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2
마광수 교수를 늘 따라다니는 것은 포르노그래피, 외설과 같은 자극적인 말들이다. 그에게 일명 ‘빨간 딱지’가 붙는 것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고 당당히 말했던 그의 과거 때문이다. ‘몸의 철학’, ‘육체주의’ 등 선정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한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야한 것과 항상 함께 언급됐던 그의 문학작품을 뒤로하고 동심으로 돌아간 그의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첫사랑을 동심으로 이야기하는 마광수 교수는 낯설다. 그의 ‘사라’는 즐겁고 자유로웠으며 야했다. 마광수 교수를 야한 교수로 만들었던 ‘즐거운 사라’와 동심의 광수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야(野)한 것이 자연의 성정(性情)에 솔직한 것을 뜻한다면 그 두 가지는 그리 다른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소년, 광수’는 마광수 교수의 그림 전시다. 첫사랑의 설레임을 가지고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이번 전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마광수 교수의 동심을 보여준다.
그의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것은 육교, 소녀, 별, 동물과 같은 소재다. 가장 순수했던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가장 순수했던 첫사랑을 만나는 그는 동시적인 표현과 환상적 사고가 담긴 그림을 통해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을 선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 전시를 열었던 그지만 이번 전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동심과 순수다. 그림을 그리는 그의 의도도 순수하다. “저는 종이나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내 멋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고요, 그저 자유롭게 그리는 것이지요.” 배불뚝이 말은 어렵게 하늘을 날아오르려 하지만 배가 불룩 튀어나와 뚱뚱해서 잘 날아오르지 못한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태양의 표정이 재미있다. 말의 몸통에 ‘광마는 날아오르고 싶다’라고 쓰여 있다. 하늘을 날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광마의 심정 같이 느껴진다. ‘아, 나도 돈만 많으면’, ‘새처럼 날고싶다’와 같이 솔직한 심정을 담은 그림들과 ‘잘난척 하지마’와 같은 세상을 향한 소리도 있다. 단순화된 형태와 그림에 어우러진 문구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즉흥성’이다. 그림을 즐겨 그리는 것도 문학이나 음악과 달리 생각 나는대로 붓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예술이기 때문이다. “현대판 문인화를 해보자는 마음에서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짧은 글 속에 응축적인 내용이 담겨있어요. 글귀가 먼저 떠오르는 경우도 있고 그림을 먼저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디어 내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작가노트에서 그는 “선악과를 따먹기 이전에 아담과 이브가 갖고 있던 심리상태, 도덕과 윤리를 뛰어넘는 순수한 본능의 세계, 그런 세계가 곧 야한 세계요 야한 마음”이라고 했다. 동심으로 그려진 그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순수함은 그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야한’ 것을 다시 보게 한다. 순수와 본능, 야한 것과 동심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굳이 답을 찾기보다, 인생살이에 대한 그의 그림을 그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소년, 광수’전, 갤러리 산토리니서울 1관 3월 6일까지.
www.santoriniseoul.com