼마 전 론칭 5주년을 맞아 첫 전시회를 개최하셨습니다. 브랜드 전시회라는 것이 특색 있게 다가왔는데요, 어떤 것을 보여주고자 하셨나요?

‘샤나 가방은 이런 사람들이 들 거야’라는 고정관념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가방을 보고 ‘이 디자이너는 이런 감성이겠지’라고 생각했던 고객들에게 디자인이 도출된 과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느낌과 디자인으로 나오는 과정은 달라서 그런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시에서는 사진, 페인트, 그리고 가방들을 선보였어요. 사진의 경우,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방과 어울리는 곳에 가방을 놓고 사진을 찍곤 했는데 이런 사진 작업을 보신 관람객들이 의외의 장소라는 것에 재미있어 하시고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또 평상시 협찬 혹은 매장 디스플레이 후 판매가 어려운 제품들에 페인트를 해왔는데 전시에서 작품이 아닌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 가방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방에 페인트 하기에 따라 같은 가방도 새로운 느낌이 되거든요.

 

그동안 구매해주신 고객들을 위한 하나의 감사 이벤트로 전시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와 주셨고 또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디자인 베이스인 제가 힐링을 위해 했던 작업들을 전시하는 거라 아마추어스럽진 않을까 염려도 했는데 프랑스의 갤러리로부터 차후 전시에 대한 검토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Q. 샤나만의 디자인적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해 주신다면?

독특해 보이지만 막상 착용하면 어느 옷에나 무난하게 어울리는 가방.

 

Q. 창의적이면서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 실생활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들 수 있는 가방을 선보이고 계신데요, 창의성과 대중성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비결이 있다면? 

가방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자주 착용할 수 있는 스타일을 생각하다 보면 초반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점점 무난한 디자인으로 중화되면서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디자인에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내구성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뻐서 샀는데 몇 번 들지 못하고 형태가 변하거나 헤지면 속상하잖아요. 그래서 오래 사용해도 멋스러울 수 있는 가죽을 고르고 변형이 와도 그 상태가 만족스러울 수 있게 고급 내부 보강제들을 사용합니다.

크루즈 숄더백.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감을 받은 ‘voyage’ 컬렉션 중 선박에서 디테일을 가져와 디자인했다.

크루즈 숄더백.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감을 받은 ‘voyage’ 컬렉션 중 선박에서 디테일을 가져와 디자인했다.

 

 

Q. 가장 최근 선보이신 가방의 주제와 디자인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작년 밀라노 가방 페어에 참여했을 때 앤디 워홀 특별 전시로 선정됐던 ‘크루즈 숄더 백’이에요.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앤디 워홀의 작품 중 하나를 골라 그 색감을 가죽 배합으로 표현했어요. ‘크루즈 숄더백’은 18SS 상품인데 처음 참여하는 밀라노 가방 전시인 만큼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컨셉추얼하게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감을 받은 ‘voyage’ 컬렉션 중 선박에서 디테일을 가져와 디자인했습니다. 더 독특하게 하고 싶었지만 데일리로 착용 가능하게 재해석했어요. 

 

세투치오네 오리가미 클러치

세투치오네 오리가미 클러치

 

 

Q. 가장 애착이 가는 디자인과 그 이유는?

샤나 가방들은 제가 메고 싶은 가방들을 디자인한 것이라 모든 애착이 가요. 그중에서도 꼭 하나를 꼽으라면 ‘세투치오네 오리가미 클러치’예요. 친구들이 제 가방들 중에 “딱 너야”라고 말하는 가방이기도 해요.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동대문에 짝퉁이 깔리는 아픔을 겪기도 하고, 특허청 우수 디자인 은상도 받기도 한 스토리가 많은 가방이죠. 

 

샤나 대표 한예온 디자이너

샤나 대표 한예온 디자이너

 


Q. 올해의 계획 그리고 바람은?

2월에 밀라노 가방 페어인 ‘미펠’에 참여를 하고 하반기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페어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올해에도 개인전을 열 계획이고요, 바람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좋아하는 가방을 디자인하고 또 많은 분들이 제가 디자인한 가방을 들고 행복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샤나(shana8thaven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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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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