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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함께 하고 싶은 아트 페어’ 대중들과 소통하다

2010-12-08


지난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DAF 2010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여러 아티스트들의 참여는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많은 관람객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는 세상을 꿈꿀 수 있었다, ‘나와 너’, ‘예술과 일상’ 사이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겐 DAF가 어떻게 보여졌을까. 톡톡튀는 감성을 지닌 신세대 예비 디자이너의 눈을 통해 DAF를 리뷰 해본다.

글 | 박희란 서경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석사과정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한가람 디자인에서 진행됐던 Design Art Festival 2010 전시장에선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아티스트들 모두 디자인 작업을 하게 된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 디자인을 하게 되었나’라는 조금은 형식적이고 상투적인 질문으로 시작한 인터뷰는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깊은 이야기로 진행되었고, 다양하고 폭넓은 그리고 은은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이야기, 또 그들이 말하고 있는 세계는 크고 작게 세상과 소통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세 명의 아티스트의 인터뷰를 통해 ‘소통’을 끌어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세 명의 디자이너 모두에겐 아련한 추억과 사연이 있었고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독특한 개성과 디자인 철학으로 표현됐다.


엄마 디자이너 길고운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작가의 마망베베 부스는 가장 눈에 띄는 부스였다. 길고운 작가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디자이너이다.

작업은 언제부터 하게 되셨나요
2008년에 임신했을 때 생각을 했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선물로 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취미로 시작을 했다가 결국, 2009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됐어요.

주로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 하시나요
어울리는 패턴의 원단끼리 매치해서 간단한 바늘 홈질로 진행을 해요. 기술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업이라기보다는 원단끼리의 매치를 중요시하는 작업이에요. 주로 동대문에서 천을 구입하는데 원단을 살 때 미리 생각해 놓은 콘셉트에 맞는 재료를 구입하고 그 천들을 재조합하여 진행해요. 완성하면 모두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작업주제나 구상진행은 어떻게 하시나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나 사물을 소재로 친근한 디자인을 주제로 삼아요. 딸아이가 보는 책이나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영감을 얻지요. 바로 스케치해서 그것을 보고 직접 인형을 만들기도 해요.

가격대가 좀 높은 것 같은데요 판매는 잘 이루어지나요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이 많이 사는 편이에요. 일단 흔하지 않고 또 직접 손으로 만든 작품이라 그런가 봐요. 특히 제 제품은 다른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면 소재를 중점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입으로 갖다 대는 아이들에게도 안심이에요. 그래서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딸랑이의 반응이 가장 좋아요.


환경을 사랑하는 디자이너 문희정

금속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작가는 대학졸업 후 ‘스스로 만든 작품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쌈지길에 작은 샵을 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맞추어져만 가는 상품을 만들게 되면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문을 닫았다.

이 작업은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되었나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판매로 연결을 시켜 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작업입니다. 저는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기발한 게 좋아요. 기술적으로 어려운 걸 시도하는 것을 좋아해요. 정형화되지 않은 내츄럴함과 러프함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가방은 저의 캠퍼스에요. 사진을 인쇄하여 코팅한 다음 그 위에 비즈나 금속 오브제, 단추 등을 달아 꼴라쥬 작업으로 빈티지한 가방을 만들어요. 아주 재밌는 과정이에요.
유럽여행하다 길가에서 만난 꼬마, 일본 쥬얼리 샵, 귀여운 외국차 등 인상적인 것들을 바로 찍었어요. 바느질로 천을 연결하면 퀄리티가 떨어지고 세탁을 하면 사진부분이 금방 바랄 것 같아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앤틱한 느낌으로 옷핀을 도금해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옷핀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가방을 빨고 싶을 땐 하나하나 분리할 수 있어요.

자신의 이름 앞에 타이틀이 붙는다면
‘아마추어’라는 말을 좋아해요.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뭐든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 면에선 프로보다는 아마추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전 금속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금속디자인뿐 아니라 섬유, 사진, 환경, 책 등에도 관심이 많아요. 몇 달 전에 미술관을 소개하는 에세이 형식의 책을 썼어요. 대단한 사람만 책을 쓰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나보다 조금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아주 재미있게 쓸 수 있었어요.
저는 장인을 존경하지만 그렇게까지 되지 못할뿐더러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 같아요. 저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작업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가끔은 사람들이 직업을 물어보거나 꿈을 물어보면 어색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책을 쓰고 있을 때는 ‘작가’라고 얘기하고 쥬얼리 작업을 할 땐 ‘쥬얼리 디자이너’라고 대답해요.


디자인을 즐기는 김 영 화

꿈을 쫒아가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김영화 작가는 디자인을 즐기며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2005년도에 회사를 다니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식물들도 땅에서 물을 흡수해서 잎과 꽃을 피워 자신을 표현하듯이 머리카락도 ‘사람의 생각하는 것들을 먹고 자란다’는 콘셉트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내적인 부분, 즉 기쁨, 우울, 짜증, 슬픔과 같은 사람의 감정뿐만 아니라 사고, 의지, 기억 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 머리카락을 삼았습니다. 그 사람의 내면적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작업방법은 연필을 최대한 가늘게 칼로 깎아서 4-5번 정도 머리카락(선)을 그리고 다시 깎고, 이런 작업을 반복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광고주, 소비자에 맞춰서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디자인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동시에 제 자신은 비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때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말이 와 닿더군요. 그리고 2007년 10월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회사를 그만 두고 작업을 시작했어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한 것 같아요. 지금은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리면서 디자인쪽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어떻게 활동하시나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전시도 꾸준히 하고 있고 홍대 프리마켓과 여러 전시에 참여하면서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것을 느끼셨나요
일반 전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작품을 대하는 것에 대해 좀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번 전시장은 관객들과 얘기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프리마켓의 큰 장점과도 비슷해요. 사람들과 만나면서 저도 그들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는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머리카락을 주제로 하는 작업 외에도 기화낙선, 자화상, 한글 등 여러가지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처럼 앞으로도 머리카락 주제로 계속 할 생각이고요.


언젠가 김영세 씨의 책을 읽다가 "디자인은 나눔이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이 문구를 본 순간 ‘앞으로 디자이너가 되어 살아갈 때 많은 이에게 무언가 나눠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했었다. 이번 디자인 페어를 통해 만난 3명의 신진작가들은 그 때 내가 다짐했던 마음을 이미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었다. 디자인을 시작한 동기는 서로 달랐지만 이 세 작가는 모두 저마다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연이 담긴 내용과 마음을 담고 있었고 그 작품들은 대중과 소통하는 순간 나눔의 작업으로 변모되어 기쁨과 감동을 전달했다. 따뜻한 감동, 그것은 바로 ‘소통하는 디자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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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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