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3
각박하고 냉정한 세상 속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집’이다.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라는 노래가사도 있지 않은가. 그 어떤 장소보다 내 집이 가장 따뜻하다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안락한 집’을 찾고 ‘행복한 우리집’을 꿈꾸는 것은 우리 모두의 본능일 것이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 | 갤러리 현대 제공
화면은 발랄하고 명랑한 색으로 가득 차 있다. 꼼꼼하게 그려놓은 지붕 아래로 테이블이며 가구들이 보인다. 단풍이 든 나무들에는 작은 새장이 있고 집 앞 작은 화단에는 화사하게 꿏들이 피어있다. 꽃밭에 물을 주는 가족이 보이고 뛰어노는 하얀 강아지들도 네 마리 보인다. 성실하게 그린 아이의 그림처럼 순수함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작가 김덕기의 그림이다. 줄곧 집과 가족을 그려온 그의 그림은 밝고 화려한 이미지와 색감, 아이같은 천진한 드로잉이 특징이다. 처음 그의 작업을 보았을 땐 키치나 빈티지 풍을 염두한 팝적 작업에 속하는 것인가 하는 틀에 박힌 ‘이즘’에 대한 정리? 혹은 정의 욕구가 앞섰지만 이내 곧 그의 작업이 그 어떠한 이즘이나 형식과는 관계없이 솔직하고 착한 감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출산한 후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비로소 가정의 형태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을 무렵 눈앞에 펼쳐진 그의 작업들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제 아이를 둔 아빠인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살아가며 느끼는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그림에 담아낸다. 툭탁거리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느끼는 생활 속에서의 기쁨, 가족이 주는 감동이 무엇인지,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낀다.
“작은 집이지만 가꿀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어 만족하다. 부유하지 않지만 나를 믿어주는 아내와 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이 있어 감사하다. 딱딱하고 차가운 외부의 도전들이 조간신문처럼 찾아오지만 꽃피우고 떨어지는 사이에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훨씬 작아진다. 오늘도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김덕기)
중, 고등학교 시절에 부모님을 여읜 그에게 가족은 더욱 특별한 힘을 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한 가족과 집을 꿈꾸는 것은 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공통점이다.
행복의 크기는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조건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금 현재의 상황 속에서도 행복은 느낄 수 있다.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일상 속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가족과의 행복한 순간을 담는 그는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찾는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 그것의 모습을 통해 소박하지만 진짜 소중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우리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삶의 행복이 그 안에 들어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작업이 따뜻한 이유이다.
(김덕기 전, 갤러리현대, 내년 1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