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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디자인은 실용적인 것

2011-06-01


세상엔 참 아름답고 예쁜 물건들이 많다. 디자이너의 작품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아름답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수많은 것들. 그 중에서 우리는 무엇에 ‘좋은 디자인’, ‘뛰어난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제품? 아니면 보기 좋은 제품? 제 아무리 보기에 좋고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해도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면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회자되지 않는다. 디자인이 가장 디자인다울 수 있을 땐 실용성이 갖춰질 때이다. 최적의 편리함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주디자인의 주홍규 대표를 만났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주디자인

동그란 뿔테안경에 비비드한 체크 셔츠. 주홍규 대표의 모습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라기 보단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에 가까웠다. 유독 어려보이는 외모 탓에 그러한 오해를 많이 받지만 실은 불혹이 넘은 나이다. 국민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내 대표 사무용 가구 브랜드인 퍼시스에서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일한 그는 느지막이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을 뒤로하고 그가 이탈리아를 선택한 것은 조금은 거친 국내 가구업계를 떠나 더 넓은 곳에서 더 디자인적으로 가구에 접근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유학 후 밀라노에서 활동을 하다 2009년 귀국, 현재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서울디자인창작지원센터에 입주해있다.


다니던 회사를 나오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사무가구 시리즈 ‘EXPACE'를 선보였다. 사무가구 시리즈는 물론 사무가구에 대한 디자인적 접근이 드물었던 당시 그는 이 작업을 통해 각종 상을 휩쓸었고 이미 업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쌓은 사무용 가구 디자인 경험은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할 때도, 공부를 마치고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디자인을 할 때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공동의 공간을 구성하는 동시에 각각의 사용자를 배려하는 사무공간의 가구 디자인은 무엇보다도 ‘실용’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그가 디자인을 통해 꾸준히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실용성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생산, 적재, 운반, 유통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쁘게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함에 있어 편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려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죠.”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지 않는다 해도 사용 전 제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디자인된 제품을 운반할 때 제품이 차지하는 공간까지 염두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제조공법이나 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 카피를 방지하는 디자인 등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까지 신경을 써야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가 있어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서 보고 배운 결과인 것 같습니다.”


공간과 형태, 운반과 비용에까지 두루 두루 만능인 그의 디자인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그가 뉴욕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 선보였던 디자인 중 가장 좋은 반응을 받았던 대표적인 제품은 라운지체어 ‘DYAD'와 나뭇가지모양의 옷걸이, 누빔 천으로 감싸진 스텐드다. 얇은 하나의 나무판으로 조각된 것 같은 라운지체어는 두 장의 성형 합판으로 제작되어 엇갈려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디자인돼 생산, 적재, 유통에서 매우 유리하다. 나뭇가지모양의 옷걸이에서는 접합부분을 찾을 수 없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볼트나 이음새 부분이 포인트. 보기에 아름답지 않은 부분을 감추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샤넬백의 누빔에서 착안해 누빔 천으로 감싼 스텐드는 차갑고 세게 노출되는 불빛을 은은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목을 끈 그의 디자인은 ‘스마트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마트한 디자인의 결과는 인도네시아의 가구, 인테리어 부문 선두기업인 ‘Vivere Group'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Vivere Group'의 가구를 디자인하게 됐으며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AKSEL CHAIR와의 디자인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가 디자인한 AKSEL Chiar는 오는 6월 런칭을 앞두고 있다.


TAVOLINO(타볼리노)는 주디자인이 내놓은 제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부드럽고 물렁한 쿠션의 윗면에 판자가 대어 있어 푹신하게 감싸면서 책이나 필기도구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어로 테이블이라는 'TAVOLO'에 접미사를 붙인 ‘작은 테이블’이라는 의미를 지닌 타볼리노는 명칭 그대로 작은 테이블이다. 침대 위에서 책을 보거나 쇼파 위에 걸터앉아 필기를 할 때 실용도 100%인 이 제품은 특히나 휴식을 취하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용자의 감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의 디자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실용’이다. 생산부터 판매,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하는 그의 디자인은 객관적으로 이성적이다. 그러나 일단 왜 그렇게 만들고 디자인 했는지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감성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제조자와 유통자, 사용자를 모두 배려한 그의 디자인은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예민하고 섬세하다. “제 디자인이 좋게 평가받는 이유는 디자인만이 아니라 생산, 설계, 마케팅 등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티스트나 공예가라면 만들 수 있는 예쁜 가구가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한 실용적인 가구를 디자인하는 것이 가구 디자이너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인과 아트는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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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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